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의 작가수첩을 훔쳐보다

20160828 방송

by 이기자

TBS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김혜지입니다>에서 매주 일요일 0시에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주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두 권의 책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28일 방송에서는 작가들의 아이디어 노트를 들여다본다는 주제로 <작가란 무엇인가>와 <작가의 창>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라디오 생방송은 매주 일요일 0시에 95.1Mhz에서 들을 수 있고, TBS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청취가 가능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대본은 사전에 준비한 내용으로 실제 방송 내용이랑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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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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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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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책밤지기 종현씨 나오셨습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종현

오늘은 책 그 자체보다도 작가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걸까, 도대체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거지? 이런 생각들이 들죠. 그래서 오늘은 작가들의 머릿속을 한 번 들여다보자는 의미에서 주제를 ‘작가 수첩’으로 잡아봤습니다.


DJ

작가 수첩이요? 가을이 성큼 다가올 것 같은 주제네요.


종현

작가들은 누구나 글을 쓰기 위해 아이디어나 구상을 기록하는 수첩들이 있거든요. 작가 수첩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것들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을 두 권 골랐습니다.

작가란 무엇인가.jpg

DJ

처음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인데요. 부제를 보시면 어떤 책인지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부제가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이거든요. 소설가들의 소설가라고 부를 정도로 세계적인 소설가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입니다.


DJ

소설가들의 소설가라고 할 정도면 정말 대단할 것 같은데요. 어떤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나요?


종현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된 게 2014년이거든요. 이때 나온 첫 번째 책에 실린 작가가 쟁쟁합니다. 올해 세상을 떠난 움베르토 에코에서부터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정말 쟁쟁하죠. 이 책이 인기를 끌면서 이후에 2권, 3권까지도 나왔어요.


DJ

인터뷰집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누가 이런 쟁쟁한 작가들을 인터뷰한 건가요?


종현

국내에서 진행한 건 아니고요. <파리 리뷰>라는 세계적인 문학잡지가 있습니다. 뉴욕에서 출판되는 잡지인데 1953년에 창간된 이후로 지금까지 세계적인 작가들의 인터뷰를 연재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파리 리뷰에 실린 인터뷰 중에서 국내 독자들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인터뷰만 따로 모아서 출간한 책이라고 보시면 돼요.


DJ

<작가란 무엇인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 해볼게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언니네 이발관 3집에 수록된 <표정> 들을게요. 오늘은 주제가 작가 수첩인 만큼 소설을 쓴 적이 있는 뮤지션의 곡이나 소설과 관련 있는 음악들로 골라봤습니다. 언니네 이발관 리더 이석원 씨는 소설을 쓰느라 음악 작업이 늦어진다고 팬들에게 핀잔을 듣는 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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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언니네 이발관 - 표정

https://youtu.be/vvRe89iNr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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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그러면 책 이야기를 좀 자세히 해볼까요. 이름만 들어도 대단한 소설가들인데요. 그런 작가들의 수첩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고 하던가요?


종현

움베르토 에코의 이야기가 인상적인데요. 모순이야말로 소설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에코의 표현을 빌리면 “늙은 노파를 죽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수 있지만 윤리학 논문에서 그 생각을 표현하면 F를 받는다. 소설에서라면 그 생각은 '죄와 벌'이라는 산문 걸작이 된다.“라고 말합니다.

미국 최고의 단편 작가인 레이먼드 카버의 이야기도 곱씹어볼 만해요. 카버는 소설을 쓸 때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써야 한다고 말하거든요. 안톤 체호프의 편지에 “친구여, 비범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업적을 성취한 비범한 사람들에 대해서 글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절을 자신의 인터뷰에 인용합니다.

에코와 카버의 말을 종합하면 좋은 소설이라는 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숨어 있는 모순을 찾아내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이 되는 거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람들도 소설을 읽으면서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테고요.


DJ

작가들은 소설 한 편을 쓸 때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그런 고민이나 고뇌 같은 것들도 인터뷰에 많이 나오겠어요.


종현

물론입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의 작가죠. 오르한 파묵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소설가는 본질적으로 개미처럼 끈기 있고 천천히 장거리를 나아가는 사람이다. 소설가는 악마적이고 낭만적인 비전 때문이 아니라 끈기 때문에 인상적이다.”

오르한 파묵은 인터뷰에서 원래 시인을 꿈꿨다고 고백해요. 그런데 자신이 시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데 오르한 파묵은 이걸 ‘신이 말을 걸어주는 것’이라고 표현해요. 유감스럽게도 자기한테는 신이 말을 걸지 않았다는 거죠. 대신에 신이 나에게 말을 걸었으면 무슨 말을 했을까, 이걸 고민하면서 상상을 한 것이 소설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DJ

정말 많은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요. 책밤지기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인터뷰가 있나요?


종현

사실 윌리엄 포크너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제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할까요. 흥미가 가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인터뷰를 읽어보고는 이 사람 책을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DJ

어떤 이야기가 흥미로우셨나요?


종현

몇 가지가 있는데요.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포크너가 이렇게 말하는데요.

“우리 모두는 우리가 꿈꾸는 완벽함에 필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가능한 일에 얼마나 멋지게 실패하는가를 기초로 우리들을 평가합니다.”

성공에 대한 언급도 인상적인데요. 성공한 소설가라는 세간의 평가에 포크너가 이렇게 답하거든요.

“성공 앞에서 굽실거린다면 성공이 짓밟을 것입니다. 성공을 다루는 방법은 성공을 경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공이 굽실거릴 것입니다.”

이런 밑줄 긋고 싶은 말들 말고도 윌리엄 포크너의 인터뷰를 보시면 굉장히 인상적인 생각들이 많거든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DJ

여기서 노래 한 곡 더 듣고 두 번째 책 이야기 해볼게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재주소년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골라봤어요. 은희경 작가의 장편소설 제목이기도 하죠. 재주소년이 책을 읽고 느낀 감흥을 음악으로 옮긴 거라고 하네요. 재주소년 멤버인 박경환 씨는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낭만서점>을 직접 진행할 정도로 책사랑이 대단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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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재주소년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https://youtu.be/FJ50LD1ya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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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다음에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이번에는 <작가의 창>이라는 책입니다. 처음 소개해드린 <작가란 무엇인가>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파리 리뷰>입니다. <작가란 무엇인가>에 실린 인터뷰가 원래는 파리 리뷰에 실린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작가의 창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테오 페리콜리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요. 이 분이 건축을 전공하셨어요. 주로 도시의 풍경을 그림과 스케치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2010년부터 4년 동안 파리 리뷰에 <작가의 창>을 주제로 연재를 했어요. 말 그대로 전 세계에 있는 소설가들의 작업실 창문 밖의 풍경을 스케치한 거예요. 직접 가지 못하는 곳들은 사진을 받아서 작업을 했고요. 이 책의 부제가 ‘글쓰기의 50가지 풍경’이거든요. 작가들이 글을 쓰면서 보게 되는 창 밖의 풍경을 책으로 옮긴 거니까요. 정말로 글쓰기의 풍경인 셈이죠.


DJ

독특한 책인 거 같아요. 그러면 작가들의 창 밖 풍경을 그린 그림만 있는 건가요?


종현

마리오 페리콜리가 그린 스케치와 함께 해당 작가들이 짧은 에세이를 썼어요. 책을 펼치면 오르한 파묵이 처음 나오는데요. 오르한 파묵의 작업실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습니다. 창 밖에는 보스포루스 해협이 펼쳐져 있고요. 오르한 파묵이 이 풍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의 일부는 언제나 경관과 얽혀 있으니 갈매기, 나무, 그림자, 점점이 자리 잡은 배의 움직임을 쫓다 보면 이 세계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며 흥미진진하고 글로 쓸 만한 대상임을 알 수 있다.”

이집트 작가인 알라 알아스와니의 창 밖 묘사도 인상적이에요. 이 작가의 작업실은 카이로 한복판의 노동자들이 사는 동네에 있습니다. 창문을 열면 깨진 유리, 부서진 벽돌들, 빨랫줄에 걸린 실내복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요. 가난하고 평범한 그런 일상적인 풍경들인데요. 이 작가는 이 풍경을 이렇게 말합니다.

“가난에 맞서는 자세를 나는 존경한다. 가난은 비참하지만 그에 맞서다 보면 고귀함이 배어 나온다. 그러므로 가난을 격렬하게 동정하지 않으려면 창을 열어 이웃집을 보기만 하면 된다.”


DJ

창 밖의 풍경이 작가들의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군요. 아까 부제가 글쓰기의 50가지 풍경이었잖아요. 그러면 50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거죠?


종현

맞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 있는 50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겁니다. 오르한 파묵 같은 유명 작가에서부터 한국 독자들은 책을 접해볼 기회가 없었던 무명 작가들도 많고요.

50명의 작가들이 모두 다른 도시에 살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책을 읽고 있으면 세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한 책의 여정은 이스라엘, 레바논, 나이지리아, 케냐, 소말리아를 거쳐 서유럽의 여러 국가들, 아이슬란드, 러시아로 이어집니다. 미국과 남미 대륙의 여러 도시들이 등장하고 아시아에서도 뉴델리, 베이징, 방콕, 도쿄 같은 도시가 나와요. 한국이 등장하지 않는 게 아쉽기만 할 따름입니다. 이 많은 도시들을 소설가들의 창 밖 풍경 스케치로 대신 접할 수 있는 거죠.

작가의 창.jpg

DJ

정말 세계여행이라도 하는 기분이겠어요. 기억에 남는 특이한 곳은 없나요?


종현

오스트레일리아의 브루니 섬이 저한테는 특별하게 느껴졌는데요. 이곳에 사는 리처드 플래너건이라는 작가는 돌아오지 않는 펭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펭귄들이 마당에 들락거리지 못하게 세워둔 담장을 없앴는데도 6년째 펭귄 무리가 자신의 집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해요. 문명에서 떨어진 그곳마저도 환경 파괴의 그림자가 드리운 거죠.


DJ

여기서 노래 한 곡 더 들을게요. 이번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핑크 플로이드의 명반 <the wall>에 수록된 곡이죠. 'another brick in the wall pt 2' 골랐습니다. <작가의 창>에 보면 유명 소설가인 보르헤스의 미망인인 마리아 코다마가 묘사한 보르헤스 작업실 창 밖 풍경도 나옵니다. 마리아 코다마가 다른 곳에서 한 인터뷰를 보면 보르헤스가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을 정말 좋아했고, 작업을 할 때 들었다고도 해요. 창 밖 풍경만큼이나 음악도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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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Pink Floyd -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

https://youtu.be/HrxX9TBj2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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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작가의 창>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종현 씨는 창 밖에 어떤 풍경이 보이나요?


종현

저는 독산동에 살고 있는데요. 사실 창 밖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좀 그래요. 밤에도 조명이 꺼지지 않는 높은 주상복합 오피스텔 건물이 있고 열차가 지나가는 선로 위로 늘어진 전기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거든요. 그래도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덕분에 하늘은 비교적 잘 보이는 편이에요. 해가 질 무렵이 되면 구름 뒤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로 볼 수 있죠.


DJ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으면 소개 부탁드려요.


종현

<작가의 창>을 쓴 마리오 페리콜리가 이렇게 말했어요.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는 어렵다. 내일이 있으니까. 그래서 종종 잃을 예정이거나 잃은 직후에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내가 창밖 풍경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살았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창문을 열면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창 밖 풍경을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DJ

마지막 노래 소개해주세요.


종현

신해철의 노래를 골랐습니다. <작가의 창>에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나오는데요. 신해철이 아주 오래전에 무라카미 류에 대한 책을 내기도 했거든요. <무라카미 류는 도대체>라는 책에서 자신에게 무라카미 류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한 건데요. 찾아보시면 무라카미 류와 신해철이 나눈 짧은 대담도 있습니다. 어쩐지 권위의식에 맞서는 둘의 이미지가 닮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마지막 곡은 신해철의 먼 훗날 언젠가입니다.

무라카미 류는 도대체 中

“무라카미 류와 나의 가장 큰 공통점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것이다. 나는 류가 말한 ‘권력을 가진 자에게 복수하는 것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초라한 기성세대가 정말 싫다. 기성세대로 살 바에야 차라리 나는 사춘기 3년을 살다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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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신해철 – 먼 훗날 언젠가

https://youtu.be/uDVRLasWA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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