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저너리 Nov 11. 2018

[에세이 33] 하.. 영어 잘하고 싶다!

[하비에르의 크루에세이 03]

최근 들어서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머리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이 있다.


“영어 잘하고 싶다.”


얼마 전에 누구나 알 만한 게임의 대회 결승전이 한국에서 개최됐다. E-sports에서 우승이 아니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이번 결승전은 유럽팀과 중국팀이 맞붙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행사 주최 측에서 많은 통역인원을 필요로 했고 나도 통역 지원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10명 정도가 되는 통역 담당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나를 제외한 9명이 모두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그중에는 중국에 있는 국제학교를 졸업해서 중국어와 영어가 모두 한국어만큼이나 유창한 사람들도 있었다.


평소에 영어를 입 밖으로 뱉을 기회가 없던 나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영어가 입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다른 분들은 한국어만큼이나, 아니 그보다도 훨씬 편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세상은 넓고 대단한 사람은 많구나 하며 절대 넘지 못할 벽을 맛보게 되었다. 


실은 언어를 습득하는 데에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어를 사용해 온 기간 동안 누군가가 다른 외국어를 사용해 왔다면 그 사람이 그만큼 언어에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그 사람들과 비교하는 자체가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일하면서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나에게 외국어가 모국어만큼이나 편한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이고, 꼭 되고 싶은 모습이다.


자막없이 100퍼센트 이해하며 보는 게 목표이지만 ,  "I connected dots", "take the bullet"과 같은 표현들을 바로 이해하려면 10년은 걸릴 것 같다.


 통역을 하고 나서 얼마 뒤, 학교에 국제적인 경영 및 회계학 교육기관임을 인증하러 실사단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3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은 현재 해외 유명 대학들의 학장으로 계시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그 3명의 실사단과 인터뷰를 하는 학생으로 나를 추천하셨다.  


학교의 미션과 비전은 무엇인지, 교과과정은 무엇인지, 학교의 지원 수준은 어느 정도 인지를 영어로 약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자리였고 학교가 인증을 연장할 수 있느냐 마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야말로 엄청난 압박이었다.


 결국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보다도 영어를 훨씬 잘하는 친구들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그 친구들을 추천드렸다. 하지만 교수님의 격려에 설득당해서 그 기회를 다시 얻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굉장히 우울해졌다. 기회가 제 발로 찾아와도 아직 나는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어떤 기회만 생긴다면 나는 날개를 달고 저 높은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찬 사람이었다. 


 나의 객관적인 위치를 여실히 확인하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영어 공부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돌아보니 고등학교 때까지는 수능을 목적으로나마 매일 몇 시간씩 공부를 했지만, 그 이후로는 영어 공부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해외에서 살고 싶다.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 습관처럼 말하고 다녔는데, 정작 그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고 정말 부끄러웠다.


 그런데 이건 나만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은 따로 있지만, 우선 남들이 준비하는 것들을 똑같이 준비한다. 남들은 하지 않고 나만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나의 경우에 비춰보면 내게 필요한 영어 공부는 TOEIC이 아님에도 TOEIC 점수를 위해 공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시시포스' 신들을 기만한 죄로 바위를 산꼭대기로 올리는 벌을 받았는데 정상에서 바위가 계속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형벌이 영원히 되풀이 된다. 


 결국 남들이 하는 것들을 따라 하게 되면 우리는 어느새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동안 내가 원래 가고 싶던 길을 잊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최근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 연속된 사건들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방향에 대해서 일깨워줬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 굴레를 벗어나 내 방향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 우선순위로 나를 위한 진짜 “영어공부”를 시작하겠다는 것을 이번 에세이를 통해 선언하는 바이다. 

 

 지금 나의 삶이 시시포스 같다고 생각되면, 한 번 본인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보는 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32] 이보게! 벌써 2018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