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변한 게 있다면, 혹은 나이가 들어서 변한 건지 외출할 때 남의 시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얼굴을 감춰 주는 마스크 덕분인지,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된 여유 덕분인지 알 길은 없지만, 유행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편한 옷을 색깔 별로 사서 몇 년 돌려 입고, 내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머리 모양을 2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갈수록 변화가 번거롭고 부담스럽다.
변화는 신체에도 온다. 성장 아니면 노화일 텐데, 지금 내 나이에 찾아오는 변화는 후자이다. 이런 변화도 질색이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다.
가르마 부근의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보면 아래쪽에 흰 머리카락이 빽빽하다. 이마를 가리는 머리를 뒤로 넘겨서 핀으로 고정시키면 관자놀이 근처의 흰머리가 눈에 띈다. 작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염색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일까. 한번 시작하면 뿌리 염색을 해야 할 텐데,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가거나 집에서 내가 직접 염색약을 바르는 걸 상상만 해도 지친다. 미용에 관한 일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기를까 말까, 파마를 할까 말까, 어디 미용실에 갈까, 고민했다. 계절이 바뀔 때, 명절이 오면, 누군가의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들 때면 고민했다. 이제 그런 고민은 싹 사라졌다. 누웠을 때 머리카락이 목에 닿아서 불편하면 머리 자를 때가 된 것이고, 상가를 지나다니다가 미용실에 손님이 없으면 바로 들어가서 ‘지난번처럼 잘라 주세요.”라고 말하고 의자에 앉는 게 내 머리 관리법이다.
이렇게 단순해지는 데는 코로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외출할 일이 없으니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줄어들었고, 환경오염, 특히 수질오염을 걱정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로 파마와 염색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2년 넘게 짧은 단발로 관리하고 있다.
며칠 전 미용실에 갔다. 사장님이 “이모는 염색 안 해요?” 물으셔서 민망했다. 내 상태가 보기 안 좋은가? “끝까지 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놔두려고요.”라고 대답했더니, 하하하, 웃으시기만 하셨다. 내 나이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게 그렇다면 받아들여야지 뭐. 이런 권유(?, 혹은 지적?)에도 아무렇지 않다. 여유가 생겼다. 남들이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이 생각보다 단단한 것 같다. 내심 마스크를 벗게 되면,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온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어도 지금처럼 지낼 것 같다. 특별히 관리할 게 없어서 편하기도 하고, 자연을 거스르는 변화는 불편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