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경 방호복 간호사가 왔다. 퇴원 짐 챙겨 주러 왔다고 한다. 입원할 때의 모든 짐들은 2중 포장되어 그동안 풀지 못하고 있었는데 퇴원하는 짐들과 함께 다시 챙겨 준다. 집으로 입고 갈 옷과 신발을 아내가 가지고 오기로 하여 완전히 새로운 옷들로 입고 나가야 한다. 이곳에서 사용하던 침대 시트, 물품들은 별도 소각하거나 처리된다 한다. 내가 사용하던 여분의 물건들, 마스크, 컵, 크리넥스, 물 티슈 등은 엊그제 새로 오신 할머니께 기증해 드렸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 드렸다.
방호복 간호사께서 퇴원하더라도 마스크는 특별히 꼭 쓰고 다니시라 조언한다. 그동안 고농도 약물 치료제 사용으로 내 몸의 백혈구 중 호중구 수치(ANC)가 혈액 1ul당 580개로 낮아 감염 위험이 높다 한다. (※정상수치:2000~7500)
바이러스 전투 약물 공습으로 인한 백혈구 중 호중구(ANC) 손상을 많이 입었던 것이다. 이는 주로 암 치료 환자에게 일어나는 현상과 유사한 현상이라 한다.
퇴원 전 1시간 전 주치의가 방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수치 판단은 양성(35)이지만 전염력이 거의 없어 퇴원해도 좋을 만큼 상태 '쾌청'이라며 11시에 집으로 가셔서 회복하셔도 좋습니다.
"백혈구 호중구 수치가 갑자기 떨어진 것이 염려되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단순히 숫자로 보면 그렇게 생각 해실 수 있겠지만 스테로이드 등 복용 약물이 많아서 떨어졌는데 퇴원하면서 복용약이 조절되면서 회복시켜 나갈 겁니다. 앞으로 회복 기간에 오히려 환자분께서 다른 세균성 질환에 감염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백혈구 주변의 호중구 숫자를 높이려며 어떻게 해야 사는가? 라는 물음에서 퇴원 한다.
"여기 '확진환자 격리 해제 시 생활수칙 안내문'을 잘 보시고 2주 뒤에 전화 외래진료 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진 덕분에 치료 잘 받고 좋은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대장 교수 주치의(Dr. KSC)가 돌아가고 나서 방호복 간호사가이동하자는 안내를 했다.
"지하 3층 별도 격리 통로 엘리베이터 앞 주차장에 보호자분의 차량이 도착되어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신발 위에 방호 덧신을 신고 저희들과 함께 내려가면 되십니다."
입원 29일 만에 처음으로 땅을 밟는 순간이다. 마치 우주인이 우주 유영하다 지구에 귀환하여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느낌이랄까? 두 발바닥이 찌릿찌릿 약한 전기가 통하는듯한 느낌 있지만한발 한발 앞으로 전진해본다. 균형감각이 약간 흔들리지만 주변 시설물 들을 보조 삼아 7층 중증 격리실 문 앞에 나왔다. 그동안 머물렀던 방은 3호실이었다. 이내 다시 들것에 누워야 했다. 이리저리 복도를 지나 별도 격리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켜 지하 3층으로 출발했다.
한 달 만에 만나는 가족들이다. 따뜻한 가족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하고 나니 지하 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아내와 딸이 나왔다. 포옹하려는 순간 안되지 하는 생각과 함께 눈인사와 말 인사로 대신한다.
"여보 수고했어"
"아빠 수고 많았어~^^"
"지금까지 함께 해주어 너무 고맙구나"
우리 가족이 함께 탄 승용차는 지하주차장을 빙그르 돌아 지상으로 나오면서 봄처럼 눈부신 햇볕에 스르르 눈이 감긴다.
"이 얼마 만인가? Thank you GOD"
지하3층 가족 대기 차량이 있는 엘리베이터 에서 나오는 필자.
집에 도착하니 베란다 유리창에 부착된 웰컴 보드가 반갑다. 아이들이 준비해두었다는 단체 티셔츠를 갈아 입고는 한상에 둘러앉아 먹고 마시는 가족 식사가 시작되니 집에 온 실감이 온몸에 전율로서 느끼져 온다.
집에 돌아온 아빠를 환영하는 월컴보드(좌),아빠의 퇴원 희망을 도우기 위해 주문해 두었다는 가족 단체 티셔츠로 갈아입고 집밥 식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