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자 Nov 20. 2016

왕 위에 섰던 역사 속의 실세 여인들

역사 속의 실세, 왕 위에 선 여자들을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김수지의 <대비, 왕 위의 여자>, 펄벅의 <연인 서태후>입니다.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방송듣기<

==================================

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

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오늘은 요즘 뜨거운 주제죠. 왕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른 실세들. 역사 속의 실세. 

왕 위에 선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DJ

역사와 관련된 책이군요.


종현

역사에서 항상 교훈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역사 속의 비선실세들의 모습을 보면 어쩐지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라도 교훈을 얻어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겠죠?


DJ

그럼 역사 속에 나오는 왕보다 더 큰 권력을 휘두른 실세들. 누가 있을까요? 


종현

먼저 소개해드릴 책 제목이 <대비, 왕 위의 여자>입니다. 사극을 보면 대왕대비마마 이러면서 대비들이 자주 나오잖아요. 대비라는 건 이제 왕비였던 여자가 남편인 왕이 먼저 죽으면서 왕실의 제일 큰 어른이 됐다는 뜻이거든요. 아들이 왕이 된 건데요. 보통은 왕에게 실권을 넘기고 대비는 뒤로 물러서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보면 왕보다 더 권력이 센 대비도 있었죠. 


DJ

일단 생각나는 건 정순왕후가 있네요. 정조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던 정순왕후도 책에 나오나요?     


종현

맞습니다. 책에는 모두 네 명의 대비가 나오는데요. 시간순으로 보면 정희왕후 윤씨, 인수대비 한씨, 그리고 정순왕후 김씨와 순원왕후 김씨 이렇게 네 명입니다. 다들 왕을 두고도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힘깨나 쓰신 분들입니다.


DJ

한 가지 궁금한 건 대비는 공인받은 권력이잖아요. 비선실세라는 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종현

그것도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 비선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죠. 그래도 대비가 외척 세력을 앞세워 벌인 정치가 지금 문제가 되는 비선실세의 국정 논단과 굉장히 비슷한 구석이 많거든요.

책의 저자가 이런 종류의 실세 정치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데요. 잘못된 정치의 결과로 백성은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고 책임은 허수아비 임금에게 덮어씌운다. 실세들은 책임도 지지 않고 권력의 과실만 따먹는다. 책임을 지지 않으니까 특권층의 만행이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고 책의 저자가 적습니다. 우리가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분명한 게 아닐까 싶어요.  


DJ

그렇군요.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이승환의 덩크슛입니다.

==================================

M1 – 이승환 덩크슛

https://youtu.be/be8WuBWG6ms

==================================

DJ

역사 속의 비선 실세들첫 번째로 <대비왕 위의 여자>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책에 나온 대비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종현

몇 가지 공통점들을 뽑아봤습니다. 먼저 네 명의 대비 모두 해당되는 부분인데요. 항상 자신들의 인척을 핵심 보직에 임명해서 세력을 유지할 측근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DJ

기본이네요. 측근을 관직에 앉혀서 권력을 독점한다. 


종현

기본 중의 기본인 거죠. 순원왕후 김씨 같은 경우에는 조선 후기 최고의 가문이 된 안동김씨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헌종의 수령청정을 하면서 안동김씨에 온갖 이권을 몰아준 거죠. 자기 딸들이 공주잖아요. 이 공주들을 안동김씨에 시집보내서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게 하고, 나중에는 헌종의 왕비도 안동김씨 집안에서 뽑아요. 철저하게 왕실 재산을 안동김씨한테 몰아준 거죠. 이런저런 핵심 관직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정희왕후 윤씨도 실록을 보면 대단합니다. 윤씨의 남동생인 윤사흔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부정부패나 각종 범죄행위가 끊이질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도 자기 누나가 대비니까 누가 자길 막을 거냐고 오만방자하게 행동한 거죠. 윤사흔을 잡아야된다는 탄핵이 계속됐는데도 대비는 듣지 않고. 결국에는 권력을 다 누리고 편하게 죽었다고 합니다.


DJ

조선은 왕조 국가였으니까 그런 식의 실세 정치가 더 심했겠죠.


종현

그렇죠. 왕의 말이 곧 법인 나라였는데, 대비는 그런 왕보다 높은 존재였으니까요. 왕이 대비의 말을 듣지 않으면 왕의 권위가 사라집니다. 불효를 저질렀다고 해서 신하들이 반란을 일으킬 명분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왕도 자기 정치를 하고 싶은데도 어쩔 수 없이 대비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죠. 


DJ

또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종현

대비가 단순히 막후정치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정사에도 열심히 관여를 하는데요. 정희왕후 같은 경우에는 지방으로 파견되는 수령들을 일일이 면접봤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DJ

대비가 관리들을 직접 면접 봐서 뽑았다?     


종현

그렇죠. 면접이죠. 지방으로 파견되는 수령들을 일일이 직접 만나서 자질을 검증받고 다짐을 받았다고 합니다. 왕실의 큰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대비가 할 만한 행동은 아니죠.

이런 식으로 정치에 관여하고 측근들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다보니까 문제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정희왕후 윤씨가 수렴청정을 끝내고 권력을 놓치는 계기가 측근 비리였거든요. 정희왕후의 재산을 관리 하던 조전언이라는 궁인이 있었는데 대비의 최측근이다 보니까 위세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조전언이라는 궁인이 큰 비리사건에 연루되면서 어쩔 수 없이 윤씨가 권력을 내려놓게 됐다고 해요. 


DJ

참 씁쓸하네요. 여러 가지로 요즘 상황이랑 오버랩되기도 하고요. 


종현

그런 부분이 참 많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무릎을 치면서 봤는데요. 요즘도 오방색이다 뭐다 하면서 무속신앙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되잖아요. 그때도 똑같았습니다. 권력을 휘두르던 대비들이 항상 불교에 심취해 있었다고 해요. 


DJ

불교요? 조선은 유교 국가였잖아요. 숭유억불이라고 고등학교 때 배운 게 아직도 기억 나네요. 


종현

숭유억불이 공식적인 정책 기조였죠. 그런데 대비들은 사적으로 불교에 어마어마한 돈을 후원했다고 합니다. 인수대비 한씨는 금자경이라는 걸 만들기도 했대요. 금자경이 뭘까요. 말 그대로 금을 녹여서 불경을 만든 겁니다. 당시에도 금으로 불경을 만드는 건 너무 심하지 않냐고 논란이 됐을 정도라고 합니다. 


DJ

권력을 손에 쥔 대비들이 왜 그렇게 종교에 몰두했을까요? 


종현

정희왕후의 사례를 보면 왜 그랬을 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는데요. 정희왕후가 세조의 아내였거든요. 세조가 김종서를 죽이고 단종을 왕좌에서 끌어내린 계유정난 때 직접 갑옷을 입혀준 일화로도 유명하죠. 세조가 왕권을 강화하려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였거든요. 그런데 세조가 말년에 피부병으로 정말 엄청나게 고생하다 죽습니다. 그걸 보고 정희왕후가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인 업보라고 생각한 거죠. 권력을 지키려고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인 업보로 남편이 고생하다 죽었으니 자기도 그 업보를 피할 길이 없다고 본 거죠. 그래서 불교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자기 내세를 챙긴 거죠. 


DJ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실세들도 죽음 앞에서는 한 없이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거군요. 노래 한 곡 듣고 조금만 더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허클베리 핀이 리메이크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입니다.

==================================

M2 – 허클베리 핀 –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https://youtu.be/I8CBK7iKimo

==================================

DJ

대비왕 위의 여자라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비라는 존재를 따로 떼어놓고 보니까 정말로 이들이 조선의 실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종현

그렇죠. 대비라고 하면 막연히 왕의 어머니 정도의 인식이었는데요. 가끔 사극에서 호통치는 정도? 그런데 책을 보고 나면 아, 대비라는 건 단순히 왕의 어머니가 아니라 왕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하나의 정치세력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DJ

정순왕후 같은 경우는 정조를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종현    

맞습니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니까요. 정순왕후의 피가 섞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자신의 손자인 셈이죠. 그런데 정조가 정순왕후 세력을 위협하는 개혁 정치를 펼치자 시종일관 갈등을 빚다가 끝내 정조가 죽게 되죠.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정순왕후 세력이 개입했다는 설이 분분합니다. 


DJ

비단 정순왕후와 정조만의 일은 아니죠?


종현

조선의 역사를 보면 굉장히 젊은 나이의 임금이 갑자기 죽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세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예종은 즉위한 지 1년 만에 죽는데 그때 열여덟 살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록을 보면 예종이 즉위한 이후에 자기 어머니인 정희왕후와 시종일관 갈등을 빚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1년 만에 갑자기 죽은 건데요. 아들이 비명에 죽었는데도 정희왕후는 당황하거나 오열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후계자를 지명했다고 해요. 그리고는 자기가 권력을 계속 틀어쥔 거죠.

수백 년이 지나서 헌종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죽거든요. 헌종은 자기 어머니인 순원왕후와 왕권 강화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왕궁에는 내의원이 있잖아요. 허준이 있던. 그런데 헌종이 아플 때 순원왕후가 내의원을 거치지 않고 약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 약을 먹다가 헌종이 죽었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순원왕후는 아들이 죽었는데도 후계 문제부터 챙겼다고 해요.


DJ

아들이 죽었는데도 어머니가 별로 슬퍼하지도 않고 권력부터 챙겼다그만큼 권력의 힘이 셌다는 거겠죠?


종현

그런 것 같아요. 대비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말을 잘 안 듣는 아들보다는 자기 말만 따르는 친인척들이 더 가깝게 느껴졌겠죠.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권력을 위해서 아들까지 버리는 모습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또 그 시대에는 그게 맞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어찌됐건 권력의 유혹이라는 걸 참아내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DJ

조선의 실세들 대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인상 깊은 대비가 있다면요? 


종현

역시나 정순왕후 김씨가 가장 인상 깊죠. 법적인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법적인 손자인 정조를 죽게 만든 외척세력의 수장이었으니까요. 정조가 그렇게 갑자기 죽지 않고 자신의 개혁 정치를 밀어붙였다면 이후 18세기, 19세기 한반도의 역사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DJ

그렇군요조선의 비선실세대비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

M3 – 버벌진트 – 세상이 완벽했다면

https://youtu.be/GSpqg5ofLGk

==================================

DJ

버벌진트의 세상이 완벽했다면 들었습니다역사 속의 실세들왕 위의 여인들두 번째로 이야기할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펄벅이 쓴 <연인 서태후>입니다. 

DJ

펄벅이라면 <대지>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죠


종현

맞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죠. 펄벅의 아버지가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했기 때문에 펄벅은 중국 문화에 아주 익숙했죠. 대지나 연인 서태후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책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연인 서태후에 대해서 짧게나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DJ

서태후면 청나라 말기를 주름잡았던 여장부죠. 


종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40년 넘게 중국 대륙을 다스렸던 실질적인 통치자였죠. 서태후의 남편이었던 함풍제가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죽으면서 여섯 살이었던 동치제가 황제가 됩니다. 황제의 어머니였던 서태후가 수렴청정을 하죠. 


DJ

뭔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조선의 대비들과 비슷한데요. 


종현

뒤의 전개도 정말로 똑같습니다. 서태후는 자기 친아들이 황제가 됐는데도 만족을 못합니다. 황제가 병을 얻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해서 죽게 만들고요. 임신한 며느리는 자살하게 만들어요. 자기가 권력을 쥐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는 고작 네 살인 광서제를 다음 황제로 삼고 다시 자기가 수렴청정을 합니다. 1860년부터 수렴청정을 시작해서 1889년까지 했으니까 30년 동안이나 수렴청정을 한 거죠. 나중에 광서제가 개혁운동을 펼치니까 광서제를 자금성에 유폐시키고 자신이 다시 국정을 주도합니다. 개혁운동을 펼치던 정조를 몰락시킨 정순왕후가 생각나죠? 이렇게나 비슷합니다. 


DJ

결국에는 청나라가 멸망하죠. 


종현

서태후는 청나라 멸망 전에 병으로 죽는데요. 죽기 전에 고작 세 살짜리 황제를 다음 황제로 지목합니다. 이 사람이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데요. 그렇게 어린 황제를 다음 황제로 지목한 걸 보면 죽기 직전까지도 정치에 대한 욕심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죠. 


DJ

그 어린 황제가 영화 <마지막 황제>에 나오는 푸이인 거죠? 


종현

맞습니다. 그 커다란 자금성 안을 동네 골목길처럼 뛰어다니던 푸이의 모습이 기억에 선하죠. 한 나라의 몰락이 결국에는 서태후의 손 끝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요. 


DJ

펄벅이 쓴 책에서의 서태후도 실제 역사에서처럼 냉혈한으로 나오나요?


종현

펄벅은 조금 다른 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서태후는 모든 것이 끝난 뒤의 결과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악녀도 이런 악녀가 없겠죠. 아들을 죽게 만들고 며느리를 자살하게 만든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펄벅은 서태후 내면의 갈등과 인간적인 매력에 초점을 맞춰요. 서태후가 경쟁자들을 제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중국 대륙의 통치자를 수십 년 동안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겠죠. 분명히 한 명의 인간으로 보면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일테니까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DJ

혼란한 시기의 여장부였다


종현

그렇지만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니까요. 권력을 손에 쥐고도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으니 서태후에 대한 평가가 후할 수는 없겠죠. 펄벅이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를 하는데요. 그런 묘사들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DJ

마지막 노래는 어떤 건가요? 


종현

영화 마지막 황제 ost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rain으로 골랐습니다.

==================================

M4 – 류이치 사카모토 - Rain

https://youtu.be/DuJHKrUr4_M

==================================



매거진의 이전글 소련군 부인들은 왜 속옷차림으로 거리를 걸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