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질 업무와 떠나는 마음 사이

육아휴직 카운트다운

by 귀촌 아빠

오전까지는 자잘한 미팅들이 이어졌다. 다음 주에 있을 꽤 비중 있는 미팅을 위해, 나의 소임을 다하고자 꼼꼼히 인수인계 자료를 넘겼다. 아직 내 손을 거쳐야 할 소소한 일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남은 9일이라는 시간 안에는 빠르게 정리될 것이다.


흔히들 조직은 '생물(生物)'과 같다고 한다. 내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 조직은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빠르게 꿈틀댈 것이고 나의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잊힐지 모른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그 속도감을 체감하니 약간의 씁쓸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나는 지금, 아무도 인식하지 않는 혼자만의 해프닝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담담하게 떠나는 시간을 감당하면 될 것을, 굳이 스스로에게 "아쉽지 않니?"라고 물으며 아쉬움을 강요하는 연극. 그렇게라도 해서 지난 15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내가 이곳에 꽤 진하게 존재했음을 스스로에게 확인받고 싶은 마음일 테다.


아쉬운 마음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역설적이게도 떠날 때가 되니 매일 반복되던 루틴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동료들과 나누는 아침 인사, 커피 한 잔에 섞여 드는 수다, 팀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회사의 내년 매출과 희망을 함께 고민하던 그 '적당한 스트레스'마저도.


치열하게 내년을 설계하는 동료들 틈에서, 나는 이제 다른 종류의 내년을 준비한다. 남은 시간은 단 9일. 조직에서 잊히는 두려움보다는, 이들과 함께했던 뜨거운 온도를 기억하는 데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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