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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Apr 27. 2018

[에세이 05] 현실이 나를 정의하려 들 때

[줄리아의 크루에세이 01]

“합격을 축하합니다”


 

합격 페이지를 보는 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어렵게 합격한 대학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기쁨 대신 또 다른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꽤 예전부터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졌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드라마에서 보던 빨간딱지들이 집에 붙었다. 디자인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앞에 놓인 현실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집에 보탬이 되고 싶고 아버지도 다른 전공이나 취업을 권유하셨다. 정말 꿈을 접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퇴근 시간만 바라보며 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결국 부모님도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합격한 학교를 포기하고 1년 동안 스스로 학비를 준비해서 가기로 마음먹었다.  1년을 준비해서 가기엔 4년은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4년제 대신 2년 제인 예대를 알아보았다. 조금의 타협이었다. 그저 학비를 줄일 수 있어서, 현실적인 부분만 생각해서 한 선택은 아니었다. 커리큘럼에 대해 알아보고 재학, 졸업생들에게 학교에 대해 물어보았다.

학교 수업 커리큘럼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고 실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평판도 나쁘지 않은 편인 것 같았다.

미술학원에서 보조 강사 일을 하면서 틈틈이 학교 포트폴리오를 준비를 시작했다.


 


 

합격. 그렇게 준비했던 학교에 합격해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배우고 싶던 디자인을 공부한다는 생각에 왠지 두근거렸다. 학교 과제로 밤을 새워서 피곤하긴 해도 즐거웠다.

 장학금 받을 거 아니면 내려오라는 아버지의 말도 신경 쓰였고 잠을 포기하면서 과제를 한 덕분에 전액 장학금을 받아 학비 부담은 덜 수 있었다. 학교 생활은 즐거웠지만 좁은 고시원에서 벽을 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하는 괴리감이 있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버틸 수 있었다. 학기 때 틈틈이 디자인 외주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학 때는 미술학원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특강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점점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었다. 내가 맘먹고 해야 하는 일을 주변 친구들이 쉽게 하는 걸 볼 때는 허무한 마음도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데 내가 정말 디자인을 하고 싶은 걸까?


 




 

가끔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 크게 다가와 행복을 느낄 수 없을 때가 있다.

스스로를 그런 현실에 가두어 꿈을 작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 주변에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 혼자 하고 있는 고민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공감이 되기도 하고 꿈에 대한 두근거림과 용기를 얻게 된다.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학비를 벌면서 일을 하는 동안 그림이 더 늘었고 그때 늘었던 그림은 지금도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학교생활도 항상 잠이 부족해 힘들었지만 그때 열심히 하던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교수님의 추천으로 방학 때 알바 대신 인턴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졸업 전 불안한 시기가 있었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동안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가고 싶던 디자인 에이전시에 들어갔다. 힘든 현실에 지칠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다 보니 기회들이 생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의 내가 작아 보이고 좋아하는 일에 의구심이 들 때
나에 대한 가치를 사회가 정의하지 않도록
스스로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녕하세요  Julia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저의 이야기를 적어 보았어요. :)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기만의 길을 가는 분들의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비저너리의 크루로 함께하게 되었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조금씩 꿈에 대해 잊어버리게 되는 스스로에게도 그런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지금의 환경이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 힘들게 하더라도 차근차근 매 순간 노력하다 보면

꼭 좋은 기회들이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그 길에 비저너리가 용기를 주는 응원군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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