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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Nov 23. 2022

이유 있는 단발병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변한  있다면, 혹은 나이가 들어서 변한 건지 외출할  남의 시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얼굴을 감춰 주는 마스크 덕분인지,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할  있게  여유 덕분인지  길은 없지만, 유행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편한 옷을 색깔 별로 사서   돌려 입고,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머리 모양을 2 넘게 유지하고 있다. 갈수록 변화가 번거롭고 부담스럽다.


변화는 신체에도 온다. 성장 아니면 노화일 텐데, 지금 내 나이에 찾아오는 변화는 후자이다. 이런 변화도 질색이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다.


가르마 부근의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보면 아래쪽에 흰 머리카락이 빽빽하다. 이마를 가리는 머리를 뒤로 넘겨서 핀으로 고정시키면 관자놀이 근처의 흰머리가 눈에 띈다. 작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염색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일까. 한번 시작하면 뿌리 염색을 해야 할 텐데,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가거나 집에서 내가 직접 염색약을 바르는 걸 상상만 해도 지친다. 미용에 관한 일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기를까 말까, 파마를 할까 말까, 어디 미용실에 갈까, 고민했다. 계절이 바뀔 때, 명절이 오면, 누군가의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 때면 고민했다. 이제 그런 고민은 싹 사라졌다. 누웠을 때 머리카락이 목에 닿아서 불편하면 머리 자를 때가 된 것이고, 상가를 지나다니다가 미용실에 손님이 없으면 바로 들어가서 ‘지난번처럼 잘라 주세요.”라고 말하고 의자에 앉는 게 내 머리 관리법이다.


이렇게 단순해지는 데는 코로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외출할 일이 없으니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줄어들었고, 환경오염, 특히 수질오염을 걱정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로 파마와 염색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2년 넘게 짧은 단발로 관리하고 있다.


며칠 전 미용실에 갔다. 사장님이 “이모는 염색 안 해요?” 물으셔서 민망했다. 내 상태가 보기 안 좋은가? “끝까지 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놔두려고요.”라고 대답했더니, 하하하, 웃으시기만 하셨다. 내 나이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게 그렇다면 받아들여야지 뭐. 이런 권유(?, 혹은 지적?)에도 아무렇지 않다. 여유가 생겼다. 남들이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이 생각보다 단단한 것 같다. 내심 마스크를 벗게 되면,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온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어도 지금처럼 지낼 것 같다. 특별히 관리할 게 없어서 편하기도 하고, 자연을 거스르는 변화는 불편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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