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Eliot의 장편시 황무지 (The Waste Land),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April is the cruelist month)이라는 표현은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매일 새로운 꽃과 잎들을 키워내고 바쁜 새소리들의 활기찬 아침인사를 보내주고 봄비에 대지와 그 속에 사는 생명들의 새 기운을 담아 매 순간 황홀한 향기의 축제까지 매일 조금씩 길어지는 하루지만 해가 지면 하루가 언제 이렇게 빨리갔는지 아쉬웠고 이렇게 마지막 주가 되니 4월과의 이별이 너무나 싫다.
4월과의 이별 어쩐지 무겁게 다가와 오늘은 두어 시간 서울로 7017, 명동, 남산을 걷기로 했다. 비 온 뒤의 하늘과 공기 그리고 유치원에 가려고 세수를 한 것 같은 맑은 얼굴의 꽃과 나무들 모든 것이 반갑고도 아쉽다. 4월과 이별하는 오늘은 4월 30일. 어쩐지 10월과 닮은 4월을 이제 한 걸음씩 걸어 내 주위에서 함께 4월을 맞고 또 보내는 모든 길과, 가게와, 꽃과, 나무, 공원의 고양이들, 산책 나온 강아지와 사람들, 건물과 그 불빛들과 함께 고마운 4월을 돌아보며 작별을 고했다. 10월이 올 때까지 5, 6, 7, 8, 9월 덥고 치열할 것 같다. 또 복잡할 것도 같다. 그래서 오늘, 2022년 4월의 마지막 날이 너무 특별하고 지난 30일간 열어준 자연의 축제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4월과 100가지 방법으로 조용히 이별을 고하고 4월과 이별하는 101번째 방법으로 내 주변을 두발로 꾹꾹 걸으며 4월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낸다. 새로운 일이 생기고, 텃밭이 생기고, 처음 상추를 수확을 했던 올 4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2022년 4월님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