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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미 Apr 12. 2016

인생은 역시 타이밍

#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바꾸다

아! 여기가 법무사 사무실이 아니군요. 제가 잘못 들어왔네요.


직감적으로 나는 그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왜 여길 들어왔냐고 캐묻지 못한 채 남자가 나가는걸 확인하고 교실로 들어와 남은 책상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순간 시커먼 무엇인가가 화다닥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몸을 돌리자 아까 나갔던 그 남자가 몸을 숙인채 오리걸음으로 복도를 눈길을 피해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이봐요. 당신!   

 후다닥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난 후 남자는 어디에도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바로 큰 도로변인데 방향은 4방향... 어둠속에서 숨을 곳도 많았고 어디론가 또 다른 거짓말을 해서 매장으로 들어갔을수도 있었다.

찝찝한 기분에 뭘하러 들어왔을까 다시 사무실에 돌아왔을때 나는 문쪽에 걸려진 내 핸드백에서 지갑만 없어진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오늘 받은 수업료랑 아이들 주려고 사 놓은 상품권등 거의 백여만원어치의 현금이 고스란히 날라간 것이다.  그 지갑은 몇 달을 모아 설레는 맘으로 샀던 내 워너비 명품지갑이었는데... 눈 앞이 핑 돌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벌써 도망갔을게 뻔한 그 50대 남자는 닥스 자켓에 머리는 기름칠로 올백으로 빗어넘긴 멀쩡해 보이는 중년이었다. 말도 안되는 출입문으로 들어와서 마치 학부모 상담을 하러온것처럼 들어와서는 옆 사무실에 온거라고 둘러댔을 때부터 의심하고 경계했어야 했다.

아. 어떻게....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나?    

 

 112에 신고접수를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로변 가게들을 돌면서 CCTV가 있는지를 확인하러 돌아다녔다. 1시간쯤 지나자 동네 지구대에서 신고를 받고 찾아왔고, 단번에 이런 좀도둑들은 잡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했다. 왜 경계하지 않았냐는 화나는 부채질까지 하는 통에 속이 더 상했다. 당연히 그 도둑놈은 잡히지 않았고, 나는 돈도 잃고, 각종 신분증과 카드를 다시 발급받아야 했고,  산 지 1주일밖에 안된 아까운 지갑이 생각날때마다 그 순간이 떠오르며 미쳐버릴것 같은 상상에 휩싸여야만 했다.


 이것은 벌써 4년전 이야기다.

 나는 이 일 후에도 여러가지 타이밍을 놓쳐서 손해난 일도 많고, 안타까운 일도 많았다.

물론 타이밍이 딱 맞아서 행운인 일도 있었지만 ... 사람의 기억이란게 운이 좋았던 것들은 쉽게 잊혀지고, 내가 당한일, 내게 손해가 된 일들은 기억에서 없어지지도 않고 자꾸만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편집기능이 있다면 다시 맞춰보고 싶은 절망과 후회로 머리를 쥐어 뜯게 한다.

 

 나는 이때 도난신고한 일이 연결이 되어서 계양산지구대 소속 '생활안전협의회' 청소년 지도 운영위원직을 2년간 하게 되었다.  경찰서에서는 도둑놈은 못 잡아주고 대신 나를 지구대 청소년 교육담당 봉사직에 이름이 올리게 한 인생의 에피소드 한 편이다.

 

 4년이나 더 묵은 기억을 다시금 꺼내 '인생의 타이밍'을 논하게 한 계기는 어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스피치 스타강사 김미경의 강연회가 또 발단이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몸에 노화가 일어나니 판단력을 실행하는게 젊은 날 같지는 않지만, 20대때보다 더 용감하게 무엇인가를 해보고 죽고 싶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정성을 기울이는 40대의 나의 몸이 기특하기만 하다.  

 2011년 당시 TV방송으로 <파랑새>라는 컨셉으로  20분정도 강연을 하던  김미경강사의 입담에 첫 눈에  반해서  그녀가 설파하던 많은 독한 말들을 내 딴에는 실천하고 도전해 볼 용기를 더 얻었었다.  그 시절 내 일기장에는 그녀의 독설에 깜짝놀라 다시금 꿈을 세우는 강력한 '정신무장의 시간'을 갖고 책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이 적혀 있었다.

 5년이 지난 2016년 2월 25일  나는 이 꿈을 이뤘고, <나도 가끔은 위로받고 싶다>의 제목으로  인생역경을 견디고 희망멘토로서 성장하고 있는 감성에세이 동기부여 작가가 되었다.

 전국을 순회 강연중인 김미경선생님에게 "당신의 멘토링이 파랑새가 되어 내게 왔습니다" 멘티의 꿈성장을 자랑스럽게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저자 사인을 정성껏 담아서 선물로 챙겨 이른 아침부터 바삐 강연장을 찾아 갔다.

 벌써 앞자리는 다 차서 혼자간 나는 쭈뼛거리며 자리를 찾고 돌아다니다가 중앙 통로쪽에 무대와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지만 '만약 통로쪽으로 혹시 강사가 지나다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1%의 기대를 담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는 잡았는데 3시간이나 버티려면 화장실을 다녀와야 될 것같은 마음에 불안했다. 일행도 없는 나는 자리를 잡아놓고 소지품을 놓고 갈수도 옆사람에게 여기 좀 기억해 달라 할 수도 없는 마음에 한동안 참고 있었다.

 강연이 임박하자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때 무대의 MC가 강연이 시작되기전에 용무를 다보고, 휴대폰도 매너모드로 변경해 달라는 말과 함께 앞자리부터 채워 앉아 달라는 안내멘트를 했다. 마음속에서 고민고민하고 있던 차에 나는 '화장실에 다녀와서 앞자리쪽으로 이동하자'는 생각으로 벌떡 일어났다.

 인생 타이밍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 되었다.  시도는 좋았으나 현실은 내 생각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엄청 빠른 동작으로 화장실을 다녀왔다고 생각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은 더 빨랐다. ...

 다시 돌아온 강연장에는 단 몇 분만에 만석이 되어 그나마 있던 자리는 찾아 볼 수도 없게 되버렸고,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은 자리는 강연자가 그래도 점처럼 보이지 않는걸 감사해야 할 그런 자리였다.

       '설마 무대 아래로 내려올 일은 없겠지...'

 3짜리 강연은 예상대로 1,2,3부는 후원 업체의 광고와 함께 도움정보들을 듣는 시간이었고 지쳐갈때쯤 김미경 멘토님이 환호를 받으며 강연장에 올라왔다. 여전한 입담과 연륜으로 '독한 언니' 답게 청중들과 수다떨듯 재미있는 강연이 진행됐다. 그런데 강연이 40분쯤 접어들자 갑자기 김미경쌤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중앙통로의 사람들에게

5년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답을 주고 받으며 마이크를 들고 쭉 내려오더니 내가 처음 자리를 잡았던 그 자리에서 앞사람에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을 제일 길게 했다. 그 틈에 그 줄에 있던 한 여성은 카메라폰을 들고 김미경쌤 옆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까지 찍는 과감한 행동을 했다.

 이 와중에 사진까지 찍자고...하하하


 그 강사에 그 청중이라고.... 주변 시선에는 상관도 하지않고 이 용감한 열혈팬은 김미경쌤과 대문짝만하게 얼굴을 맞대고 사진까지 찍는  엄청나게 멋진 하루가 됐겠지만 나는 이 상황을 보며  눈에서 불이 꺼지고,  머리속이 멍해져서 결코  지울수가 없는 후회막급의 타이밍이 되버린 순간이었다. 울고싶은 맘~ 아! ㅠㅠ ᆢ

 김미경강사님은 시간이 촉박한듯 서둘러 1시간강연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바삐 무대 뒷문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가 버렸다.

 모든 청중들은 스타강사가 무대를 떠나자 다들 끝났다는 얼굴로 일어나 퇴장했다.

 관계자에게 가져간 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한 뒤 허탈하게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내 머릿속에는 그때 자리를 바꾸지말고  내가 화장실을 좀 참을것을...옆 사람한테 내 자리 좀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고 갔다면 저 마지막 인터뷰는 나와 김미경 멘토님이 눈을 마주보며 했을텐데... 내가 그 때 왜 그랬지?  하는 심란한 마음소리를 메아리처럼 들어야만 했다.


인생의 순간은 절대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은 정말 타이밍이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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