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글이 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내서 적어놓고 보니 정말 거칠다.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데 완성본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유는 일단 내가 일주일 동안 매달려서 썼는데도 뭔가 또렷한 이미지가 보이지가 않아서 지쳐버린 탓이다. 재미를 잃어버렸다.
뭔가를 탁 털어놓으면 이야기가 술술 풀릴 거 같은데, 내가 감추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안 보인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거 같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곳에 아주 꽁꽁 감춰져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기로라도 더 쓰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니 글에 더 힘이 들어가고, 숨기고 있는 걸 찾는 게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잠시 내려놓고 다른 글감을 찾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화제 전환을 하고 싶지만, 그러다가 이 글을 잊어버리거나 돌아오는 것을 계속 미루게 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진퇴양난이다.
글의 시작은 가벼웠다. 쓰다 보니 내 얘기가 하나둘씩 나왔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개인사를 털어놓는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게 그렇게 마음 무거울 일인가 싶기도 한데 어렵다. 내 얘기를 멈췄다. 대신 읽은 책 이야기나 말놀이로 덮어 씌웠다. 내 마음이 글처럼 탁해졌다. 가볍고 말간 수채화 느낌의 글을 쓰고 싶다. 투명한 마음을 갖고 싶다. 울퉁불퉁하고 탁한 수채화는 내 취향이 아니다. 탁한 수채화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갖고 싶다면 새 종이에 다시 그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퇴고가 아니다. 새 파일을 열어서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게 최선이다. 내 마음에 더 집중해서 써봐야겠다. 글을 쓰면서 내가 찾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