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ower John Berger

by 이기자

Listener, grinder of lenses, poet, painter, seer. My Guide. Philosopher. Friend. John Berger left us this morning. Now you are everywhere.


존 버거를 단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시인이자 화가였고 농부였으며 철학자였고 이야기꾼인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존 버거를 뒤늦게 알고 그의 책들을 한 권씩 탐독하던 중에 그가 소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올해로 딱 아흔 살.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존 버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존 버거의 사계 The Seasons in Quincy: Four Portraits of John Berger>를 보려다 실패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 EBS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 영화가 존 버거의 마지막 메시지였을 것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작가가 죽더라도 책은 남는다. 고인의 친구이자 배우였던 사이먼 맥버니의 트윗대로 이제 존 버거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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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책에서 인상 깊었던 몇 구절을 옮겨본다.


벨리댄스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그 본성상, 숨어 있다. 몸 안에 존재하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무용수들은, 벨리댄스를 추는 최고의 상태는 막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라고 말한다. 숨은 것이 신비로움을 감싸는데, 이 신비로움은 미래이고, 이 신비로움이 연속성을 대변한다.(벤투의 스케치북)


사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손에 책 세 권을 들고 있는 다른 할머니-나보다 나이가 적다-쪽을 돌아본다. 사람들이 책을 드는 방식은 특별해서, 다른 어떤 물건을 들 때와도 다르다.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 아니라 마치 잠이 든 어떤 것처럼 든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들 때 같은 방식으로 드는 걸 종종 볼 수 있다.(벤투의 스케치북)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주어진 한정된 공간에서, 남자들의 보호, 관리 아래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자들의 사회적 존재는 이렇게 제한된 공간 안에서 보호, 관리를 받으며 그 여자들 나름으로 살아남으려고 머리 쓰고 애쓴 결과로 이룩된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해 그녀의 자아는 찢겨 두 갈래로 갈라진다. 즉 여자는 거의 계속해서 스스로를 늘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략) 그리하여 결국 그녀는 한 여자로서의 정체성이 이렇게 감시하는 부분과 감시당하는 부분이라는, 서로 분명히 구별되는 두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다른 방식으로 보기)


광고는 한 여인으로 하여금 그녀가 그 상품을 구입하면 자신이 선망의 대상이 -그녀를 아름답다고 여겨주는 다른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도록 의도된 것이다. 광고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의 그녀 자신에 대한 애정을 슬쩍 훔쳐내어선 광고 상품의 구입 대가로 그 애정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다른 방식으로 보기)


신체검사가 다 끝나면, 직업에 대한 적성을 증명하는 솜씨의 검사가 또 있다. 네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줘라, 하고 한 친구가 그에게 충고했다. 천천히 대답을 해라, 네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줘라. 어떤 사람들은 앉아서 결과를 기다린다. 어떤 사람들은 서성거린다. 수많은 얼굴들 위에 나타난 표정들은 엉뚱한 다른 상황을 상기시키는 표정들이다. 자기 아이가 태어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빠의 표정인 것이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새 생명을 기다린다.(제7의 인간)


이민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해서 그들이 다른 사람들처럼 건강하거나 아프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프랑스에서의 통계조사 결과 이민들의 정신병 발병 확률이 프랑스 시민들보다 두세 배나 더 높다는 것이 나타났다. 그러나 정신병이라는 범주 자체가 의심쩍은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이민노동자들이 불안과 불행으로 인해서 두세 배나 더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더욱 과학적일 것이다.(제7의 인간)


존 버거의 사계 다큐멘터리 예고편

가디언의 존 버거 유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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