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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Nov 28. 2022

내가 청소하는 이유


저녁에 해물찜을 먹었다. 조개껍데기를 5리터 쓰레기봉투에 넣으니 1/3 정도가 남았다. 버릴 쓰레기가 있는지 집안을 둘러봤다. 거실에 눈에 띄는 잡동사니가 없었고, 안방에도  보였고, 다른 방과 화장실을 둘러봐도 없었다. 현관 팬트리까지 열어봐도   없다. , 이럴 수가! 버리는  도가   같다고 말한 지 며칠 됐다고 묵은 쓰레기가 이렇게 없어질 수가 있나? 신기하기만 하다.


며칠 전엔 남편이 주방 싱크 문을 닦고 있는 나를 보며 “여보, 요즘 왜 이래?” 묻더니, 애들한테 “엄마 요즘 이상하지 않아?”라고 물었다. 대답했다. “아, 걱정 마.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그 병이 온 거 같아. 청소병 온 거니깐, 곧 잠잠해질 거야.” 남편은 그 병이 낫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매일 청소기를 돌리며, 작년 이맘때쯤 남편에게 했던 말을 생각한다. 그때도 갑자기 청소가 일상 루틴이 되었다. 하원 전에 청소기를 돌리지 않으면 바닥에 닿는 부스러기가 불쾌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제는(그리고 그 전에는) 청소기를 이틀에 한 번, 아니면 사흘에 한 번씩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기 사용 빈도의 번복을 보며 가볍게 놀린 내 입이 부끄럽기만 하다. 입놀림에 대해 가족들이 문제 삼지는 않지만, 어디서 그런 뻥을 쳤나 싶어 혼자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는 청결과 거리가 먼 것 같다. 부모님의 결백증에 가까운 청결과 정돈 습관에 대한 반감이 지금의 나로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성인이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 정도로 무심해도 될까 걱정이 들 때면 묵은 더러움을 대청소로 털어낼 때의 쾌감과 땀 흘림에 중독되어 평소에 청소를 외면하고 산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요즘 청소병이 도진 이유는 따로 있다. 브이로그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쯤 아이들 시간표에 적응이 되고 나니 약간 무료해졌고, 새로운 것(=돈 벌기)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브이로그가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역시 올해 마무리를 생각하면서(=루틴에 적응하면서 여유가 생기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의욕이 생겨 브이로그를 또다시 떠올린 것이다.


유튜브 브이로그를 보면 나도 할 만하다 싶다. 냉큼 내 하루를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어보는데, 결과물은 유튜브에서 보던 것과 천지 차이다.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배경 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기 브이로그 채널들은 보면 각 잡혀 있고, 맑으면서도 풍성하다. 절제미가 넘치는 배경을 보이는 화면도 많지만, 소품이 많아도 통일성과 균형감이 느껴지는 영상도 많다. 나의 영상 속 배경의 특징은 무질서하게 산만하게 널려 있음이다.


그들의 영상은 단색(주로 아이보리, 베이지톤)으로 통일된 느낌이 있고, 그럼에도 소품들은 심심해 보이지 않고 촬영자의 취향과 손길이 깃들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 집은 정반대다. 물론 나의 취향도 반영되어 있긴 하지만, 취향보다는 가격과 유행(구하기 쉬움)을 고려한 게 뻔해 보이는 물건들과 아이들의 잡동사니가 조악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 사진을 뜯어보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물건인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둘 치우고 다시 찍어봐도 다른 잡동사니가 있다. 눈엣가시 같은 물건들을 하나둘 치우고 버리고, 그 자리의 먼지를 닦아내고, 그 옆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며칠을 보냈더니 집이 많이 깨끗해졌다. 이런 상태 너무 마음에 든다. 다시 물건을 쌓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본다.


브이로그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일이니깐 브이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청소병도 장기전으로   있을  같다. 한데,  관심 오래갈  있을까? 청소병의 피로가 쌓이면(=반감이 생기면) 포기하고 브이로그 도전도 포기로 가게   같기도 하고,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해가 넘어가면 다시 아이들 스케줄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브이로그 관심도 사라질  같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 무엇을 가지고 재미를 만들어 브이로그를  만들  있을지 자신이 업서……. 청소병이 낫았을 때 대비하여 미리 까는 핑계인가.


어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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