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1 방송
TBS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김혜지입니다>에서 매주 일요일 0시에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주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두 권의 책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21일 방송에서는 인생이 담긴 야구 소설을 주제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두 편의 소설을 소개했습니다. 라디오 생방송은 매주 일요일 0시에 95.1Mhz에서 들을 수 있고, TBS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청취가 가능합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대본은 사전에 준비한 내용으로 실제 방송 내용이랑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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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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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책밤지기, 이종현 씨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오늘은 어떤 책을 가져오셨나요?
종현
황원찬 아나운서는 야구 좋아하세요? 저는 야구를 정말 좋아해서요. 야구장에 가서 직접 경기를 보는 걸 직관이라고 하죠. 직관을 한 시즌에 열 번은 넘게 하는 거 같아요. 응원하는 팀이 서울에서 경기를 하면 다이어리에 표시해놨다가 다른 일이 없으면 웬만하면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고요.
DJ
오늘은 야구 이야기군요.
종현
네. 지금 프로야구 순위 경쟁도 치열하고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오늘은 야구를 다룬 두 권의 소설을 가져와봤습니다.
DJ
야구를 다룬 두 권의 소설이라. 먼저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박민규 씨가 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입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초창기에 있었던 팀이잖아요. 그 팀을 응원했던 어느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DJ
삼미 슈퍼스타즈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을 몇 개 가지고 있죠?
종현
대표적인 게 최저 승률 기록이죠. 프로야구 첫 해였던 1982년 후반기에 삼미가 5승 35패로 승률 1할 2푼 5리를 기록했거든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프로야구 최저 승률이죠. 삼미는 그러다가 1985년에 청보에 매각되면서 팀이 없어졌는데요. 소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삼미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드리면요. 사실 처음부터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는 팀이었어요. 다른 팀들이랑은 다르게 내세울 만한 스타가 한 명도 없었고, 연습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요. 삼미의 초대 감독이 아시아의 철인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박현식 씨였거든요. 그런데 이 분도 삼미의 목표를 ‘우승’이 아니라 ‘야구를 통한 자기수양’에 뒀다고 해요. 프로야구팀으로서는 참 어울리지 않는 목표였죠.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요.
DJ
삼미를 다룬 소설이라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그러면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 나눌게요. 어떤 노래인가요?
종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너클볼 콤플렉스입니다. 가사를 잘 들으시면 오늘 이야기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참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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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너클볼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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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어떤 내용인가요? 주인공이 삼미의 팬이라고 했죠?
종현
네.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해드리면요. 삼미 슈퍼스타즈가 출범할 때 주인공이 인천에 있거든요. 그래서 삼미 어린이 팬클럽 회원으로도 가입하고 응원도 하는데 삼미 성적이 최악이잖아요. 그러니까 주인공도 아 프로의 세계에서는 정신력만으로 살아남지 못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공부를 해서 대기업에 취업하고 그럽니다. 그렇게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었는데 인생이 즐겁기는커녕 힘든 거예요. 아내와도 멀어지고 일도 맞지 않고. 그러다 오랜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만들어요. 인생의 실패자들만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죠. 결국에 팬클럽은 해체되지만 그 안에서 삶을 즐기는 방법을 배운 주인공과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프로들의 세계에 대처해갑니다.
DJ
그러니까 이 책은 본격적인 야구소설이라기보다는 각박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쓴 책이네요.
종현
맞습니다. 삼미라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약체 팀에서 오히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나가는 법을 배우는 책이라고 보시면 돼요. 프로의 세계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을 최고의 가치처럼 내세우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죠. 책에 보면 삼미 슈퍼스타즈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하는 팀이다.”
삼미의 선수들이 일부러 못하려고 못한 것은 아니겠지만, 거기에서 박민규 씨는 루저나 패배자들의 생존법을 본 거죠. 책에 보면 주인공의 친구가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삼미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와도 같은 존재지. 그리고 그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아마추어들을 대표해 그 모진 핍박과 박해를 받았던 거야. 이제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그런 의미에서 만약 지금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한번 예수가 재림한다면 그것은 분명 삼미 슈퍼스타즈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DJ
삼미정신이 정말 인상 깊네요.
이 책의 시대적인 배경이 IMF 이후인 거죠?
종현
네. 주인공도 다니던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데요. IMF 여파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쫓겨나게 되는거죠.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묘하게 어색하지가 않아요. 십수 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2016년의 이야기처럼 읽히는 부분도 많고요. 아무래도 경제가 어려운 것도 그때랑 비슷하고요. 사람들이 다들 경쟁에 지쳐 있잖아요. 그런 배경들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보니까 이 책이 나온 지가 꽤 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앞에서 말씀드렸던 삼미 정신이죠.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한다. 이제는 이게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정말 이런 자세로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 같거든요.
DJ
그렇군요.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있을까요?
종현
후반부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플라이볼, 그때였다. 공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그 대신 나는 무언가 거대하고 광활한 것이 내 머리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하늘이었다. 말도 안 되게 거대하고 광활했으며, 맑고 투명했으며, 눈이 부시도록 푸르고 아름다웠으며,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처음 본 하늘이었다.”
하늘은 항상 우리 위에 있잖아요. 그걸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과 존재를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죠.
DJ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이야기 나눠볼게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마돈나의 빌보드 1위곡이죠.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로 골랐습니다. 미국에 있었던 여자 야구 리그를 다룬 영화 <그들만의 리그>에 쓰인 곡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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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Madonna -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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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두 번째 책은 일본에서 나온 책인데요. 제목이 조금 깁니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모두 스물두 글자네요.
DJ
제목부터 굉장히 특이한 책이네요.
종현
그렇죠. 이 책이 청춘소설인데요. 그러면서 경영서적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소개해드리면 일본의 고교야구팀이 고시엔 대회라는 꿈의 무대에 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고시엔 대회는 일본에서 전국 49개 고등학교 야구팀이 참가하는 대회인데 꿈의 무대라고 불리거든요. 지역예선도 통과 못하는 만년 꼴찌팀이 기적같은 성과를 이루고 이 고시엔대회에 참가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DJ
청춘소설이라는 건 이해가 가는데요.
그런데 이 책이 왜 경영서적이라는 거죠?
종현
여자 주인공이 미나미라는 평범한 고등학생인데요. 야구팀의 매니저가 됩니다. 그런데 팀이 너무 엉망이니까 어떻게 해야 이 팀을 제대로 매니지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그러다 읽게 된 책이 피터 드러커의 유명한 경영서적인 <매니지먼트>입니다. 미나미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에 나온 내용을 자기가 맡은 야구팀에 적용하면서 일어나는 변화가 이 책의 핵심 줄거리인 거죠.
DJ
피터 드러커면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사람이라고도 불리잖아요. 고교생이 주인공인 청춘 야구소설에 피터 드러커를 결합한다는 발상이 굉장히 참신하네요.
종현
이 책이 2009년 말에 나왔는데요. 2010년에 1년 동안 일본에서 12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 해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 책이 하루키를 넘어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돌풍을 일으켰어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고 또 재미있게 읽었다는 거죠.
DJ
그래도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피터 드러커를 어떻게 고교야구팀에 접목했다는 걸까요? 궁금한데요??
종현
예를 들어보면요. 야구팀 선수들이 훈련에 제대로 참여를 안 합니다. 감독은 포기상태고, 미나미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고민을 하면서 매니지먼트를 읽어요. 그런데 매니지먼트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 겁니다.
"오랜 기간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는 해왔지만, 소비자운동이 강력한 대중운동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국 마케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마케팅에 있어 소비자운동은 수치다."
이 문구를 읽고 미나미는 자신이 뭘 잘못 생각했는지 깨달아요.
"부원들이 연습을 게을리한 것은 일종의 '소비자운동'이었어. 그들은 연습을 빼먹는, 즉 보이콧하는 것으로 훈련 내용 개선을 요구하고 있었던 셈이야."
그러니까, 야구팀원들이 게으르거나 야구에 흥미가 없어서 훈련에 빠진 게 아니라, 훈련의 내용이 팀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거죠. 미나미는 즉시 연습 매뉴얼을 개선해서 팀원들의 호응을 끌어냅니다.
DJ
야구와 경영학의 접목이 이런 식으로도 가능하군요.
종현
실제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보면 야구에 대한 언급도 나와요. 매니지먼트 나오는 내용인데요.
“성과란 백발백중이 아니다. 백발백중 성과를 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실수나 실패를 모르는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은 무난한 일, 별 볼 일 없는 일만 해온 사람들이다. 성과란 야구의 타율 같은 것이다. 약점이 없을 수 없다.”
이런 내용들에서 미나미가 영감을 얻어서 야구팀을 강팀으로 바꿔나가는 거죠. 바꿔서 이야기하면 적절한 리더십만 있으면 아무리 약한 팀이라도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일본에서 이 책이 인기를 끈 것도 2010년에 일본의 정치적 리더십이 굉장히 취약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거든요.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서 대리만족 한 부분도 있을 수 있죠.
DJ
노래 한 곡 듣고 더 이야기해볼게요. 이번에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밴드 와이낫의 리더인 전상규 씨가 낸 두 번째 솔로앨범에서 골라봤어요. 전상규 씨는 LG트윈스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야구 마니아로도 유명하죠. 전상규의 좌측 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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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전상규 – 좌측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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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작가가 어떤 사람인가요?
종현
책만큼이나 이력도 독특한데요. 이와사키 나쓰미라는 사람입니다. 도쿄예술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연예계에 뛰어들어요. 일본 최고의 아이돌이라고 하는 AKB48의 프로듀스 작업에도 참여를 했고요. 이 책도 연예기획사 사장이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기획해보라는 지시를 내려서 쓰게 됐다고 합니다. 참 독특하죠. 한국으로 치면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를 만들었던 프로듀서가 갑자기 소설책을 쓴 셈이죠. 책의 주인공인 미나미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는 AKB48 멤버를 모델로 삼았다고도 합니다. 나중에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만들어지고, 영화의 주인공으로 AKB48의 마에다 아츠코가 섭외되기도 했으니까 처음의 계획대로 된 거죠.
DJ
일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셨는데 국내에는 그만큼 알려지지는 않은 거 같아요?
종현
아무래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요. 처음 출간된 이후에 여러 기업에서 필독서로 지정하기도 하고 했습니다. 직원 필독서로 지정해서 읽게끔 한거죠. 양준혁 같은 야구선수도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썼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내 마지막 경기가 떠올랐다. 1루까지 죽어라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에 관해 이토록 큰 함성이 있는 책은 참으로 처음이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가 이렇게 말했을 정도니까요. 야구소설로서의 완성도도 제법 높다고 볼 수 있겠죠. 사실 이 책을 쓴 이와사키 나쓰미의 인터뷰를 보면요. 처음 기획할 때부터 베스트셀러를 목표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성공을 확신했다고 하거든요. 아이돌 그룹을 프로듀싱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하니까요. 문학이나 작가주의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기는 한데요.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가 줄어드는 건 아니죠.
DJ
마지막으로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종현
“상대 타자를 포볼로 내보내고 싶어하는 투수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이 단순한 진리가 그렇게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DJ
마지막 노래 들으면서 인사할게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닐 다이아몬드의 스윗 캐롤라인 골라봤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 홈경기를 보면 8회에 이 노래가 항상 울려 퍼지거든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폭탄 테러가 있었던 2013년에는 닐 다이아몬드가 직접 야구장을 찾아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요. 테러에 지친 많은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준 노래입니다. 사실 이런 이유에서 우리가 야구라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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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Neil Diamond – Sweet Caro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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