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뉴욕판 新가족의 탄생.

매기스 플랜을 보고

by 이기자

<매기스 플랜>은 시종일관 경쾌하고 유쾌하다.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고 관계가 얽히고설키는 데도 신파로 빠져들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김혜리 기자의 지적처럼 이 영화가 우디 앨런을 극복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매기를 연기한 그레타 거윅의 당당한 걸음걸이 때문이기도 하고, 영화가 조명하는 이들 세대의 관계 맺기가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기스 플랜의 한국 예고편 내레이션은 윰블리 정유미가 맡았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을 떠올렸다. 두 영화는 전혀 다르면서도 또 비슷한 구석이 있다. 가족의 탄생에는 우리가 아는 정상적인 모습의 가족이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부재한다. 빈자리를 남은 가족들의 수평적 관계가 메운다. 정유미가 연기한 채현은 엄마들과 살고 있고 엄마들은 딸의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헤어지면 밥도 안 먹느냐"라고 말한다. 아버지 없이도 그들은 행복하다. 정상적인 가족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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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스 플랜의 두 여자. 매기와 조젯(줄리안 무어)을 보며 마찬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모두에게 해만 끼치는 찌질한 남자 존(에단 호크) 없이도 매기는 행복하다. 조젯은 존을 원하지만 그건 버림받은 여자의 애달픈 갈구 같은 것이 아니다. 매기스 플랜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은 매기와 조젯이 아버지가 같은 세 명의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아닐까. 공통의 아버지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그들의 삶은 이어진다.


이혼, 재결합, 싱글맘, 정자 제공, 21세기의 결혼과 양육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모습이 과거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레타 거윅와 줄리안 무어는 서로 다른 의미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제 막 자신의 삶을, 가족을 시작한 그레타 거윅, 그리고 중년에 접어든 줄리안 무어는 모두 선택을 한다. 둘은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불륜이라는 단어는 둘의 관계 속에서 색을 잃고 희미해진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관계는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지만 이 또한 동시대의 모습이다.


영화에 반복적으로 삽입된 음악 때문인지 몰라도 홍상수 영화가 자꾸만 생각났다. 홍상수 감독이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뉴욕에서 자랐다면 여자였다면 아마도 이런 영화를 만들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쨌거나 레베카 밀러는 홍상수가 아니고 우디 앨런을 극복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말고도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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