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의 크루 에세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그 이유는?
반복되는 일상은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뇌는 흥미롭거나 충격적인 일은 오랫동안 기억하지만 반대로 매일 반복되는 일에는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이런저런 변화들로 길게 느껴진 한 해였다. 올해 가장 기억 남는 순간들을 생각해보면서 코로나로 인해 일상에서 처음 경험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았다.
요즘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일상용품은 마스크가 되었다. 회사에서 마스크를 낀 걸 잊고 음료를 마시려고 입에 갖다 대었던 일이 있었다고 했더니 동료는 집에 와서 마스크를 낀 채 샤워할 뻔 한 얘기를 해준 얘기를 해주며 누구 일이 더 황당한지에 대해 얘기했다. 업무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다. 처음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퇴근하고 나서 바로 침대에 누워보는 경험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량이 많아졌을 땐 집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밥 먹고 일하고 자고를 반복해야 했기 때문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출퇴근길이 없어지고 자유롭게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케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는 그 장점이 사라졌다.
회사 구조상 처음 코로나 확진 이후 재택근무 없이 계속 출근을 하고 있어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출퇴근길마다 불안감이 점점 쌓여서 스스로 예민해지는 게 느껴진다. 평소 딱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새롭거나 개성 있는 공간을 찾아보고 가는 일이 즐거웠었다.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하면서 환기가 되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일들을 하지 못하니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고 쌓이는 기분이 든다. 코로나가 앞으로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전염병으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어떻게 일상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정신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 일지를 고민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에서의 기억 남는 것 외에 또 기억나는 일들은 프로젝트를 혼자 맡게 되었던 일과 할아버지와 몇 년 만에 처음 통화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프로젝트에서 혼자 일을 맡게 되었는데 무리한 일정을 요구했을 때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번 개인의 열정으로 해결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팀원들이 바쁘기도 했고 팀 매니징이 잘 안되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혼자 해보면서 힘든 만큼 다양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 그냥 팀원으로 하는 일이었다면 알지 못하고 결정되어 지나갔을 일들도 모두 내가 알아봐야 하니 그만큼 배우는 점들은 확실히 있었다. 올해는 커리어적으로 성장하자는 하자는 목표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일을 많이 하게 된 한 해였다. 밤을 새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다.
또 개인적으로 크게 기억 남는 순간은 개인적인 일로 7-8년간 연락을 못했던 할아버지께 처음 전화를 했을 때였다. 전화 걸기 전만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전화를 걸고 나니 떨렸다. 연락을 오랫동안 안 한 손자를 보기 싫어하시면 어떡하지? 막상 목소리가 너무 차가우면 상처 받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들리다가 전화가 끊겼다. 일부러 끊으신 건 아니겠지 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그제야 통화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친근한 목소리가 들리고 그동안 왜 이렇게 연락이 없었는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하나하나의 물음들이 관심으로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했다.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 집에 찾아뵙고 같이 식사를 했다. 맛있게 쌈을 싸서 입에 넣어드리기도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그동안 연락이 없었냐고 물어보셨다. 너무 오래 연락을 못 드려서 할아버지가 미워하실 줄 알았다고 하니 자식인데 미워하고 그런 게 어딨냐는 말을 듣고 마음이 참 따뜻해졌었다. 할아버지께 연락을 드리기 위해 용기를 내고 그 용기가 받아들여진 경험이 소중했고 나를 더 성장하게 했다. 다음 해에는 또 어떤 목표를 세울지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다음 크루에게의 질문
한 해를 무사히 보낸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엔지니어로의 여정
[에세이 128] S/W 엔지니어로의 여정 Part.1
• 2020년 마지막 날의 bgm을 고를 수 있다면, 어떤 선곡을 하시겠어요?
• 어떤 사람들을 나의 친구라고 부르나요?
[에세이 126] 내 일상에 집요하게 발을 담그는 사람들
• 내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