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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Mar 29. 2021

매일 3분 말하기

내 몫을 다하기 위하여.


오늘 오전, 시설 이용자 측 위원으로 운영위원회에 참석했다. 자기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와서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냥 머릿수 채워준다는 생각으로만 갔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만약 그런 자리에 자주 참여하는 일을 했다면 오늘이 첫 회의이니깐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준비하는 게 당연하지만, 몇 년간 집에서 아이만 키우면서 살았으니깐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다. 회의에 참석하거나 낯선 사람 여럿이 있는 자리에 낄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깐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명패에도 쓰여 있어서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내 이름을 내 입으로 다시 확인시켜 준 게 전부라니 아.... 너무 창피하다.  


사실, 오늘 일이 더욱 후회스러운 것은 올해 계획표에 말하기 연습을 매일 하겠다고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매일 말하는 연습을 해서 상대가 누구든 내 의견을 말할 때 떨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쌓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벌써 3월 말인데도 지금까지 한 번도 말하기 연습을 하지 않았다. 오늘 회의에 다녀오니 왜 진작에 한 번이라도 연습하지 않았는지 그게 너무 후회가 되는 것이다.


말하기 연습을 미룬 이유는 효과적인 연습(훈련) 방법을 몰라서, 당장 연습하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어서, 혼자 연습이라 해도 왠지 쑥스러워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등등 참 많다. 오늘 회의에 다녀오니 그게 다 핑계다. 당장 해야 할 이유는 한 가지인데 분명하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왜 말을 못 하니?................


다음 운영위원회에서 내 소개를 다시 할 시간이 있겠냐 싶지만 근황 토크를 할 수 도 있고, 누군가 내 정체를 궁금해 할 수도 있으니...... 그때를 목표시점으로 삼고 매일 3분 말하기를 연습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말을 하면서 3분을 채울지 적어봤다. 다양한 대상 집단과의 만남을 설정하고 내 소개하기, 읽은 책 소개하기, 내 가족 소개하기, 취미생활(피아노, 달리기, 책 읽기, 글쓰기) 말하기, 날씨 얘기하기, 신문기사 다루기 등등 말할 거리는 무궁무진했다.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의지도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내 롤모델은 김연지 기자님이다. 정리해 둔 생각들을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모습이 내가 되고 싶은 모습 그 자체다.



회의 후 이렇게 맛난 도시락을 챙겨주셔서 냠냠, 맛있게 먹으면서 다짐했죠. 담번 회의 도시락값을 해내고 말겠다며!

3분 말하기에 관한 계획을 이렇게 노트에 정리를 했는데도, 막상 시작하기가 두려웠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일단 껐지만, 마주하자니 용기가 안 났다고나 할까. 어제의 경사를 떠올리며 곧바로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셀카 화면으로 바꾸고, 녹화를 시작했다. 오늘 회의에서 내가 했으면 좋았을 말들을 말해봤다. 먼저 이름을 말하고 이 제도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사 와서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 담당자분이 너무 좋다,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자리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등 을 말하고 카메라를 껐다. 동영상을 봤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말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커졌다. 담당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왔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말하고 나니 3분이 별 것 아니었다. 이제 매일 틈틈이 3분 말하기 연습을 해야겠다. 다음 운영위원회 기다려랏! 말하는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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