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선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행복을 만난다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by 이기자

"곰팡이가 핀 빵을 먹어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을까요?"라고 마쓰무라 씨가 묻는다. 좋은 질문이다. 하지만 나도 이제까지 곰팡이가 핀 빵을 먹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되는지 짐작할 수 없다.(중략)

그 때 어디선가 고양이가 걸어 나왔다. 수도사는 다시 투덜투덜 불평을 하면서도 곰팡이 빵을 콩 수프에 넣어 그것을 고양이에게 "자, 먹어"하며 준다. 그러자 놀랍게도 고양이는 그것을 정말 맛있게 냠냠 먹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콩 수프와 곰팡이 빵으로 살아가는 고양이가 이 넓은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고양이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내가 기르던 고양이는 가다랑어 포를 얹은 밥도 잘 먹지 않았다. 정말로 세상은 넓은 곳이다. 캅소카리비아에서 태어나 자란 고양이에게 음식이란 바로 곰팡이 빵과 식초를 넣은 콩 수프인 것이다. 고양이는 모르는 것이다. 산을 여러 개 넘으면 그곳에는 고양이 사료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은 가다랑어 맛과 쇠고기 맛과 닭고기 맛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구루메 스페셜 통조림이라는 것까지 있다는 사실을. 고양이 중에는 운동 부족, 영양 과다로 빨리 죽는 고양이도 있다는 것을.(중략)

고양이는 분명 '아- 맛있다. 오늘도 곰팡이 빵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살아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지'라고 생각하면서 곰팡이 빵을 먹고 있는 것일 게다.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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