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과 수술

시련을 받아들이다.

by 통닭맛

의사와 상의를 했다.


수술은 척추마취를 통한 하반신 마취 후 진행된다.

잠을 자고 싶으면 자도 되고, 그렇지 않으면 깬 상태로 진행을 해도 된다. 깬 상태니, 소리도 다 들리고, 대화도 할 수 있다


뭐 내 뇌를 드러내 놓고 하는 수술이 아니니, 맨 정신의 하반신 마취 정도는 새로운 극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밤밤 바라밤.

밤밤 바라밤.


수술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향한다.

누워서 이동하니, 천장밖에 보이지 않는다.


에반게리온에 탑승하는 이카리 신지는 새로운 천장이 나오면 뭔가 이상하다고 중얼대는데,


난 맨 정신으로 천장이 바뀌는 것을 계속 본다.


엘리베이터 천장. 복도 천장, 수술실 복도 천장, 수술실 천장.


병실에서와 비교하니 새로운 얼굴들이 지나친다. 마스크에, 머리카락을 가리는 모자에. 의사를 주제로 한 드라마에 한 장면이다.


아기처럼 자세를 구부정하게 한 후에 척추마취가 진행이 된다.


척추와 척추 사이 디스크에 주사를 한 방 넣고.


느낌이 없는지 확인한다.

Vital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집도의가 들어온다. 집도의=담당의=삼당 의사...


왜 모 자안 쓰시고 멋지게 두건을 쓰고 오시나요


간단한 대화를 한다.


수술 전 공부 및 상담을 통해 수술 과정을 알고 있다.



먼저 자가 인대 채취.

햄스트링에서 인대를 채취한다.


ACL recon hamstring으로 검색을 하면


상당한 자료가 웹상에 있으니 찾아보면 된다.


나의 시선은 다 가려져 있다. 고개를 들고 싶지만 고개를 들지 말라고 하고 들어도 보이지 않게 가림막을 다 쳐놓는다.


햄스트링을 채취하고 나서


그것으로 십자인대용 인대를 만든다.

8 mm 가 되어야 하는데, 모자란다고 한다.

내가 체구가 작아서 근육도 좀 작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동종인대를 섞어서 8 mm를 만들어서 graft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 A 라면과 B 라면을 두 개 모두 동시에 먹은 사람이 되었다.


Allo-graft + autograft= hybrid graft (정식 명칭이 아니다. 맘대로 지어냈다.)


우하하 난 하이브리드 십자인대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이제 뼈에 구멍을 뚫을 차례다.


위잉~~

이건 Bosch 일까, Dewalt 일까, milwakee 일까, 아님 Festool 일까.. 드릴 소리가 아주 토크도 크고 회전은 적은데, 잘 뚫리는 느낌이 몸으로 진동으로 느껴진다.

골다공증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에 맴돈다.

이제는 인대를 넣고 고정을 할 차례.


마지막에는 나사로 고정을 한다. 위위 윙


골반으로 진동이 전해져 척추로 진동이 전해져 이 의사가 내 뼈에 구멍을 뚫고 있구나 느껴진다.


삐 삐 삐 삐

내 심장 박동은 60~70 사이에서 지속된다


관절 내시경을 통한 화면도 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 보던 익숙한 화면이 아니니, 그냥 본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저게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하긴 하지만, 정확한 구멍에 뚫리는지, 내가 관여를 할 수는 없으니 그냥 본다.


차라리 뽀로로를 틀어주지...


아이들 치과처럼..




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수술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디지털시계의 숫자가 바뀜으로써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계속 시계를 볼 수 있으니, 수술이 잘 되고 있음을 , 아니, 특이사항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특이 사항이 있으면 날 재워버렸을 테니.


나무도막 2개가 있다고 치자. 그 나무도막에 구멍을 각각 내고, 거기에 두꺼운 실로 동여맨다고 생각하는 작업을 내 몸에 하고 있다.


나도 손을 잘 쓰는 공학자이다. 아주 작은 실험장치 잘 만든다. 의사라는 사람이란 실험장치에다가 이것저것 하는 사람들이다. 그게 피와 살점, 뼈가 동반된다는 것이 다르다. 목수는 나무를 가지고 실험하는 사람들이다. 목수는 항상 톱밥과 톱 소리를 먹고 산다. 본인도 내 분야의 부산물을 항상 먹고 산다.


어렸을 때 의사가 되면 어떠냐고 항상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친구 놈들 중에서도 의사가 된 사람이 있다.


상세한 교육과정은 다를 테지만 거기서 나온 부산물이 다를 뿐 원칙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소한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뼈 구멍을 잘못 내서 다시 뚫거나, 너무 크게 뚫거나 하지 않으면 된다.


부산물이 피와 살점, 뼈라는 점에서 난 의사의 길을 가지 않기로 했는데. 차라리 내가 내 무릎을 수술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본다.


하반신 마취를 하고 누워만 있으니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휘잡는다. 시간이 가게 하기 위하여 눈을 감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다만 시간을 뒤로 돌리지 못할 뿐.


수술 경과 시간이 120분이 되었을 무렵..


마취가 나지막이 풀리는 게 느껴진다.

의사가 수술을 끝냈다. 감사의 말을 전한다.


수술이 끝나고.. 다시 침대를 옮겨


여러 천장을 거쳐서 병실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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