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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May 06. 2020

그동안 행복과 격조했습니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다. 


연휴라도 글쓰기를 게을리할 수는 없으니 소재를 찾아 글을 쓰려고 아침마다 노력했다. 그런데 식구들의 밀착마크에서 정신을 차릴 틈이 없어서 글감 수집이 쉽지 않았다. 보통 나는 일과시간에 떠오르는 글감을 핸드폰에 적어뒀다가 새벽에 글을 쓰는데, 연휴 동안엔 새벽에 메모장을 펼쳐봐도 쓸거리가 없었다. 


미라클 모닝 타임이 막막하고 부담스럽게 여겨질 만큼 글감이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오늘 아침 현타가 왔다! 


'어제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쓰면 되잖아? 대단한 얘기를 쓰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 나의 하루 얘기에 대단한 주제가 있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글도 못쓸 만큼의 형편없는 소재는 아니잖니? 왜 일기를 못 쓰니. 어제 하루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는데 그걸 쓰면 되잖아.' 




오! 유레카!! 


나의 문제를 찾았다. 나는 행복에 대해 써본 적이 없다!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막연한 감정 또는 상태일 뿐, 구체적으로 행복한 순간을 즐기거나 기록으로 남기려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었다.


왜 행복에 대해 쓰지 않은 거지? 오늘의 픽이다! 바로 컴퓨터를 켰다. 


불만의 대상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참 쉬웠다. 불만의 이유를 분석하고 개선의 방향을 고민하면서 글을 썼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는 데는 인색했다. 행복하다고 느끼면 행복이 달아날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조심하고 단속하고 살았다. 글 목록을 훑어보니 불만이나 두려움, 혹은 각오 등 미래를 살펴보는데만 온 신경이 쏠려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행복은 느끼는 것이지 소유하는 게 아니라는 것, 혹은 목적이 아니라는 것쯤은 책을 통해서 배우고 알고 있다. 하지만 행동은 딴판이었다.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 앞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를 할 때이면, 신랑은 늘 '오늘 정말 좋은 하루였다'라고 말한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똑같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마치 문제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어제는 바닷가 공원에서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올해 처음으로 반팔티셔츠를 입고 나가서 즐겁게 뛰어놀았다. 생각보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이 새빨갛게 익을 정도로 놀았다. 썰물 때라서 드러난 바위 위를 걸어 다니면서 조개를 주웠다. 아이들은 두 손 가득 조개를 모아서 들고 다니다가 바위틈 사이 물고랑에 조개를 넣어주었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고 비눗방울을 불었다. 큰 애랑 나는 잔디밭 경사길을 신나게 오르락내리락 뛰어다녔다. 작은 딸은 깔깔깔 웃으면서 우리를 쫓아다녔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겠다. 어제 하루에 대해 쓰면서 행복했던 순간이나 내 기분을 묘사하려고 하는 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서투르다. 단순하게 나열하는 식의 글을 쓰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그 순간들을 꼭꼭 씹어 음미하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불만이 생길 땐 내 감정에 합리성을 입히려고 꼭꼭 씹고 되새김질까지 하는데, 행복에는 그러질 못했다. 





내 손 안의 행복


글쓰기 소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행복에 집중해야겠다. 말로만 행복과 성장,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을 뿐, 행복을 돈처럼 쉽게 얻기 힘든 것으로 여기고 있었음을 느낀다. 돈도, 행복도 어려운 게 아니다. 내 마음 상태의 표현일 뿐이다. 


그동안 글쓰기를 하면서 성장과 자유는 머릿속에 조금씩 구체화가 되고 있는데 행복은 그만큼 속도를 못 맞췄다. 긍정적이고 행복이 뿜뿜하는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리고, 의지를 만들어서 행동하면서 나를 만들어야겠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니까. 


매일 성장한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다. 

글을 쓰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되는 사실들이 너무 많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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