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세대는 이제 한국을 떠난다

by 이기자

외가 쪽의 사촌누나가 다섯 명인데 그중 세 명이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당연히 육아가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통틀어 손에 꼽을 수 있는 친한 동성 친구의 절반 이상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 이제 집안 어른들을 만나면 왜 결혼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올 나이다. 망설이거나 아예 관심이 없거나다. 나는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세대'라는 말을 싫어한다. 나이에 따라 선 하나 쫙 그어 놓고 너는 무슨 세대 너는 무슨 세대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위적인 세대 구분은 더 중요한 문제를 가린다. 그럼에도 어떤 용어는 생명력을 얻는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경우다. 작위적인 구분이라는 문제는 여전하지만 쓸모가 있기에 살아남는다. 이케아 세대라는 말이 그렇다.


이케아 세대라는 말은 전영수 교수의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라는 책에 나온다. 2013년에 출간된 이 책은 삼십 대 중반을 전후한 청년 세대를 이케아 세대로 명명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의 삼십 대는 '샤넬을 이야기하며 다이소를 소비하는 세대'다.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을 담고 있으면서도 저렴한 이케아와 지금의 삼십 대가 이어진다. 실제로 내 주변 또래들의 이케아 사랑은 지극하다.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데 익숙하고 1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은 꿈도 꾸지 않는다. 어차피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신세다. 내구성보다는 싸고 가볍고 디자인이 좋은 가구를 택한다. 그래서 이케아다. 이케아 세대라는 말은 삼십 대의 청년들의 여러 속성을 설명해준다.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은 2013년에 처음 나온 이후로 꾸준히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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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의 한계는 문제를 지적한 이후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건가. 이케아 세대가 지금의 노인 세대에 비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무력하다는 건 그럴싸한 말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궁금한 건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가. 이케아 세대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싱글라이프니 1인가구니 하는 트렌디한 말속에 숨어서 구질구질한 원룸 오피스텔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되는 건가?


저자가 언급하는 해결책은 솔직히 말해서 비현실적이다. 전영수 교수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춘 세대가 결혼과 출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주택, 금융, 노동, 연금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인 세대와 기득권 세력이 스스로 일정 부분 양보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점잖게 조언한다. 일본항공의 OB 직원들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몫을 양보한 사례를 하나 들면서 이 모든 꿈같은 변화가 가능하다고, 아니 가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노인 세대가 청년들을 위해 연금제도를 양보하고 신자본주의적인 노동 제도의 대안을 모색한다니...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차라리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해보는 건 어떨까. 청년이 없는 나라,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사회는 공멸한다. 옥스퍼드대 교수의 경고를 인용할 것도 없이 지금의 저출산, 고령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해체될 수밖에 없다. <칠드런 오브 맨>의 디스토피아가 한국에서 제일 먼저 펼쳐질 수 있다. 서둘러야 할 것 같지 않나. 해결책. 진짜 해결책은 어디 있을까.


그런데, 그러면 어떤가.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청년 세대가 적지 않다. 노인 세대와 기득권 세력은 위대한 민주주의의 원칙 아래 그들의 한국을 지키고 이케아 세대는 떠난다. 이 책에는 잘 언급되지 않는데 이케아 세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세계 어디를 가든 잘 먹고 잘 산다는 점이다. 캐나다로 떠난 나의 사촌누나들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희망적인 사실은 그들의 아이들이 너무나 행복해한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아니었다.


민족주의는 역겹고 국가는 애초에 이들 세대에게 해준 게 없다. 전영수 교수의 표현대로 이케아 세대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 그들 몫은 다 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20년, 30년을 더 견디라고? 이들 세대의 이해관계와는 전혀 다른 것을 추구하는 기성세대를 위해서? 떠날 준비가 된 사람들은 떠난다. 다른 나라도 한국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길. 이케아 세대는 다이소를 소비할지언정 루이스 폴센과 임스체어가 좋다는 것 정도는 안다. 나는? 나는 게을렀던 탓에 또래들보다는 이 곳에 더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마음만은... 책을 덮으며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준비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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