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몰라서 못쓰는거 아니잖아요?
솔직히 몰라서 못쓰는거 아니잖아요?
아! 서론은 사실 푸념과 주저리이기 때문에 몇 화에서든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1) 현업과의 소통
2) 동료, 상사, 웃어른과의 소통
1) 이니시에이팅
2) 거절하는 상황
3) 꾸짖을 "갈"
참 아이러니 하지만 회사는 감정을 철저히 절제해야 하는 곳인 동시에, 감정이 가장 상하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본인이 생각할 때, 회사에서 "감정"이나 "기분"이 상하게 되는 요소는 "말"과 "텍스트"에서 온다. "말"과 "텍스트", 그리고 이를 포함하는 "대화"에서 업무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며, 요청과 응답, 산출물이 나오는 만큼
여러 회사들이 작성하는 채용공고 자격요건에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매번 강조한다.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표현이 있듯이, 이제 우리에겐 말을 꺼내는 것 뿐만 아니라, 꺼내기 전 다듬는 것 까지 중요해진 것이다.
쿠션어에 대해서 찾아보니, *일본에서 ビジネス枕詞(비지니스 베게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예시를 들자면, 무언가를 요청하기 전 "죄송하지만, 실례지만, 다름이 아니라"같은 성격의 말을 덧붙여 말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완곡 어법인 것이다. 나는 이 완곡 어법이라는 단어를 "정중함"에 빗대어 표현하고 싶다.
본인이 이글을 왜 쓰게 되었느냐? 왜 뜬금없이 쿠션어라는 단어를 가져와서 뜬 구름을 잡는 것인가?
비개발자를 위한 개발 용어 학습 & 주니어 회사팁 블로그 아니었나요?
네. 회사팁에 해당 됩니다. 제발 사용해 주세요! 07화 끝
이 쿠션어의 사용 유무 만으로 대화의 부드러움과 유연함의 정도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
1) 현업과의 소통
현업은 보통 격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인사팀 담당자가 앞뒤 없이 이니시에이팅을 하면,
Q1. 안녕하세요, 비전님.
A1. (오.. 뭐야 나 뭐 잘못했나?) 네.
Q2 비전님, 인사팀 ㅇㅇㅇ입니다.
A2. (오.. 나한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네..? 무슨일 있으신가요..?
'헉, 뭔가 나한테 이슈가 있나?' 라는 생각때문에 방어적으로 대화하게 되거나, 회신이 한없이(...) 늦어질 수가 있다.
본인은 그래서 사전에 타 부서 분들과 일정 수준의 라포(rapport)를 형성한 후에 쿠션어를 뒤섞은 이니시에이팅을 하곤한다.
2) 동료, 상사, 웃어른과의 소통
타 부서 뿐 아니라 우리는 동료, 선배님, 직속 팀장님, 실장님, 때론 본부장님과 더 나아가 대표님하고도 대화할 일이 생긴다. (웃어른이란 그런 직책자 분들을 퉁쳐(?) 표현해 본 것이다.)
본인은 아직도 어렵지만.. 본인의 연차와 상관없이, 쿠션어의 사용과 정중함은 (오히려 연차와 직책이 높은 사람일 수록) 그 사람을 멋지게(!) 만들어 준다고 항상 생각하고, 믿고있다.
어렵지만, 해야한다!
세상은 얄궂다. 어렵지만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웃어른 분들께야 말로 쿠션어와 정중함은 빛을 발하는 법이다.
모든 상황에서 써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사실 안쓴다고 업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했을 때 업무에 상당히 큰 효과를 내는 윤활제가 될 수 있다.
1) 이니시에이팅
EX1. 안녕하세요, 비전님, 점심은 드셨어요? 일 많이 바쁘실텐데 여쭤볼게 or 말씀 드릴게 or 논의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상대방이 바쁘다는 상황 설정은 매사 디폴트로 정해놓는 것이 좋다. 이리저리 복잡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의 경우(..) 불쑥 불쑥 연락을 하는 것 자체가 본인을 바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런거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EX2. 비전님~ 혹시 커피 드셨어요? 오늘 괜찮으실 때 사내 카페에 신메뉴 나왔던데 같이 드시러 갈래요?
라고하며 납치하여 구두로 대화를 트는 방법도 있다. 때로는 대화도 코스트가 필요한 것이다.
EX3. 비전님, ㅇㅇㅇ 공지 or 메일 보셨을까요? 이거 비전님이랑 얘기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요!
상대방에게 따봉을 드리며 말을 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2) 거절하는 상황
이니시에이팅이 요청과 문의를 위해 말을 꺼내야 할 상황이라면, 반대로 거절의 상황에서도 쓰일 수 있다.
EX1.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EX2. 주신 메일과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EX3. 저도 놓치고 있던 부분인데, 먼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EX4. 그렇게 말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거절을 할 때, 이 4가지 문장만 앞머리에 집어넣어도 사람이 나이스해 보인다.
하지만 저 문장들을 넣는다고 해도, 뒤에 나올 거절의 멘트는 명확히 하도록 하자.
"잘 모르겠어서요.." 라거나, "나중에 확인하고 다시 말씀 드릴게요..ㅠㅠ"라는 반응은 또 같은 요청을 받거나, 상대방이 거절인지 아닌지 헷갈리게하는 요인이 된다.
3) 꾸짖을 "갈"
때론 좋지 않은 얘기도 할 상황이 생긴다. 이 상황에도 예외는 아니다.
EX1. 비전님, C라고 작성하신 부분 확인했는데, A가 맞을 것 같다고 팀장님이랑 말씀을 나눠서요~ 이후엔 A라고 작성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충분히 헷갈릴 수 있을 것같아요. 저도 처음엔 어렵더라구요!
잘못된 부분은 초반에 명확히 짚어주고, 이후에는 공감 공격과 "저라도 ㅇㅇ했을 것 같아요~"성의 멘트를 섞어서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이 있다.
EX2. 비전님, A는 B로 해야해요. 실수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하시기 전에 저한테 먼저 물어봐주셔도 좋습니다!
실수로 인해 업무가 크고 작게 틀어지거나, 감정 까지 상하게 될 수도 있다.(하지만 회사에서 적어도 감정은 부리지 말자..)
아주 크게 업무가 틀어진 경우라면 대책 회의가 여러번 필요하거나, 상위 직책자 분의 수습이 필요한 경우 등
리소스가 낭비될 수도 있겠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실수가 아예 없을 순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은 뼈저리게 인정하고,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업무 중 크게 화를 내거나, 감정을 섞는 사람들을 보다보면.. 크게 간과하는 한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도 언젠가는 신입이었고, 초보였다!
감정이 상하는 일이 없을 순 없겠지만, 마지막, 마지막, 그 최종 최최종까지도 안좋은 감정은 업무에서 배제해야한다.
내가하는 말 뿐만 아니라, 내가 "듣는"말에서도 배재할 필요가 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발행했다. 그 동안 이래저래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글 다시한번 써보려구요!
그리고, 이 쿠션어 글은 조회수가 좋으면 한번 더 자세하게 써보고자 한다.
특히 개발자 분들은 이 글을 숙지하여 벽에 써붙여놓도록 합시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