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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화 낯선 집으로의 초대

말레이시아로 홈스테이 하러 고고!

by 글둥지


대학시절 한국으로 교환학생 온 말레이시아 친구와 단짝이 되었다.

그 친구가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며 지냈다. 친구는 언제든 자신의 나라로 놀러오라고 말했다. 몇 년이 흐른 후 엄마와 내가 여행지를 고민하던 중 그 친구의 집이 떠올랐다.


“혹시 너희 집 놀러가도 되? 우리 엄마랑 같이!”


나의 돌발 요청에 친구는 흔쾌히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렇게 우린 한 번도 밟은 적 없는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나의 친애하는 한국의 모녀를 우리 집으로 초대합니다!’


사실 영어를 못하시는 엄마가 연결고리가 없는 나의 현지 친구 집에 놀러가면 괜히 불편해 하거나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 홀로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나를 통해서가 아니면 엄마가 외국 친구 집에 놀러가보는 경험을 인생에서 해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엄마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 모녀여행으로 해외 친구 집 놀러가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엄마는 엄청난 오픈 마인드시다. 무엇이든 오케이!~ 해보지 뭐~ 라는 성향.)


5박 6일의 말레이시아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친구가 이끄는대로 친구 집, 친구의 친구 집, 친구의 조부모님 집들에 차례로 머물면서

완전 ‘현지 (가정집) 홈스테이 여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지 친구와 다니는 여행길은 우리가 단지 자유여행이나 패키지여행을 했더라면 하지 못했을 다양하고 생소하며 낯설지만 특별한 일들로 가득하였다. 우선 여행지부터가 책자에 소개된 유명 여행지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많이 머물고 다니는 곳들이 더 많았다.

일상적으로 가는 아침식사를 위한 백반집, 식당 근처 호숫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놀이터, 오래된 역사가 고스란히 베어 있는 골목길과 거리의 시장들.

더욱이 친구의 자가용을 타고 말레이시아 끝 남단에서 끝 북단까지 로드 트립으로 여행했기에 친구의 이야기와 더불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말레이시아 현지에 대해 풍부하게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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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렀던 친구의 집]




무엇보다 현지 친구와의 여행에서 가장 소중하게 얻어온 것은 다름 아닌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이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지 가정집에서 만난 다양한 말레이시아 사람들이었다.

친구의 조부모님 집은 엄청난 규모의 전원주택으로 뒷 마당에 큰 망고나무가 있었고 할머니가 직접 해준 나시고랭은 식당에서 파는 맛과는 다른 느낌으로 맛있었다. 한국에서 손녀 친구들이 온다고 조부모님 뿐 아닌 친척, 사촌들도 하나 둘 집에 모여주었다.

어른들은 살갑게 이야기를 나눠주었고 아이들은 주택에서 거침없이 뛰놀며 한국에서 온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다 이내 친근하게 같이 놀아 달라 하며 다가왔다. 자연과 어우러진 조금은 한적한 시골집이 한국에서의 나의 조부모님 시골집 모습과 닮아있었다.

서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밤 늦게까지 이어진 저녁식사에 하나둘 아이들은 잠들어 버리고 히잡을 쓴 사람들 틈 속에 서로의 모습은 달랐지만 왜인지 한국의 명절 때의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가 마지막 날에 머문 친구 사촌언니 집에선 아침에 우리에게 정성스레 바나나 잎으로 싼 아침밥이 있었고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아이들 준비해주랴 손님인 우리를 챙겨주랴 바쁘게 움직이는 언니네 모습이 한국에서의 우리 가정집 모습과 똑같았다. 다들 먹고 살기 위해 부지런히 사는 모습은 한국이나 말레이시아나 다를 게 없었다. 그런 모습들 덕분에 '문화가 달라도 사람 사는것은 다 비슷하구나!'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서로 닮아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 또한 비슷한 생각과 감정들을 느꼈다고 하셨다.


엄마도 생전 처음 외국인 친구가 생겼고 친구의 부모님과도 친구가 되었으며 낯선 문화를 현지에서 받아들이는 방법과 세상을 넓고 사람은 다양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다고 했다.

가끔은 나의 도움으로 부모님이 해보지 못한 또한 앞으로 스스론 할 수 없을 특별한 경험들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함께 하기 Tip>

우리 세대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대학 프로그램과 외부 대외활동으로 다양한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는 그렇지 못했다. 가끔은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경험들을 부모님에게도 소개하거나 함께 도전해 보는 것도 부모님 인생에 큰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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