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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저너리 Jun 10. 2018

[에세이 11] '프로불편러' 설명서

도요타의 5 why 기법 맹신론자인 나의 이야기

남을 먼저 생각하자


#1 

: 남을 먼저 생각하자

   어릴 적, 부모님께 가훈을 여쭤보고 알아오라는 학교 숙제가 있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없던 가훈이 생겼다. 친구들 앞에서 발표한 우리 집의 가훈은 '남을 먼저 생각하자'였다. 그 영향 때문일까? 가훈을 만든 아버지의 바람대로 나는 지나치게도 '남'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정확하게 '남'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에 굉장히 집착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프로불편러의 시각 ("이거 나만 불편한가요?")


프로불편러
: '프로불편러(pro+불편+er)'는 사이버 공간에서 '불편하다'는 말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표현이 "이거 나만 불편한가요?"다. _ 네이버 사전

  보다시피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프로불편러'라는 단어의 의미는 꽤 부정적이다. 그러나 나는 '프로불편러'로 살아가기를 무엇보다도 지향하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잃고 싶지 않은 나만의 Identity이다. 

*Identity : 독자성 [다른 것과 구별되는 혼자만의 특유한 성질]


#2 

: 프로불편러의 기본자세 _ 도요타 5 why 기법

작년까지 다녔던 회사의 한 파트장으로부터 도요타의 5 WHY라는 기법을 전해 들었다.

5 WHY 기법
: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에서 사용한 전략 중 하나로
  어떤 일이든 다섯 번은 '왜' 나고 물어서 근원적인 원인을 발견해야 한다는 기법이다.
왜? 왜? 왜? 왜? 왜?
직접 적용해 보니,
'사람'에게는 불만의 화살을 쏠 필요가 없었다.



[사례1 _ 회의 시작 시간이 지연됨]
1) 회의 시작이 10분 ~15분 지연됨
                      ↓1 WHY
      Q. 왜 시작 시간이 지연되나?
2) 회의실을 먼저 사용하던 사람들이 제시간에 안 나와서
                      ↓1 WHY
      Q. 왜 사람들이 제시간에 안 나오나?
3) 현재 시간을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1 WHY 
      Q. 왜 사람들이 현재 시간을 확인할 수가 없나?
4) 현재 시간을 확인하려면 휴대폰을 봐야 함 
                      ↓1 WHY 
      Q. 왜 사람들이 휴대폰을 안 봐서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나?
5) 상사가 말하는데 휴대폰을 볼 수 없음.
                      ↓1 WHY 
      Q. 휴대폰을 안봐도 시간을 어떻게 알 수 있지?
[해결방법]
- 회의를 하며 볼 수 있도록 TV/빔 프로젝트 화면 우측 상부에 시계 설치 
- 회의 종료 10분 전 / 5분 전 회의실 내에서 작은 안내 방송이 나와 종료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함

[기존] 
- 사람으로 향하던 불만
- '다음 회의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미리 비켜줘야 되는 거 아냐? 매너가 없네'

[5 WHY 적용 후]
- '회의실에 시계가 없으니 시간을 알 수가 없겠구나. 회의실에 고정 시계가 필요하겠다.'

 


[사례2 _ 외부 방문객이 출입구를 못찾음]
1) 방문객과 통화를 하며 재안내 필요
                      ↓1 WHY
       Q. 왜 출입구를 찾지 못하는가?
2)Gate 1과 Gate2, Gate3이 어디인 지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알 수가 없음
                      ↓1 WHY 
               Q. 왜 알 수가 없나?
3) 회사가 3개의 큰 공장으로 나눠져있지만 번지수는 단 하나임 
[해결방법]
- Gate 1, Gate2, Gate3 각각의 번지수를 등록한다.

[기존] 
- 사람으로 향하던 불만
-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시간 약속을 안 지키지? 또 야근이네'

[5 WHY 적용 후]
- '이렇게 넓은 곳에서 한 번에 찾는다는 건 불가능이다!!!'
[사례 2] 생각 : 가면 보이겠네!?


[사례 2] 현실 :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

#3 

: 그럼 어디 한 번 배웠으니 써먹어볼까!?


단언컨대,

회사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아래의 두 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5 why를

알게 된 이후 지독하게 '왜?'를 생각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지'  
               vs 
'이걸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점심 메뉴는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데, 

'일'을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알 방법이 없어 

먼저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물어보았다.


"프로님, 이거는  이렇게 해요?"

"대표님, 이거는  이렇게 해요?"

"선배님, 이거는  이렇게 해요?"

"대리님, 이거는  이렇게 해요?"

"소장님, 이거는  이렇게 해요?"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원래부터 이렇게 해 왔어요

원래부터 = 더 이상 물어보지 마


네? 원래요?


좌 : 클론의 강원래 / 우 : 구준엽


우리나라에서 클론의 강'원래부터' 해 오던 일들이 대체 얼마나 많은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한 번 다뤄주었으면 좋겠다. (아재 개그 죄송합니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없는 것이다.


#4

: 네, 저는 불편합니다. 너무 많이 불편해요


자..자비스 그만...그만 보여줘.. 제발..


예전에는 몰랐다. 그저 내가 남들보다 아주 조금 예민하고, 창업 관련이나 자기개발서를 주로 읽다 보니 그 영향을 조금 받은 게 아닐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웨딩스튜디오 어시스트로 일을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깨달았다. 나란 놈은 프로불편러구나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위의 사진처럼 '자비스'라는 AI (인공지능) 비서가 나온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현재 상황들을 한 화면에 보여준다.

이처럼 나에게는 '누군가가 느끼고 있는 불편한 상황'들이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인지가 되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남'이 신경 쓰여서 너무 괴롭다. 내 스스로가 느껴지는 불편함도 있지만, 회사에서는 협력 업체나 파트너 분들이었고, 스튜디오에선 고객들이었다. 따라서 '같은 식구'의 내가 '같은 식구'에게 불편함을 얘기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싫은데요?


"그냥 하라는 대로 해!, 뭘 굳이 바꿔!"가 싫어서 회사를 나왔고, 큰 조직과 작은 조직에서 두 번 퇴사 경험으로 나를 알게 되었다. 프로불편러의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스튜디오에서 나만 불편했던 것들
기존    : 택배를 보낼 때 15,000원이나 20,000원 형태로 올려두고 나중에 잔돈을 챙김 
문제점 : 잔돈 챙기는 게 누락되거나 다른 팀 하고 섞임, 올려둔 사람만 얼마를 올려뒀는지 알 수 있음 
변경    : 5000, 1000원짜리로 한 번에 바꿔놓고 그날 보내는 택배에 딱 맞춰서 금액 준비 
기존    : 신랑 신부 메일 주소나 연락처, 집 주소를 촬영 전 받지 않고, 촬영 끝나고 메인 포토가 물어봄 
문제점 : 주소를 몰라 택배를 발송하지 못하는 형태의 병목 현상 발생됨
              메인 포토가 수기 기입하면서 오기입 할 수 있음
변경    : 네이버 폼을 사용하여 계약 전 해당 정보를 기입하도록 절차 개선으로 병목현상 해결
기존    : 메인 포토그래퍼 3명의 카메라 배터리가 다 똑같이 생겼는데 충전이 완료된 것인지 
              확인하려면 충전기나 카메라에 하나씩 꽂아보고 확인해야 함 
문제점 : 귀찮고 확인하는데 시간이 소요됨 
변경    : 충전되지 않은 배터리   - 뒤집어놓아 누구 것인지 모르도록 함 
              충전 완료 배터리         - 누구 것인지 알 수 있도록 이름이 보이도록 정방향으로 눕혀놓음
기존    : 3단 카트를 잡고 이동할 때 맨 윗부분을 잡으면 잡은 윗 면이 종종 빠지기에 가운데를 잡음 
문제점 : 가운데를 잡으면 무게 중심이 맞지 않고, 잡는 힘이 더 듬 
변경    : 카트 맨 윗부분이 빠지지 않도록 케이블타이로 고정 완료 (윗 면이 안 빠짐)
              맨 윗부분을 잡으면 덜 흔들려서 안정적이고, 발에 걸리지 않음 
기존   :  포토 3명의 노트북이나 카메라가 맥북 프로/니콘 동일 모델로 누구의 것인지 알 수가 없음 
             누구의 것인지 알려면 카메라는 메뉴 들어가서 설정된 이니셜 보고 확인해야 함 
             맥북 프로는 액정을 열어서 화면보호기에 있는 이니셜을 보고 확인해야 함
문제점 : 귀찮음. 불필요한 에너지 발생됨 
변경    : 맥북 프로 정면, 후면 우측 모서리 상단과 카메라 하단에 각 이니셜 스티커 부착
             ㅅㅈ-SJ, ㅅㅇ-SY, ㄱ탁-TAK / 카메라 바디는 SJ1, SJ2로 1번 바디/2번 바디도 구분함 
기존    : OO스튜디오 지도 검색 시 옛날 주소인 분당으로 주소가 나옴
문제점 : 신랑, 신부의 지인들, 헬퍼 이모님들이 지금 주소가 아닌 옛 주소로 찾아갈 수 있음 
             (이전에 헬퍼 이모님이 옛 주소인 분당으로 갔다가 다시 양재로 왔다고 함)
변경     : 현재 거주 중인 양재동 위치로 네이버 주소 변경 완료
추가 Issue : 지도 핀 위치가 정확히 골목 방향이 아니라 빌라의 가운데에 찍혀서 뒷 빌라로 가는
                   경우가 발생됨 / 다음카카오, 네이버 고객센터 통해 추가 Issue 조치 완료 
기존     : 야외 전등 씬 찍을 때 해당 나무에 맞는 길이의 전등선을 설치해야 됨 
문제점  : 선마다 나무마다 별도의 매칭 포인트가 없다 보니 직접 걸어보면서 확인해야 함 
              나무에 걸어봐야 전등선의 길이가 짧은 지, 긴 지 알 수 있어서 불필요한 시간/에너지 발생
변경      : A나무-A전등선 형태로 각각 색이 다른 끈을 묶으면 어디에 매칭 될지 한눈에 파악 가능 

#5 

: 스시 장인의 정신으로 _ '과연 이 방법이 최선/최고일까?'

  위 [스튜디오에서 나만 불편했던 것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가? 


굳이, 뭘 저렇게까지 해?

스시를 만들 땐, 손 온도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손과의 접촉면과 접촉 시간을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초밥을 만드는 것처럼 나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내 에너지시간을 최소한으로 쏟고 싶다. 

무딘 연필로 여러 번 찔러 구멍을 뚫는 것이 아니라 뾰족한 송곳처럼 한 번에 뚫고 싶다. 이런 마음이기에 같은 문제가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것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좋아하는 일에 쏟고 싶다. 

그러니 나는 끊임없이 불편함을 느끼고, 개선점을 찾는 프로불편러가 될 것이다. 

스시 장인 : 지로의 꿈 중에서




불편함을 느껴야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하려고 해야 방법이 보인다.


#6 

: 프로불편러로서 두려운 것

나라는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다. 지하철에선 책을 읽다가 혹은 핸드폰을 하다가 내려야 할 곳을 내리지 못하고 다른 곳까지 가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꼼꼼하게 챙기는 척하면서 빠트리는 것들은 너무너무 많다. 지금의 나라는 사람은 앞에서 보여준 그럴싸한 말들과는 다르게 완전 허당이다. 전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싶지 않다. 완벽하지 않아서 두려운 것 보다도 프로불편러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누군가의 불편한 신호를 '무시'하는 것과
나의 신호를 누군가가 '무시'하는 것이다.

#7 

: '모난 돌'을 '정'으로 때리지 말고, 사랑해 주세요. 

무슨 일이나 기존의 방식을 바꾼다는 것리스크(risk)가 발생된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나의 경험으로도 막상 해봤더니 전보다 나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전보다 나빠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이들은 짜증을 부리며 비난을 했다. 


아~~!! 진짜... 그냥 있는 대로 하면 되는걸
굳이 바꿔서..

나 같은 프로불편러들도 사람인지라 비난을 받으면 움츠려 들고 쭈그러진다. 악한 감정을 가지고 '지금보다 동료들이 더 고생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 또한 긍정적인 말만 듣고 싶고, 긍정적인 대화만 나누고 싶다. 그러나 내가 경험했던 조직에서는 의문점을 제기하는 순간부터 아니꼬운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또한 보통은 "왜 이렇게 해야 해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안하는 사람이 신입사원이나 부하 직원아르바이트생처럼 '을'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니꼽게 바라보며, 말한다. "니가 뭘 안다고 그래?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러나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이미 그 일에 익숙해진 사람보다 '불편함'을 잘 느낀다.
또한
지금의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

#8

: 사람 3명이 모이면 집단이 된다.

  옛날부터 삼인성호[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듦. 거짓된 말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인 것처럼 여겨짐]라는 말처럼 현대사회에서도 사람 3명이 모이면 개인이 아닌 집단이 된다. 혼자선 눈치가 보여하지 못한 행동들도 3명 이상이 되면 집단이 되어 눈치를 보지 않고 하게 된다고 한다. 그 실험을 '다큐 프라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룬 적이 있었다. 영상도 꼭 한 번 봐주기를 바란다. (링크 : https://youtu.be/HzD-rSBZFWQ)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중 3의 법칙


위 실험은 간단하다. 1명이 길을 걷다 하늘을 가리킬 때와 2명이 길을 걷다 하늘을 가리키며, 마치 무엇인가 보인다는 듯 행동할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간다. 그러나 3명이 동일한 행동을 했을 때는 다른 일이 펼쳐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바라본다. (영상 링크 : https://youtu.be/HzD-rSBZFWQ) 긴 글을 통하여 장황하게 말해온 바는 이 글이 프로불편러 설명서이기 때문이다. 이 설명서를 통하여 프로불편러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나와 같은 프로불편러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라는 바람으로 쓰다 보니 길이 꽤 길어졌다.


안녕하세요 :D

비저너리 크루 소개 11회 차를 맡은 '홍원영(홍자까) 입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사진을 찍으며,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신 분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며, 어제보다 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2018년 2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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