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미국의 송어 낚시>로 유명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를 읽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단편 62편이 실려 있다. 표지와는 다르게 서늘한 글이다. 출판사의 책소개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고 적혀 있는데 거짓말이다. 아름답지 않다. 참혹하다.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인상적인 문장들을 조금 발췌해 봤다.
그녀는 30대 후반의 영원히 부서지기 쉬운 여자 중 하나였고, 왕년에는 무척 아름다워서 술집이나 맥주 홀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이제는 사회복지수당에 의존해 사느라 한 달에 한 번 수표가 나오는 날을 중심으로 삶을 꾸리는 여자가 되었다.
'수표'는 그들의 삶에 종교적인 용어가 되어서 대화할 때마다 그 단어를 적어도 서너 번씩 사용했다. 대화의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25p, 1/3 1/3 1/3
이상하게도 캘리포니아는 다른 모든 곳에서 사람들을 불러서는 예전의 삶을 잊어버리게 한다. 이곳의 에너지 자체가, 혹은 금속을 먹는 꽃의 그림자가 우리를 다른 삶으로부터 불러와 길거리 주차 미터기가 타지마할처럼 늘어선 캘리포니아의 주민으로 만든다.
34p, 캘리포니아로 모여드는 사람들
드디어 그는 라디오를 불태웠다. 그는 라디오 주위에 종이를 쌓았다. 그런 다음 성냥을 그어 종이에 불을 붙였다. 우리는 거기 앉아서 불타는 라디오를 바라보았다. 라디오를 불태우는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38p, 태평양에서 불탄 라디오
나는 마린 카운티에서 살고 있는 나이 많은 부자 노파의 정원사인 내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를 계속할 자격이 있어. 그 여자는 열아홉 살 먹은 개를 엄청나게 사랑했는데, 그 개는 노망이 들어 천천히 죽어감으로써 그 사랑에 보답했지.
내 친구가 일하러 갈 때마다 개는 조금씩 더 죽음에 가까이 가고 있었어. 열아홉이면 개로서는 죽을 나이가 훨씬 지난 셈인데, 그 개는 너무 오래 죽어가다 보니 그만 죽는 방법을 잊어버린 거지.
74p, 겨울 양탄자
그녀는 호텔보다 모텔을 훨씬 더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자기도 몰랐다. 아마도 아침의 빛 때문이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모텔 방의 빛이 더 자연스러웠으니까. 모텔 방의 빛은 적어도 호텔 청소부가 갖다놓은 것처럼 인공적이지는 않았다.
132p, 서로를 잘 알기
여자가 아침에 옷을 입을 때, 특히 새로 만난 여자여서 당신이 그녀가 옷 입는 것을 처음 보는 것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가치의 교환이다.
185p, 아침에 여자가 옷을 입을 때
'세 말의 독일산 셰퍼드 강아지들이 집에서 떠나 카운티의 경계선을 떠돌았다.' 그건 마치 밥 딜런의 노래 가사 같았다.
나는 이 가엾은 길 잃은 개들이 어쩌면 우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우리 미래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194p, 독 타워에서 보는 경치
1918년 장인은 프랑스로 가서 드 아비양 비행기를 몰고 프랑스에 있는 한 기차역을 폭격했다. 한번은 독일군 상공을 날고 있었는데, 작은 구름들이 그의 주위에 생겨났고 그는 그것들이 아름다워서 오랫동안 거기에 머물러 있다가 비로소 그것이 자기 비행기를 격추시키려는 독일군 방공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한번은 그가 프랑스 영공을 날고 있었는데, 그의 비행기 뒤로 무지개가 나타나더니, 그가 방향을 선회할 때 역시 방향을 선회하면서 여전히 뒤따라오고 있었다. 1918년 어느 날 오후에.
224p, 제1차 세계대전과 로스엔젤레스 비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