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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is Chung Nov 20. 2016

161101 과르디올라의 대단한 복수

4-0으로 깨진 경기 되갚아주기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를 먹고 삽니다.




이 경기가 글을 쓰는 시점으로는 1개월이나 된 경기이지만, 참고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바르셀로나보다 좋은 선수를 갖고 있지 않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적인 지시로 열세를 극복합니다. 지난 경기에서 아주 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이번 승리는 더욱 값지다고 볼 수 있고요. 



경기의 전반적인 진행을 볼 때 중요한 지표가 몇 가지 있습니다. Action Zone이라는 개념입니다. 어느 영역에서 공이 많이 머물렀는 가를 보는 데이터입니다.  


바르셀로나(파랑)가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공은 중앙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바르셀로나는 공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은 주로 중앙에 머물렀고, 맨체스터 시티 쪽으로 가는 경우나 바르셀로나 쪽으로 가는 경우나 비슷비슷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시티 쪽으로 볼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실바-브뤼네-아게로-스털링의 히트맵(좌),  맨시티 선수들의 태클과 인터셉트 횟수(우).  실바/브뤼네/귄도간의 횟수 주목.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수 배치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시티의 선수들은 적극적인 압박을 위해 앞으로 나왔습니다. 실바, 브뤼네, 아구에로, 스털링, 귄도간, 심지어 수비수인 사발레타까지 앞으로 전진했습니다. 상대방이 앞으로 공을 보내지 못하게 하는 의미가 더 강했다고 봅니다.  



90분간 양팀이 점유율을 잃어버린 지역 표시. 파란색이 바르셀로나, 주황색이 맨시티.



양팀이 볼을 빼앗긴 지역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양쪽 진영 모두 고르게 볼을 빼앗겼지만, 시티는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기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바르셀로나 진영에서 혼전이 많이 일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맨시티의 패스맵.  @11tegen11.twitter



다만 그 때문에 공격진과 수비진 사이의 거리가 꽤 멀어졌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혹시나 상대방이 압박을 이겨내는 즉시 위험한 찬스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는 역습 상황에서, 특히 수비수들이 헤딩을 위해 앞에 있는 세트피스 이후의 상황에서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바르셀로나는 이 점을 이용해 오히려 1-0으로 앞서 나갑니다. 64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요.



바르셀로나의 첫 골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같은 방식을 고수합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측을 해봅니다. 


바르셀로나의 패스맵. @11tegen11.twitter



첫 번째는 바르셀로나의 공격- 미드필더/수비 간의 거리도 멀다는 사실입니다. 시티 선수들이 압박을 잘 하고 있었고, 공도 바르셀로나 진영에서만 계속 돌고 있었습니다. 공격진에게 공이 가면 위험한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잘만 해준다면 그럴 일이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이니에스타의 부재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중요한 변수인데, 이니에스타가 없다면 시티의 압박을 쉽게 뚫을 선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걸 뒤집어 생각해보면, 시티의 압박을 바르셀로나가 버티는 게 쉽지는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상대 실수를 잘 활용한 플레이



과르디올라 감독은 뚝심 있게 본인의 전술을 밀어붙였습니다. 39분, 앞과 뒤가 막힌 세르히 로베르토가 패스미스를 하고, 아게로-스털링-귄도한 순으로 패스가 이뤄지며 골을 기록합니다. 마스체라노는 롱패스로 위기를 뒤로 미룰 수 있었지만, 세르히 로베르토에게 줘서 사이드에 가둬버리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바르셀로나가 갖고 있는 ‘패스’, ‘점유’에 대한 익숙함을 펩이 제대로 찔렀다고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46분에도 유사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점유율 상실(Loss of Possesion) 지역.  전반(좌),  후반(우)


후반 들어서 바르셀로나는 위험한 실수를 전반보다 더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후반이 되면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데, 이럴 경우에는 압박을 하는 쪽이 전술을 유지하기 더 힘들어집니다. 이전 경기에서 주전들을 쉬게 해 준 맨시티 쪽이 유리하지 않았는가 하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압박을 계속해서 하고 성과를 거뒀던 맨시티에 비해, 바르셀로나는 공격이나 수비에서나 그럴듯한 소득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케빈 데 브뤼네 골.



세트피스는 일반적으로 약속된 플레이가 대부분입니다. 골키퍼의 시야를 피해 벽을 살짝 넘겨 차는가, 혹은 벽이 없는 구역 끝으로 공을 보내 키퍼와 영혼의 맞다이를 뜨는 방법이 있는데, 케빈은 후자를 선택했네요. 킥이 굉장히 훌륭합니다. 





맨시티의 오픈 플레이 찬스.      fourfourtwo statzone.


맨체스터 시티의 찬스들은 대부분이 사이드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특이한 점은 힘을 많이 줬던 오른쪽 사이드가 아니라 왼쪽 사이드에서 다수의 찬스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한쪽 사이드에서 주로 공을 갖고 상대를 유인한 후, 비어있는 다른 쪽 사이드에 순간적으로 공을 보내 패널티 박스까지 운반하거나 위험한 패스를 만드는 공격 작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두드러지게 보이는 경향인데, 무링요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가 이런 전술의 대표주자였습니다. 






맨시티 바르셀로나 경기는 아니나, 좌우 불균형 배치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예시.



현대 축구의 선수 간격은 굉장히 좁기 때문에, 이런 배치는 상대에게 굉장히 어려운 선택지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압박을 하기 위해 간격을 좁혀야 하는데, 롱패스를 잘 하는 선수가 있다면 반대쪽의 선수에게 쉽게 넘겨줄 수 있고, 받은 선수는 신나게 질주할 수 있습니다. 단숨에 빌드업 과정이 생략되는 거지요. 알론소가 아직까지 빅클럽의 주전이고, 토니 크로스가 왜 최고의 미드필더이며, 피를로가 왜 그 떨어지는 수비력에도 AC밀란의 붙박이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맵을 넓게 쓰는 선수의 가치는 정말, 정말 중요합니다.






저 경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구사한 전술은 몇 가지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1. 수비수가 빠르고, 대인방어능력이 좋아야 한다.

    2. 압박이 쉽게 뚫리면 안된다. 세밀한 위치 선정이 핵심.

    3. 공을 자기 진영에서 빼앗기면 안 된다.



경기 내에서 볼 수 있는 위험요소는 대부분 이것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스톤스는 62분에 패스 실수를 했고, 하마터면 안드레 고메즈가 득점할 뻔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첫 골은 코너킥 상황에서 압박을 쉽게 뚫어내고, 수비수가 얼마 없는 점을 이용해 패널티 박스까지 손쉽게 공을 몰고 갔기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콜라로프, 오다멘티, 스톤스 모두 발이 느린 수비수들은 아니었기에 선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약점이 무엇인가에서 출발했습니다. 공격수들은 강하지만, 공격수들에게 공이 가지 않으면 바르셀로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만큼 미드필더의 공격 기여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상대 미드필더-수비수가 공격수와 컨택을 못하게 하자. 리스크가 있더라도, 전술의 완성도와 수비수에 대한 믿음으로 커버하자. 이런 컨셉을 잡고, 아이디어를 알맞게 내놓은 전술의 승리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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