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세금이 많다고 말도 안 되는 땡깡을 부리며 큰 소리 치는 인간 때문에
가슴이 쿵쾅거려서
욕 한바가지 하고
당장이라도 정신과에 뛰어가서
숨 쉬기가 답답하고 어쩌고 저쩌고 증상에 대해 읊은 후
나 정신적으로 아프니 그만둘 사유가 충분하다는
정신과 기록을 남기고
쿨하게 사표쓰는 것을 상상해본다.
바쁜데 자리를 비우면 안되니까
주말엔 애를 봐야되니까..
안 되겠네. 정신과는 다음에 가야겠다...
마침 남편한테서 걸려온 전화
'잘 걸렸다.'
내가 이 짓 이상 못하겠다고 쏘아붙이니
안 그래도 오늘 말하려고 했다며
당장 휴직내라고 했다.
진심같아 보였지만
'휴직낼거면 사직을 내지.
이대로 도망가서 휴직내는 건 안 돌아올 각오를 해야하는 거라고'
옆에 주사님 말대로
'저런 사람은 젊은 사람 명 깎아서 오래 산다'는 비유가 아주 그럴듯했다.
이 놈의 촌구석 벗어나고 만다.
말도 안 통하는 사람과 씨름은 더 이상 그만하고 싶다.
주민들에게 친절한 상담을 하겠다는 초심은
막무가내 할아버지 앞에서 산산 조각났다.
재산세가 오른 이유에 공시지가가 올라서 그렇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관심도 없을 과세체계를 설명하는 것도
세금 담당자한테 다짜고짜 퍼붓는 것도
지친다.
지저분한 상속문제, 소유권이 정리되지 않은 땅들도 특히 문중 땅!!!
징글징글하다.
앞으로 이 일을 30년 더 해야한다니 까무러칠 것 같다.
2년은 커녕 몇 개월도 못 버틴다.
이제는 이 일에
정나미가 다 떨어져버린 것 같다.
내일 당장이라도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월요일부터 안 나온다면
옆에 주사님들이 땜빵하느라 고생하겠지
9월까지만이라도 버틸까
다음 달에 있을 큰 행사는 어쩌지
뭐 알아서 하겠지
무엇보다 직원을 챙기지 않는 상사의 행태를 보며
더는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앞으로 내 멋대로 일할 것이다.
가만히만 앉아있어도 월급들어오는데 내가 왜?
열심히?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폰이나 하는, 다들 부러워하는 공무원, 복지부동 공무원,
일 안하는 공무원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
(이러면서 할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