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다 힘든 게 육아라지만, 쉰 살 아빠는 웃습니다

체력은 방전되어도 마음은 충전되는, 늦깎이 육아의 미학

by 귀촌 아빠

얼마 전 유튜브에서 류현진 선수가 가족과 함께 나오는 예능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야구 vs 육아, 무엇이 더 힘든가?" 이 질문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숨도 안 쉬고 대답했다. 육아가 백배는 더 힘들다고. 천하의 메이저리거가 혀를 내두르는 그 장면을 보며 빵 터짐과 동시에 묘한 위안을 얻었다. '아, 육아의 난이도는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가혹하구나.'

1.png 출처 : KBS예능 살림남


아내와 나는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곧 다섯 살, 우리는 곧 쉰 살. 아이와 정확히 10배수의 나이 차이가 난다. 때로는 이 커다란 간극이 아이에게 미안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하지만 육아의 세계는 참 재미있다. 아이의 나이에 맞춰 부모의 인간관계도 새롭게 재편되기 때문이다. 아이 친구의 부모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열 살, 많게는 띠동갑 이상 어리다. 덕분에 나는 그 젊은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형님' 대접을 받으며 육아라는 공통분모로 어울리는 뜻밖의 즐거움을 누린다.


최근 육아휴직 중임을 알게 된 젊은 아빠가 내게 물었다. "형님, 솔직히 일하는 것보다 육아가 더 힘들지 않으세요?" 나는 사회 생활로 다져진 반사신경으로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말해 뭐해, 일하는 게 훨씬 편하지. 육아는 진짜 보통 일이 아니야."


하지만 좀 더 솔직한 내 마음을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 좋다. 작디작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4살 아이만의 엉뚱한 상상력을 듣는 시간이 좋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내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의 체온이 따뜻해서 좋다. 먼저 출근한 아내가 식탁 위에 남겨둔 간식을 아이와 나눠 먹으며, "오늘 어린이집 안 가고 아빠랑 놀래"라고 말하는 그 달콤한 유혹도 나에겐 벅찬 감동이다.


물론 가진적 없이 자기애가 넘치고 자아실현의 욕구가 불타오르던 30대 초반의 내가 육아를 마주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처럼 이렇게 여유를 부리지는척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 시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조급해하고 억울해했을지도 모른다.


비록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아 몸으로 놀아주는 게 버겁긴 하지만, 마음의 그릇만큼은 넓어진 나이. 이것이 바로 '50세 육아'가 가진 건강한 장점이 아닐까. 조급하지 않게,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줄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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