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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r 05. 2017

힙합 책으로 배웠어요

힙알못 탈출을 도와줄

힙합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송명선의 <힙합하다>

시어 세라노의 <The RAP : 힙합의 시대>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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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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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요즘 힙합이 대세잖아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힙합의민족 요즘엔 고등래퍼가 또 엄청 인기더라고요. 근데 막상 힙합 마니아가 아니면 힙합이 뭔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힙알못인 제가 힙합을 배울 수 있는 책 두 권을 준비했습니다.


DJ 

힙합 책으로 배웠습니다.


종현

속성이죠. 한국과 미국의 힙합에 대한 책 두 권을 골랐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배우고 책에 나오는 노래들을 찾아서 듣다보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힙합이 뭔지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DJ 

그러게요다들 힙합힙합하는데 막상 힙합이 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죠랩하고 이런 게 힙합인가 보다 하는 거죠.


종현

힙합은 하나의 문화인데요. 1970년대에 뉴욕 빈민가의 흑인들이 파티를 즐기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입니다. 힙합의 4대 요소가 디제이, 랩, 비보잉, 그라피티거든요. 누군가가 음악을 틀고 거기에 맞춰서 랩을 하고 춤을 추고 스프레이로 영역표시를 하고 그런 게 힙합이라는 문화로 자리 잡은 거죠. 그중에서도 한국에서는 랩이 특별히 인기가 많죠. 요즘에는 디제잉도 많이 각광받고 있고요.     


DJ

그러면 힙합을 가르쳐줄 첫 번째 책은 뭔가요?     


종현

먼저 한국 힙합을 다룬 책입니다. 힙합하다라는 인터뷰 모음집을 골라봤어요.     


DJ

힙합 아티스트들의 인터뷰 모음집인 거죠?     


종현

네. 모두 마흔두 명의 힙합 아티스트를 인터뷰한 책인데요. 우리가 잘 아는 래퍼들에서부터 잘 모르는 힙합 사진작가, 디제이, 재킷 디자이너까지 나옵니다.      

DJ

잘 아는 래퍼라면 누가 있을까요?     


종현

요즘 제일 유명한 래퍼죠. 도끼의 인터뷰도 있고요. 빈지노나 다이나믹 듀오, 타이거JK, 나찰, 딥플로우 같이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거의 다 들어가 있습니다.     


DJ

이 사람들 인터뷰만 읽어도 한국 힙합의 역사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겠네요.     


종현

이 책이 재밌는 게 저자가 기자나 힙합계 사람이 아니라 연구자입니다. 한국 대중문화나 대중음악에 대해 연구하는 30대 학자가 쓴 책이거든요. 아무래도 기자가 인터뷰를 하면 이슈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잖아요. 그런데 저자가 학자다 보니까 잡음 없이 오로지 인터뷰어의 삶에 집중해요. 이 책에 나온 아티스트들의 삶이 거의 한국 힙합의 역사 그 자체거든요. 조금 밋밋할 수도 있는데 읽다보면 진짜 역사를 접하는 재미 같은 게 있습니다.     


DJ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자세히 나눠볼게요.     


종현

가리온의 회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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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가리온

https://youtu.be/3h4k_9G5M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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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담은 힙합하다.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지 궁금한데요. 제일 흥미로운 인터뷰는 누구였나요? 


종현

다이나믹 듀오나 타이거JK 같은 경우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어서 이야기들을 좀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도끼라는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게 많지가 않아요. 유명한 거나 노래가 좋은 건 아는데 개인적인 스토리를 몰랐거든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 되게 많은 걸 알게 됐죠.     


DJ

도끼면 힙합 모르는 어른들도 이름은 알잖아요. 부모님이 걔는 누군데 돈이 그렇게 많냐고 묻기도 하고요.     


종현

그렇죠. 도끼하면 돈이나 차, 스웩 같은 걸로 많이 알고 있잖아요. 지금 모습만 보면 그냥 철없이 돈 많이 번 연예인 같은 이미지인데 책을 보면 어린 시절부터 엄청나게 고생한 이야기들이 나와요. 열두 살에 집이 파산하면서 부모님이랑 따로 살게 되는데 컨테이너 박스에서 형이랑 살다가 쫓겨나고요. 사기도 당하고요. 도끼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요 이렇게 말해요. 제가 한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는 스펙을 가진 인물이다. 혼혈이지 학교 안 다녔지 키 작지 피부 까맣지 문신 많지 고분고분하지도 않지. 그런데 힙합 덕분에 한국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게 됐다. 힙합은 고마운 존재라고요.     


DJ

한국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는 스펙인데도 그걸 딛고 일어선 힘이 힙합인 거네요.     


종현

힙합이란 게 원래 흑인 빈민가의 문화라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힙합이 유명해지면서 힙합 아티스트들 중에서 백만장자가 나오죠. 미국은 총이나 마약 같은 갱스터 문화가 힙합에 엮여 있다 보니까 사고도 많았고요. 한국은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는 규제가 강하니까요. 힙합의 좀 밝은 면이라고 해야 될까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성공 스토리. 이런 것들이 더 부각되는 것도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DJ

힙합 아티스트들, 래퍼들 하면 굉장히 자유분방한 이미지잖아요. 인터뷰 내용도 그런가요?     


종현

어른들이 특히 많이들 그러죠. 힙합한다고 하면 혀부터 차고요.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 다들 정말 많은 고민들을 해요. 타이거JK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힙합은 패션이 아니고 디스도 아니다. 경쟁적인 예술이긴 하지만 표현의 자유이자 사회적인 억압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로 시작된 문화다. 타이거JK는 한국 힙합의 오랜 역사를 대표하는 래퍼니까요. 끊임없이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거죠. 젊은 래퍼들도 마찬가지고요. 빈지노는 한국 사회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요. 돈이나 벌자. 여자랑 놀자. 무작정 이런 분위기는 아니라는 거죠.      


DJ

최근에 힙합 인기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힙합은 한국 사회에서 좀 마이너한 문화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종현

그렇죠. 힙합한다고 하면 부모님들은 뜯어말리려고 하잖아요. 책에 랩몬스터 인터뷰가 나와요. 방탄소년단이라고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 그룹의 래퍼인데요. 공부를 굉장히 잘 했다고 해요. 모의고사 성적이 전국 1% 였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힙합하겠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말리는 거죠. 대학가서 좋은 직장 들어가지 왜 그러냐고요. 이때 랩몬스터가 한 말이 참 인상적인데요. 공부로는 아무리 잘해도 전국 5000등인데 랩으로는 전국 1등 할 수 있다. 엄마는 5000등 하는 아들이 좋냐, 1등 하는 아들이 좋냐. 이렇게 말하고 허락을 받은 거죠.     


DJ

랩으로 1등하겠다.     


종현

힙합이란 게 한국 사회에서는 다양성의 상징 같은 거죠. 예전에는 공부 밖에 없었잖아요. 공부 성적 하나로 전국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을 줄 세웠죠.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거예요. 자기 잘 하는 분야에서 1등 할 수 있으면 되는 거죠. 랩 1등, 요리 1등, 달리기 1등. 공부 1등만 추구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된 거죠.      


DJ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DJ Soulscape의 캔디 펑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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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DJ Soulscape - Candy Funk

https://youtu.be/sEyNeLoql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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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힙합에 대한 두 번째 책은 뭔가요?     


종현

이번에는 힙합의 본 고장이죠. 미국의 힙합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입니다.     


DJ

어떤 책이죠?     


종현

제목이 더랩 힙합의 시대라는 책이고요. 굉장히 재미있는 책입니다.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나온 힙합 곡 중에서 가장 중요한 노래를 하나씩 뽑았어요. 그러니까 전부 36곡에 대한 소개를 담고 있는 책인 거죠.     


DJ

그냥 노래 이름만 알려주고 무슨 노래인지 설명만 하는 책은 아니겠죠?     


종현

그러면 재밌다고 할 수가 없겠죠. 일단 중요한 게 매년 제일 좋은 노래, 최고의 노래를 뽑은 게 아니라 제일 중요한 노래를 뽑았다는 겁니다. 힙합의 역사나 사회에 영향을 주는 노래들을 위주로 골랐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단순한 곡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힙합 아티스트들의 관계나 사회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이 책의 명칭이 아트북이거든요. 글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그래픽이 굉장히 다양하게 들어가 있어서 보는 재미도 뛰어나고요.     


DJ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한 곡씩이면 우리가 잘 아는 노래도 많을까요?     


종현

힙합에 얼마나 관심이 있었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저는 그래도 반 정도는 들어본 노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일 유명한 노래로는 빅션의 컨트롤이 있겠죠. 2013년에 미국에서 디스 대전을 일으킨 노래죠. 맥클모어&라이언 루이스의 세임 러브나 50센트의 인 다 클럽, 에미넴의 마이 네임 이즈 같은 노래는 힙합 모르는 사람들도 한두 번은 들어보셨을 거고요.      

DJ

미국 힙합이라고 하면 투팍이나 제이지도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종현

그렇죠. 투팍은 1995년이랑 1996년에 2년 연속 가장 중요한 곡에 이름을 올렸고요. 제이 지는 2000년, 2001년, 2011년까지 세 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투팍, 제이 지, 카니예 웨스트 이런 아티스트들이야 이름이 빠지지 않죠.     


DJ

아무래도 2000년대 아티스트는 그나마 익숙한데 1980년대는 생소할 거 같아요.     


종현

저나 황진하 아나운서가 태어나기도 전이니까요. 이 부분은 저도 역사책 읽는 마음으로 봤는데요. 1979년에 나온 힙합 곡 중에 제일 중요한 곡이 슈가힐 갱의 래퍼스 딜라이트입니다. 사실 이 맘 때가 힙합의 탄생기거든요. 책의 저자는 이 노래가 미국인이 들은 최초의 랩곡이라고 말해요. 당연히 그 해에는 제일 중요한 노래인 거죠.


DJ

초창기에는 지금이랑은 좀 달랐겠죠?     


종현

초창기에는 힙합이 디스코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래퍼스 딜라이트도 랩이 제대로 나온다는 점을 제외하면 좀 까불까불하는 분위기고요. 그래서 당시 래퍼들 중에서도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어쨌건 이 노래가 힙합의 시대를 열어젖힌 건 분명하죠. 롤링 스톤은 이 노래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힙합 노래 2위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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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2Pac – Dear Mama

https://youtu.be/Mb1ZvUDvL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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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투팍의 디어 마마 들었습니다.      


종현

투팍의 노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입니다. 자신의 엄마에게 받친 노래인데요. 엄마가 약물 중독자였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는 엄마가 항상 여왕이었다고 말하는 가사가 감동이죠.     


DJ

미국 힙합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더랩 힙합의 시대 이야기하고 있어요. 미국 힙합은 특히나 사회 비판적인 가사가 많잖아요.      


종현

힙합은 흑인 빈민가의 문화에서 출발했으니까요. 힙합을 보면 크게 둘이에요. 자기자랑이랑 사회비판. 근데 뿌리를 보면 같아요. 왜냐하면 빈민가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게 그런 것뿐이에요. 내가 최고다. 내가 너보다 세다. 이러면서 자기 위안을 하거나 아니면 이 세상이 문제다. 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 이러면서 사회 비판을 하는 거죠.     


DJ

그런 노래들도 책에 나오겠죠소개 좀 해주세요.


종현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퍼블릭 에너미의 파이트 더 파워라는 곡이 있는데요. 저자는 1989년의 가장 중요한 힙합 곡으로 선정합니다. 퍼블릭 에너미는 힙합 아티스트 중에 가장 정치적인 메시지를 많이 낸 그룹이었는데요. 대통령, 언론, 백인 우월주의자 할 것 없이 다 공격합니다. 타임지가 꼽은 모든 장르를 통틀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100곡에 들어가 있으니까요. 한 번 꼭 들어보실 것 추천합니다.     


DJ

디스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나요?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이 2013년에 가장 중요한 곡으로도 소개됐다고요?     


종현

디스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제이지랑 나스가 빠질 수 없겠죠. 제이지는 힙합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션이고 나스는 힙합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뮤지션이라고들 흔히 합니다. 제이지가 상업적인 힙합의 정점을 찍었다면 나스는 예술로서의 힙합의 정점을 찍은 거죠. 그런데 둘이 사이가 무지 나빴어요. 지금은 화해했지만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6년 동안 서로 치고받고 싸웠는데요. 이게 왜 역사상 가장 중요한 힙합 디스전이냐. 제이지나 나스나 최고의 자리였거든요. 디스전이라는 게 보통은 언더독이 최강자를 건드리는 방식입니다. 최강자끼리는 모든 걸 걸어야 하니까 잘 안 싸워요. 2001년이 절정이었는데요. 제이지는 테이크오버라는 곡을 냈고 나스는 디어라는 곡을 내서 서로를 디스했습니다. 둘 다 굉장히 유명한 곡이니까요. 가사 번역을 보시면서 들으시면 굉장히 재밌습니다.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도 좋은 노래고 대단하지만 솔직힌 나스의 이더는 어마어마하거든요.      


DJ

마지막 노래는 몇 년도의 가장 중요한 곡인가요?     


종현

2012년에 나온 맥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의 세임 러브라는 곡입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고 지지하는 노래인데요. 일단 이 노래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노래입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맥클모어는 동성애자가 아니죠. 흑인도 아니고요. 이성애자 백인 래퍼가 동성애를 지지하는 랩을 했고 201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4개의 트로피를 얻었죠.


DJ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종현

가사 몇 구절을 소개해드리는 걸로 대신할게요.

미국은 용감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게이는 가지지 못한 자라는 말과 동의어야. 신은 그의 모든 양들을 사랑한다는 말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잊혀졌지. 인권은 모두를 위한 거야. 차별은 없지. 앞으로 나아가야 해.


DJ

맥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의 세임 러브 들으면서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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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Macklemore and Ryan Lewis – same love

https://youtu.be/hlVBg7_08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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