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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May 05. 2020

정기후원의 시작

그리고 정기후원의 3요소


신랑에게 몇몇 단체에 후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치하는 엄마들, 굿네이버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렇게 세 군데에 정기후원을 한다고 했더니, 표정이 떨떠름하다. "왜?" 물으니, "페미 아니가?" "헐...... 페미가 어때서, 굿네이버스는 국내 여아들 돕는 거고,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말 그대로이고, 정치하는 엄마들은." "정치하는 엄마들? 이상한데 아니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치뉴스에 관심이 많아진 신랑이 24시간 보는 핸드폰은 거의 대부분  다음 포털사이트의 정치 기사들과 유튜브의 정치평론 채널에 접속해있다. 그래서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줄 알았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생활안전문제나 학교 비리 문제, 성폭력 문제 같은 사건들에 앞장서서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이슈들을 다룬다'라고 내가 뉴스에서 본 단체의 활동 내용을 알려줬다. 여전히 미심쩍은 남편은 '정치하는 엄마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들의 주장에 대해 살펴보고서야 군말을 접었다.



관심, 믿음, 돈


남편의 모습을 보고서 하나 깨달았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말을 듣고도 모르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거나, 아니면 귀에 들어오지 않거나....... 하루 종일 뉴스를 보고 있다한들 남자의 시각에서 보고 주로 남자의 관점에서 쓰인 기사를 보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두 번째 깨달음. 행동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남편은 후원을 하는 거 뭐 괜찮지만, 그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겠냐고 의심을 했다. 사실 나 역시도 그런 의심이 있어서 후원 직전에 안 하기로 맘먹은 적이 있어서 신랑의 말 이해한다. 하지만 이젠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가 돈을 그렇게라도 내서 누군가가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겠나?" 신랑은 역시나 '제대로 되면 좋기야 하지.'라고........'내가 후원하는 단체가 맘에 안 들지? 그러면 여보도 내가 후원하는 만큼 여보가 원하는 단체에 후원해.'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용돈통장에 넣어달라고 했다.
타인을 위해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니는 누군가에게 나의 작은 정성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

세 번째 깨달음.
"후원금은 어디서 나가는데?" "내 통장에서 자동이체, 여보 통장 아니다."
자동이체가 어찌 되는 거냐고 묻길래, 단체에서 시스템을 만들어놨나 보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회사 동기 회비가 올랐는데, 자동이체 금액을 좀 올려달라고 말했다. 내가 그런 것도 해야 하나? 난 알 수 있다. 그는 내가 정기후원을 한다는 사실(혹은 후원하는 단체)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나의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내 목소리를 내려면 경제적으로 종속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나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 신념은 나의 존엄이나 마찬가지이고, 나의 존엄은 일이라는 생계수단을 통해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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