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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jin Shin ㅣ 신유진 Jul 18. 2023

워싱턴 포스트의 면접은 뭐가 다를까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살던 시절의 이야기다. 약 4, 5년 전쯤 된 것 같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좋아하는 카페에서 라테를 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이메일을 확인했더니 ‘Hello from the Post’라는 제목이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 그래픽팀의 디렉터 치키(Chiqui)가 보낸 것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메일을 열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의 너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뭔가 시적이기도 한 이 이메일을 읽자마자 어찌나 심장이 뛰던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당시 재직 중이었던 월스트리트 저널도 너무 좋았지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워싱턴 포스트 그래픽팀에 대해 궁금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이런 연락을 받았으니. 그때의 신남은 아직도 나를 신나게 한다.


그리고 면접이 잡혔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4시까지 인터뷰가 진행되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쉼 없이, 30분 간격으로 인터뷰가 이어졌다. 점심시간도 디렉터와의 점심이라 인터뷰의 연장선이기는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는 진이 다 빠져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회사 바로 앞에 있던 카페에서 최소 30분은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다들 편하게 대해주고 여러모로 즐거웠지만, 인터뷰였던 만큼 하루종일 긴장했었나 보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회사 너무 가고 싶다’였다. 인터뷰를 보면서 회사에 반했던 것 같다. 왜 반했을까? 그걸 정리해 보려고 한다.


가장 긴장됐던 인터뷰는 아무래도 당시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Chief Editor)이었던 마티 배런(Mary Baron)과의 인터뷰였다.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워낙 인상 깊게 봤던 터라, 그 영화의 편집국장이었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 30분이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어떤 인터뷰보다 떨리고 기대됐다.


마티가 너무 편하게 대해줬다. 친구랑 커피 마시듯이 캐주얼한 대화가 이어졌고, 마티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왜 로봇을 전공하고 나서 언론으로 진로를 바꾸었니?’ ‘월스트리트 저널도 훌륭한 회사인데 워싱턴 포스트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유가 뭐니?’ ‘이 프로젝트가 인상적이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니?’ 등등.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의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는 내내 마티는 무엇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미리 이력서를 다 읽고 기억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걸 마티와 대화하던 중간에 깨닫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엇보다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한 사람 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알아가려고 하는 회사구나 반해버렸다.


또 다른 인터뷰는 매니징 에디터(Managing Editor) 두 분과의 인터뷰였다. 이 두 분은 모두 프린터 된 내 이력서를 들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 위에 질문이 엄청 많이 적혀있었다는 것이다.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고 궁금한 점들, 질문하고 싶은 점들을 적어놓았는데 그 양이 엄청났다. 인터뷰는 많이 자유로웠다. 딱히 앉는 자리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서로의 노트북에서 레퍼런스를 꺼내 보여주며 수다를 떨듯이 인터뷰가 이어졌다.


내가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데이터 시각화를 예로 들면서, 왜 애니메이션이 아닌 시뮬레이션을 선택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이 스토리에서 각각의 툴을 선택했을 때의 어떤 장단점이 있을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프로젝트마다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나보다 내 프로젝트들에 대해 더 잘 알고 고민해 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외에도 그래픽팀 그리고 다른 팀들과의 인터뷰가 계속 이어졌다. 워싱턴 포스트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나를 평가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왜 하려고 하는지를 알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대충 질문하는 사람이 없었다. 프로젝트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왜’에 대해 많이 물었다. 전반적으로 존중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워싱턴포스트에 너무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혹여나 오퍼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렇게 인상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었으니까. 그 하루동안 나눴던 대화들이 나에게 너무 의미 있었고, 인터뷰는 무엇보다 사람을 존중하며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그날의 경험들이 감사했다.


몇 주 후, 다행히 오퍼를 받았다. 그리고 출근한 첫날 나와 함께 일하게 된 에디터 루벤(Reuben)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벤이 나에게 물었다. ‘네가 일하면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니?’


일하면서 행복하지 않을 때, 본인이 어떻게 그걸 알아차리고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 질문을 해준 그 자체로 너무 감사했던 기억이다. 같이 일하는 내내 내가 행복하게 일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던 루벤은 아직도 나에게 가장 멋진 에디터로 남아있다. 이렇게 워싱턴 포스트의 하루동안의 인터뷰, 그리고 이를 통해 알게된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 사진출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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