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은 만나는 남자마다 "저를 아세요?"라고 묻는다. 그녀가 정말로 쌍둥이인지 지독한 거짓말쟁이인지는 알 수 없다. 남는 것은 질문뿐이다. "저를 아세요?"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질문은 내가 알고 있던 세계에 균열을 만든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은 '안다는 것'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민정은 누구인가. 영수는 민정이 누구인지 아는가. 영수의 친구들이 말하는 민정은 누구인가. 민정에게 작업을 거는 재영과 상원은 민정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영수와 재영, 상원은 그들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 민정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비슷한 질문을 던진 영화가 있었다. 나탈리 포트만과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클로저>다. "안녕, 낯선 사람?"이라는 대사로 시작한 영화는 시종일관 의심과 배신으로 점철된다. 지난한 사랑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교훈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주드 로가 연기한 댄은 사랑에 모든 것을 건 남자처럼 나오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사랑한 여자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안나는 그를 떠나고, 앨리스와는 이별한다. 그는 앨리스의 진짜 이름을 끝내 모른다. 복수에 눈이 먼 래리도 마찬가지다. 앨리스는 자신의 본명을 말하지만 래리는 그 말을 흘려들을 뿐이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의 여주인공 민정을 보면서 앨리스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는 그녀들을 통해 안다는 것의 허위를 깨닫는다.
여기까지는 사실 홍상수 감독의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홍상수 감독이 달라진 지점은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수는 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수는 민정을 모른다고 인정한다. 재영과 상원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민정을 잊어버린다. 영수와 그들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영수와 홍상수 감독의 전작에 나오는 남성 캐릭터들이 달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수는 민정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민정은 그런 영수에게 다시 사랑을 이야기한다. 홍상수 감독의 전작에서는 남자들이 끝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다.
<클로저>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드 로가 연기한 댄은 절정을 지질함을 보여준다. 그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캐묻는다. 마침내 앨리스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그녀의 선언은 그 자체로 최종적이다. 주드 로는 그녀를 잡을 수 없다. 이별의 순간에서조차 그는 그녀의 본명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댄과 영수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댄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로 앨리스를 재려고 하지만, 영수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민정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영화다. 홍상수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포기하고 하늘에 맡길 건 맡기고, 내가 당장 실제로 하는 것, 해야 하는 것에만 충실하는 것, 그러곤 생각하지 않고 지금 앞의 그 작은 것에서 모든 것의 진동과 냄새를 느끼려 한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이 겪은 최근의 부침을 생각해보면 이런 변화는 당연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그의 영화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한 단서가 이 영화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