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독감처럼 왔다가 지나갈 듯 하던 코로나가 덮친지 1년이 넘어간다. 그땐 아무도 몰랐다. 어떤 일들이 닥칠지 말이다. 아이들도 곧 학교에 돌아가겠지 여겼다. 간간이 등교를 하지만 언제 정상적으로 대면수업이 이뤄질 지 당황스런 하루하루가 지난다. 학교 시스템을 정비하느라 인터넷수업에 적응하느라 어영부영 보낸 1년이 지나고 부모들은 1년간의 학습공백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도 별 영향없이 하던 일상대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교과목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자신이 하던 공부와 일상에 큰 변화가 없다. 단지 학교에 안갈 뿐이다. 학교교과가 공부라는 개념이 아닌 사람들이다.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찾아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하고싶은 일들을 찾아하고 하고싶은 책들을 찾아 읽으며 늘어난 시간을 즐긴다.
우리 센터에 나오는 아이들은 블로그에 그날 한 일들을 올린다. 종이접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이, 그림그리기에 몰두하는 아이, 인문학에 꽂혀 몇시간씩 읽어대는 아이, 시를 짓는 아이. 그들의 얼굴만큼 다양한 할거리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즐기듯 산다. 내가 하는 일은 자신을 찾는 일을 쉬지 말라는 격려뿐이다. 엄마들에게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독립할 힘을 키울수 있게 도우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내가 이렇게 된 데는 두 아이를 키운 노하우와 미래시대를 바라보며 많은 전문가들의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로 자녀와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많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해 깊은 한계를 느꼈다. 학교시스템을 따라 우와좌왕하다 1년이 다가버렸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이젠 엄마들이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교육이 뭔지 근본적으로 깊이 생각할 시간이 왔다고 느낀다. 과연 교육이 뭘까?
교육은 학교교과 공부가 아니다. 교과공부 잘해서 대학가는 게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안되는 청년실업을 우리는 올해 더깊이 체감했다.
한국의 청년대졸자 실업률은 OECD 37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이다. 그럼에도 한국 청년들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2009년 60.6%에서 2019년 69.8%로 9.2%올라 OECD평균 8.6%보다 크게 증가했고, 2009년이후 2019년까지 줄곧 OECD 1위를 차지했다.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한국인들에게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다. 대학이 답이 아니라는 말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학교교과를 따라가는 것이 교육인냥 생각하고 엄마들은 올 1년이 아이들에게 큰 학습공백기를 남겼다고 불안에 떤다. 하지만 그럴 필요없다. 멀리서 보면 이런 특이한 경험을 올 한해 우리 모두 해본 것이다. 이런 경험이 미래를 앞당겼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뭔가 새로운 미래를 보고 준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불안할 게 없다. 더욱이 교육을 바라보며 더 실질적인 공부가 뭘까 더 근본적인 교육이 뭘까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우린 이것을 기회로 성장할수 있다. 나와 자녀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재능을 찾아 몰입하고 성취할 기회를 줘 본 부모가 몇이나 될까?
어려서부터 아이가 뭔가 몰입해서 해볼만 하면 부모는 잔소리를 시작한다.
“숙제해라. 학원가라. 이거해라. 저거 해라.”
몬테소리 여사가 말하길
“교육은 더 이상 지식전달에 주력할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선택해 인간 잠재력을 발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좀 믿고 내버려둬라.
미국에 몬테소리 마피아라고 부르는 부류가 있다. 아마존 제프베이존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브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까지 미국의 내로라 하는 리더들이다. 이들 모두는 몬테소리 유치원 출신이다. 이렇게 말하면 한국엄마들은 명문 사립학교 일종으로 생각하고 몬테소리 유치원을 보냈을거라 생각할 텐데 그런 개념이 아니다. <평생 유치원>의 저자 MIT대학 미첼 레스닉교수는 몬테소리 유치원의 출중한 점을 자율, 몰입,성취에 두고 있다.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놀이에 함께 집중해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협력해 보고, 다시 다른 생각을 나누고 다시 만들어 보는 반복적 과정을 높이 산다.
그와 같은 시스템이 창의성을 키우고 나아가서는 혁신을 이룬다는 의미에서다. 몬테소리 출신의 기업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길 자신들이 배워야할 것들을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교육의 핵심 코어를 말하는 것이다.
교육이 뭘까?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지지하고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부모와는 다른 인격체로 이 땅에 왔으니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살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게 미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믿게 하고 충분히 신뢰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지지 속에서 자신의 삶을 펼쳐간다.
부모가 교과공부에 코를 박고 있으면 절대 보지 못한다. 아이의 창의성과 잠재력의 날개를 이젠 눈을 들어 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소년 빌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의 회장 빌게이츠는 8학년(우리나라 중2)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에 빠져 지냈다. 스스로 달착륙게임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컴퓨터 사용시간이 모자라자 친구들과 돈을 모아 DEC의 컴퓨터 사용시간을 사기도 했다. 그는 오롯이 그가 좋아하는 일, 컴퓨터에 몰입된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이라면 어땠을까? 아들이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고 돈을 모아 사용시간을 따로 사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다면 말이다. 빌게이츠는 굉장히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스런 아이였다. 얼마나 부모와 부딪혔는지 온가족이 함께 심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기까지 했다. 부모는 그런 빌게이츠와 여전히 소통하고자 했고, 그들이 할수 있는 최선으로 아들을 지지해줬다. 대학조차도 중간에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했기에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는 그런 그의 결정을 지지할뿐 그의 선택을 나무라지 않았다. 선택과 책임은 그의 몫이었다.
나중에 그는 그런 지지를 보내준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자녀교육은 이런 것이다. 자녀를 나와 다른 인격체로 보고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하고, 홀로 독립할수 있도록 믿고 지지하는 것이다. 아이를 조종하고 부모가 계획한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만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신뢰해 줘서 자녀 스스로 인생의 주체로 서게 돕는 교육이 독립육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