09 대학사회는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김민섭,『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by 아포리스트

대학원생 애인을 두면 안 되는 이유

가끔 나는 ‘대학원생 애인을 두면 안 되는 이유’라는 농담을 던지고는 한다. 직장인이랑 사귀면 시간은 없어도 돈은 있고, 백수랑 사귀면 돈은 없어도 시간은 있는데, ‘대학원생은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는 자학 개그를 하고는 한다. 여기에 더 슬픈 이야기를 하면, 건강과 미래까지 없다는 말을 한다. 대학원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다 자신의 이야기라며’ 공감을 하고는 한다. 대학원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그런데 세상에는 은근히 대학원을 꿈꾸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대학원은 꿈의 공간이다. 직장을 다니는 이들이 공부를 그만두고, ‘박사’라는 타이틀을 달고파 한다. 마치 학위만 따게 되면, 무엇이든지 될 것이라는 믿음마저도 생긴다. 대학을 다니면서 대학 교수에 대해서, 학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된다. 아니, 단행본을 쓴 저자들이 대부분 ‘고학력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상은 환상일 뿐이다.


김민섭의 책은 현 대학사회가 가진 현실, 그리고 학계가 가지고 있는 폐단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 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이름으로 <오늘의 유머>에 연재됐던 글을 모은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이다. 이 책은 학부를 넘어서 대학원, 그 중에서 지방대학, 인문대라는 공간이 얼마나 미래세대에게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김민섭이 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줄여서 우리는 ‘지방시’라고 부른다. 그의 책은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를 통해 연재가 됐다가 2015년, 세상에 공개가 됐다. 김민섭 작가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서 대학사회는 감옥이었다. 김민섭 작가의 처우는 나 역시 놀랍기만 했다. 한 학기에 6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을 받고, 주 4일을 조교로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라면 그만뒀으리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처우였다.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한 채 살아왔던 김민섭 작가의 삶의 애환은 곧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의 신상이 공개가 되면서 였다. 당시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신상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학교 내에서 ‘내부고발자’라는 이름으로 비난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이제 대학을 떠납니다”라는 글을 통해서 대학사회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음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길은 작가였다. 그는 <대리사회> 등의 멋진 책들을 몇 권을 써내려갔다. <지방시> 이후에 대리기사를 선택하여서 쓴 책이 <대리사회>였다. 그 외에도 강의를 다니고, 글을 쓰면서 멋진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학계라는 답답한 세상 대신에 작가이자, 강연자 그리고 다른 직업을 가진 멋진 노동자로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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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노동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


우리의 대학의 문제는 대학 공부가 노동시장과 이어지지 않는 데 있다. 몇 개의 학과를 제외하고서는 취업시장과 노동시장이 이어지지 않는다. 취업시장에 걸맞지 않는 학문은 버려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우리에게 사회가 가르친 길이 공부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청년들에게 취업준비와 공부를 따로 하라는 것은 지난 수십년의 세월을 부정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살기를 강요받고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대학 때까지 '문사철((文史哲)' 위주의 공부를 시켜놓고, 취직할 때가 되면 '나몰라라'하는 대학사회의 현실이 우선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우리는 자꾸만 가고자 한다. 나는 이것이 한국 교육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는 소수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회사에서 모두가 사장내지 경영진이 될 수 없다. 대부분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노동자)가 된다. 사측의 입장을 이해하는 교육이 아니라, 근로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한명의 CEO 리더십 대신에, 대다수의 셀러리맨들에게 도움을 주는 교육이 더 유용한 교육이다. 학교 교육 대부분이 '교육을 하는 사람 입장'에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교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이런 모순을 현재 대학이 낳고 있다.


연구를 할 수 없는 대학, 고학력 백수 양산소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은 연구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는 가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가 솔직한 고백이다. 김민섭 작가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에서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가려져왔던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병들을 고발했다. 노동을 제공함에도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등에 대해서 김민섭 작가의 책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김민섭이라는 한 인간을 통해서 대학 사회에서도 특히 약자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여건을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 시간강사, 조교 등의 여건은 대학이란 사회가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적폐스럽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학사회가 이렇게 된 것은 노동시장의 이중화가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는 곳이 대학사회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방시>가 나오기 이전에 '비정규직 교원'들의 죽음 역시도 대학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들은 죽음으로서 한국대학사회의 극단적인 이중화 사례를 잘 드러내었다. 당시 대학 사회에서 가슴 아픈 일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시간강사들의 자살 등이 잇따랐었다. 대표적인 게 라틴아메리카 연구의 권위자였던 이성형 박사였다. 그는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지방대', '국내박사' 출신이라는 제약을 넘지 못했다. 이성형 박사는 늘 시간강사, 비정규직 연구원 등의 타이틀이 따라 다녔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강사자리를 받지 못한 탓에 그랬다. 결국 그는 암으로 죽음을 맞이 하였다.

이러한 점은 한국의 대학이 기본적으로 연구자를 길러내는 공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훌륭한 직장인을 길러내는 공간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를 하는 이들을 위해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국내박사 혹은 지방대 출신이라면 그 뜻조차도 펼 수가 없다. 결국 그들이 감내하는 고통의 결과는 '고학력 백수'에 불과한 것이다. 연구자로서 빚을 진 천주희씨, 그리고 그동안 '노동자'로서도, '연구자'로서도 대접을 받지 못했던 김민섭 씨의 이야기는 한국 대학사회가 '연구자'를 길러내는 공간으로서도 가치를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요약하여 읽어보기

1. 한국 대학사회는 폐단이 가득하다. 대학별 서열화, 지방-수도권 과의 차이, 노동시장과 이어지지 않는 구조, 극단적인 학계의 이중화 등을 대학사회가 경험하고 있다.
2. 김민섭이라는 한 인간을 통해 현 대학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들을 고발한 책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이고,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대학사회, 그리고 사회로 잘 드러나지 않은 학계의 현실을 볼 수 있다.

3. 대학사회의 교육과정, 그리고 학계의 이중화 극복을 살펴야 한다. 또한 대학을 대학답게 기르기 위해서라도, 연구자로서 지원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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