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이모 Apr 21. 2021

콩포트는 사랑입니다

한살림 요리 교실에서 배운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손재주가 별로다.  요리에도 자신이 없다.  모양도 맛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만두를 빚어도 떡을 굴려도 예쁘질 않다.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그래서 시간 여유가 생기면 꼭 요리를 배워보고 싶었던 것도 그 이유다.  내손으로 예쁘고 맛나게 무언가 만들어서 나누고 싶었다.  


그렇다고 애들 둘 키우면서 부엌과 아주 담쌓고 산 것은 아니다.  가끔은 맛있다는 칭찬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내 실력은 스스로 아는 법. 조금이라도 빨리 음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제대로 된 식재료와 조리법을 배워 업그레이드된 밥상을 차려내고 싶었다.


한살림에서 운영하는 요리강좌 등록은 우연히 이루어졌다.  한살림 조합원이 된 것은 올해로 20년째,  이곳 매장도 가끔 이용했지만 지하 요리공간에는 관계자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11시 조금 지나 장을 보고 나오는데 직장인 서넛이 점심식사를 할 모양새로 지하 계단실로 들어갔다.  호기심을 갖고 '한살림 요리공간'에 대한 포스터를 보니 공정무역 커피도 판다.  테이크 아웃 한잔 받아 오려고 내려갔는데  활동가 (한살림에서는 매장 등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이렇게 부른다) 님의 도움으로 수업 일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또 제로 페이에 대해서도 잘 알려 주셔서 10 퍼센트 할인의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등록을 한번 해보자 하게 된 것이다.


월요일 오전에 떡과 전통 한과 강의, 금요일 오전에 쿡미애샘의 매일 반찬 강의를 5주간 들었다.   삶은 콩과 밤을 듬뿍 넣고 만드는 콩 찰떡,  맵쌀가루와 찹쌀가루를 1;4로 섞어 봄 향기 가득한 쑥을 넣어 찌고 거피팥 (껍질을 벗긴 팥)으로 소를 만들 넣은  쑥 단자, 육포도 만들고 과일을 넣은 찹쌀떡도 만들어 보았다.  


반찬은 고등어 추어탕, 맛집 콩나물 불고기, 강원도식 곤드레 밥 등 2시간 반의 강의 동안 네, 다섯 개의 레시피를 배우고 또 맛보며 조금 분주하지만 알찬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5주간, 10회 수업을 받고 이런 거 꼭 해봐야지 하고 기억에 남아 실천해 본 것은 딱 두 가지 밖에는 없다.  .


1.  리스 (wreath, 화환) 부침개


리스는 목에 거는 화환이나 크리스마스 때 문 앞에 걸어두는 둥근 꽃장식을 뜻하는데 그러면 리스 부침개는 꽃으로 만드나요? 나도 처음에는 의아했다.  리스는 재료가 아닌 부침개의 모양. 바싹한 부침개의 비결은 바로 이 화환 모양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  


보통 부침개를 하려면 부침가루나 밀가루를 꺼내어 물에 개고 그 가루 물에 재료를 넣었는데, 노노, 그러면 안돼요.  가루물에 재료를 넣으면 밀가루와 물의 비율을 맞추다가 부침개 양 조절이 어렵게 된고 밀가루죽을 팬에 익히는 것 처럼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바삭함은 살리는 비결은 재료에 밀가루를 직접 묻히는 것이다.  즉 야채, 고기, 해물 등 부침개에 넣을 재료에 마른 가루를 뿌리고 손으로 섞어준 다음 분무기나 숟가락 등으로 물기를 주게 되면 재료 양에 맞는 부침가루 옷을 입힐 수 있다.  


그리고 큰 프라이 팬에 꽉 차게 부침개를 부치면 바깥은 타고 속은 덜 익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 팬을 달구고 부침개 재료를 한수저씩 떠서 팬 바깥쪽에서 익히면 크리스마스 리스 (Christmas Wreath)처럼 예쁜 리스 부침개가 탄생하고 이렇게 접시에 놓으면 한 사람씩 나누기도 좋다^^.


세발나물, 냉이, 호박 등이 들어간 봄나물 부침개.  팬의 가장자리에  둘러가며 한 스푼씩 한번에 먹기 좋은 크기로 부침개 재료를 익히면 골고루 바싹하게 부쳐지고 나누어 먹기도 편하다.  부침개나 전은 김밥발에 올려서 수분과 열기를 날려준다.


2. 콩포트


" 콩포트 (Compote) : 과일을 설탕에 조려 만든 프랑스 디저트로 우리나라의 잼과 유사하다.  (두산백과)"


잼은 가끔 만들었지만 콩포트는 단어부터가 생소하다.  수업에 사용된 과일도 낑깡이라고도 불리는 금귤. 아주 오래전에 먹어보고 식감이 별로라 따로 구매한 적이 없다.  그런데  브런치 북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1화 'Having a bad hair day'를 쓰게 한 바로 그날,  2020년 3월 15일 요리 수업에 어렵게 갔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 갈까 했던 때,  강사님께서 직접 담그신 금귤 콩포트로 차를 만들어 주셨고 그 덕에 그날 수업을 끝까지 잘 들을 수 있었다.


그 덕이란 처음에는 일단 눈으로 보았을 때 주황색의 밝고 반짝이는 금귤이 연두색 허브 잎새와 함께 참 예쁘다.  입으로 가져가면 새콤한 따스함과 달달한 포근함이 같이 느껴진다.  마지막 한모금에는 허브잎도 함께 들이키고 잠시 잔을 내려놓았다가 심호흡을 깊게 하고 찻잔 바닥에 남은 금귤 콩포크를 입에 넣으면 이건 '삶의 의지를 되살리는 맛'!  눈에 웃음표가 뜬다.


이렇게 배운 금귤 콩포트.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살림 금귤 500g 4봉을 사니 한봉에 45알 정도, 약 180알이다. 식초물에 담가 깨끗이 씻고 흐르는 물에 행구어 말린 후 꼭지를 하나하나 따 준다. 금귤의 35-50% 의 설탕을 넣어 잘 섞어 준 다음 하룻밤 재워 당침을 한다.  어느 정도 설탕이 녹은 당침 금귤을 냄비채 불에 올려 끓임다. 이때 소금과 올리고당은 끊이기 전에 넣어준다.  껍질이 투명해질 때까지 끓인 후  저장 용기로 옮긴다...  맛이 나쁘지 않다.


첫 금귤 콩포트를 만든날 점심때 코로나로 오랫동안 못 만난 친한 후배를 보게 되었다.   지난 주에 못챙긴 생일도 축하해 줄 겸 손글씨 카드를 준비하고 콩포트 몇알을 작은 병에 담았다.  


후배 동네 유명 손만둣국집에서 정갈한 식사를 대접받고 후배가 바스락 거리는 종이신문과 향긋한 커피를 즐긴다는 창이 큰 카페로 갔다.  커피와 디저트가 서빙되고 생일 축하  카드를 내미는데 콩포트 병을 꺼내야 하나 어쩐지 손이 부끄러웠다.  이런 볼품없는 설탕에 조린 과일 이라니, 그냥 가져갈까...  그래도 가져온 거니 에코백에서 조심스레 꺼내 테이블에 놓기가 무섭게,  '언니, 이거 유럽에서 엄청 비싸게 팔아요' 하며 예상외로 좋아해 준다.  배부를 타이밍인데도 뚜껑을 열어 내 앞에서 몇 개 입에 놓고는 진짜 맛있단다.   나는 한살림 요리 공간 강사님께서 한알 씩 넣은 음료를 주실 때마다 '콩포트는 사랑이에요' 라며 약간 오버를 하신다고 무심한듯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 날 그 후배는 금귤 콩포트와 함께 점심을 맛있게 했다고 인증샷과 함께 '언니 진짜 콩포트는 사랑이에요' 톡을 보내왔다.   진짜 별거 아닌 건데 마음이 전해 지네...  나는 이제 만드는 법도 익혔으니 한번 더 시도해 보려고 한살림 매장에서 금귤을 찾았다. 그런데 더 이상  재고가 없다는 소식...  다행히 함께 강좌를 듣는 분의 소개로 제주도 농장에서 직접 토실토실한 금귤 3kg를 더 구할 수 있었다.  이번 아이들은 좀 알이 커서 3kg에 167알이 들어있었다.  같은 방법으로 식초물로 닦고 씻고 꼭지를 따고 말리고 추가로 주문한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으로 당침을 한 후 콩포트 만들기 도전, 이번에는 가열 초기에 올리고당을 잘 섞어 탄 부분도 하나 없고, 과일도 토실토실, 조린 상태도 둥글고 선생님이 만드신 정과와 모양이 조금 가까워졌다.  한살림 금귤과의 차이라면, 크기 때문인지, 한살림 금귤 정과는 씨까지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데 이번 금귤은 씨앗이 간혹 입에 걸린다.  그래도 훌륭하다!



나만의 슈필라움에서 금귤 말리기 그리고 재활용병을 소독해서 콩포트 담기


이렇게 달콤 새콤한 홈메이드 비타민C,  가정에서 일터에서 조금은 피곤한 상태로, 그래도 건강한 먹거리 만들어 보려고 찾아온 수강생에게 늘 넉넉한 미소로 한컵씩 건네며 "콩포트는 사랑이에요." 하던 강사님의 말이 더 이상 오버로 들리지 않는다.  원가가 비싼 것도, 만들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며  요거 한알 입에 넣어 그 누군가가 조금만이라도, 잠시만이라도 행복했다면 콩포트는 사랑이 맞다.


이렇게 두어 가지 한살림 요리공간에서 배운 것을 정리하는데, 또 다시 드는 생각, 누가, 굳이 이런 것에 관심 있다고 글을 쓰고 사진을 보정하나... 2주 정도 글을 묵혔다.  그러다 어제 강원도에 사는 조카의 방문, 남대문 시장과 서울로 7017 근처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도 사고 맛집도 들렸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옷가게를 시작하는 조카에게 응원의 마음을 담아 콩포트를 한병 건넸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데 입에 맞을까?


 기대를 안 했했는데 조카가 서울 나들이가 정말 즐거웠다는 톡과 함께 디저트 카페 하는 언니가 너무 맛있어 한다며 레시피를 달란다.  그래, 이렇게 기록해 놓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용기를 내어 이번 꼭지도 마무리한다.  요리 선생님은 계피나 레몬즙도 말씀하셨는데 나는 깔끔하게 금귤만 들어간게 좋다.


조카님~  레시피는  금귤 손질, 금귤:설탕 비율 6:4, 하루저녁 당침, 올리고당 소금 넣고 껍질이 투명해질 때까지 조리기, 병에 담기. 끝!  혹 민트 화분을 키울 수 있다면 신선한 잎을 그때그때 따서 곁들이는거 강추.


한살림 요리공간에서 매주 월, 금 5주간 수업을 받고 내가 배운 두 가지. (수업은 정말 근사한데 학생의 능력 부족으로 겨우 두 가지만 익히게 됨).  리스 (Wreath) 부침개와 금귤 콩포트 (Compote).   수업 받은 프로그램에 비해 익힌것이 적은가 싶지만 이 두가지 조리법만 잘 응용해도 식탁이 훨씬 깔끔하고 풍성해 질 것이다.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배운 게 한 가지 더 있다.  "콩포트는 사랑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