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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is Chung Nov 21. 2016

161119 마드리드 더비

받은 만큼 갚아주는 정신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를 먹고 삽니다.




지난 3년간 레알 마드리드를 가장 어렵게 했던 팀을 꼽자면 단연 AT마드리드를 0순위로 거론할 수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3년 동안 리그에서 AT마드리드를 이긴 적이 없습니다. 챔스 결승전의 승리도 공식 기록상은 무승부였습니다.    


왼쪽부터 호날두, 벤제마, 베일의 데이터 지표상의 약점. 셋 모두 수비 기여도가 낮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은 강하지만, 수비로 상대의 흐름을 끊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공격진의 수비 기여도는 매우 낮습니다. 클리어런스, 태클, 인터셉트, 볼 리커버리 등의 수치로 계산했을 때의 결과라 압박의 움직임 등이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리즈만의 수치와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많이 움직인다 하더라도 별 소득이 없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거기다 수비 일변도로 침묵하는 팀에게는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이 전진하느라 비어있는 그 공간이 역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카르바할은 빠른 복귀가 가능해서 별 문제가 안되지만, 마르셀로와 다닐루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세트피스 수비 능력도 대표적인 문제점인데, 그나마 이번 시즌 들어 고쳐졌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줄 수비. 윙어 성향의 공격수를 전방에 두고 역습을 항상 준비한다.


시메오네 감독의 아틀레티코는 ‘두 줄 버스’라고 불리는 견고한 수비와 그리즈만-토레스/코레아라는 확실한 역습루트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필리페 루이스, 후안프란 두 풀백이 올려주는 정확한 크로스와 AT 마드리드 특유의 세트피스 전술이 득점의 루트이기도 합니다. 특히 14-15 시즌에는 46골 중 20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터졌지요. 마드리드 더비는 시메오네 감독이 장기를 발휘하기 가장 좋은 전장이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특히나 고전했던 이유는 이곳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16.11.21 자 레알 마드리드 부상자 명단


거기다 최근의 분위기는 아틀레티코가 이길 것이라는 추측에 더욱 확신을 주었습니다. 시즌 초에 찬스를 많이 만들어도 골로 이어지지 못해 4연무를 하였습니다. 거기다 라모스의 부진, 페페의 부상, 바란의 실수가 어우러져 수비진이 클린시트를 좀처럼 해내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크로스가 분전했지만, 드러누웠습니다. 벤제마는 부진한데다 드러눕기까지 했습니다. 모드리치가 갓 부상에서 돌아왔다는 게 유일하게 긍정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단 감독이 꺼낸 카드는 라인을 내리고, 역습을 고집하며 아틀레티코를 답답하게 만드는 겁니다. 역습이란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다 공을 빼앗길 때 그 효과가 나옵니다. 아틀레티코는 역습과 세트피스 외에는 확실한 득점루트가 없기에 이렇게 내려앉는 상대를 잘 공략하지 못합니다.


15-16 챔피언스리그 결승 수비스탯 비교. 카세미루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이런 전술 기조는 토니 크로스와 카세미루의 부재에 기인합니다. 카세미루는 공격 전개에 별로 도움이 되진 않지만, 세계 제일의 커버 범위와 수비기술을 가진 미드필더입니다. 챔스 결승에서 AT마드리드 공격진들을 완벽히 제어하며 당당하게 레알 마드리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토니 크로스가 없으면 안정적으로 빌드업을 하기 힘듭니다. 토니는 경기장을 넓게 씁니다. 어디든지 공을 보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공을 어디 줄 지 모르면 크로스에게 주면 됩니다. 크로스가 이탈했다는 뜻은 점유율로 주도권을 잡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카세미루가 없기에 팀의 수비력이 약해집니다. 라인을 올리는 맞불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또한 토니 크로스가 없기에 볼을 쥐고 상대방을 두드리기가 힘듭니다. 어설프게 하다 지난번처럼 지는 패턴을 반복할 위험이 높습니다.


액션 존. 공은 레알 진영에서 33%나 머물렀다.



레알 마드리드가 주도권을 포기했으니 아틀레티코가 자연히 지공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역습 상황과는 달리 지공에서는 짜임새가 부족해 전술 미스가 많이 발생합니다. 13-14 시즌 우승 이후로 아틀레티코의 발목을 계속 잡아왔던 부분입니다. 움직임과 결정력이 상대 수비를 넘지 못합니다. 그때 호날두와 베일이 조그만 틈을 비집고 들어가 역습으로 치명타를 꽂는 겁니다. 지단 감독은 아틀레티코가 자신들을 상대로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아틀레티코의 수비 진형은 견고합니다. 시메오네는 이런 진형을 전방 압박 시에도 유지할 수 있는 감독입니다. 지단 감독은 어설프게 점유해서 결정적인 실수를 남발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포기할 건 포기하고,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기로 한 겁니다. 


이스코의 활동영역과 터치 지역. 이스코는 베티스전처럼 넓게 움직이며 공격을 풀어나갔다.


이 전술에서 빛난 게 이스코와 호날두입니다. 이스코는 폭발력과 완성도 높은 테크닉을 갖추고 있어 탈압박이 뛰어납니다. 이스코는 테크닉으로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이겨내고 공격진에게 좋은 패스들을 주었습니다.

호날두는 이번 경기에서 센터 포워드로 나왔습니다. 무게중심이 높고 세밀한 드리블이 되지 않아 포스트 플레이가 안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놀라운 오프 더 볼 움직임을 가져가며 곳곳에서 찬스를 잡았습니다. 






아틀레티코가 지공을 강제당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필리페 루이스와 후안프란을 끌어올려서 크로스를 때려 넣거나, 상대를 유인해 중앙 자원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필리페 루이스가 유인하고, 코케가 그리즈만에게 찔러 넣어주는 시도가 몇 번 있었습니다만,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굉장히 아쉬웠지요. 이게 먹히지 않자, 시메오네 감독은 카라스코의 중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레알 마드리드가 앞으로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래도 지단 감독은 나바스를 믿고 선수를 전진배치하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틀레티코의 패스맵  @11tegen11.twitter         센터백과 나머지 선수간의 널찍한 공간을 참고하기 바람. 



다만 이렇게 하면서 AT마드리드에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고딘과 사비치의 위치가 애매해진 겁니다. 두 선수는 파워가 좋지만, 스피드가 느립니다. 두 선수가 이렇게 낮은 위치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시메오네 감독이 뒷공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방지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위에 있는 선수들이 대열을 잘 지켜내면 공은 오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모드리치-이스코-베일-호날두로 이어지는 세번째 골. 이 날 이스코의 활약은 대단했다.



다만 이는 이스코와 모드리치를 과소평가해 나온 실책이었다고 봅니다. 두 선수는 아틀레티코의 진영을 뚫고 베일과 호날두에게 공을 안정적으로 전달해냈습니다. 그리고 베일과 호날두는 상대방의 사이드를 유린했습니다. 아틀레티코 답지 않게 호날두의 침투를 계속 허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베일에게 사이드를 계속 내주는 모습들을 보여왔는데, 기본적으로 아군 진영에서의 수적 우위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호날두의 마지막 골에서 이런 문제점이 극명히 드러납니다.





이전 감독들은 아틀레티코를 공격을 퍼부어 잡아야 할 상대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메오네 감독의 노림수에 그대로 걸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단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링요 감독, 안첼로티 감독의 실수를 따라가지 않고, 본인만의 길을 찾았습니다. 니가 해온 것 그대로 당해봐라는 돌려주기식 공격을 통해서요.



이번 경기에서 지단 감독이 선수 조합을 짜고 전술의 기조를 알맞게 세운 것 외에도, 나초-바란의 수비력을 많이 개선해냈다는 점도 칭찬받아야 합니다. 특히 바란은 이번 시즌 들어 수비 실수가 잦았는데,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두 후보 센터백이 완벽한 수비를 보여주며 아틀레티코의 실수를 제대로 막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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