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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Feb 26. 2017

이케아 세대와 사토리 세대_한일 청년 잔혹기

한국 청년 세대의 현실을 다룬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일본 청년 세대의 현실을 다룬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두 권의 책을 다뤘습니다.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나는 엄마에게 속았어요 & 내가 니를 어찌 키웠는데, 2011, 이광기, D뮤지엄 홈페이지.

>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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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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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오늘은 청춘 세대의 불안을 다룬 두 권의 책을 준비했습니다.     


DJ

청춘 세대라면 딱 저랑 종현 씨의 나이대겠네요?     


종현

그렇죠. 두 권의 책이 다루는 나이대가 조금 다르긴 한데요. 크게 봐서는 20대와 30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니까요. 방송 준비하면서 사실 굉장히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고개를 계속 끄덕끄덕하게 되는 거죠.     


DJ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는 안 나오겠죠? 요즘 청춘 세대들이 워낙에 힘들잖아요. 삼포세대라는 말이 나온지도 꽤 됐고요. 취업하고도 뭐 사정이 나을 게 없으니까요.     


종현

사실 이제는 무언가 포기라고 할까요. 달관했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죠 다들. 먼저 소개해드릴 책의 제목이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거든요. 그런데 부제가 더 직설적입니다.     


DJ

부제가 어떤가요?     


종현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 이게 부제입니다.      

DJ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 그러면 제목에 나오는 이케아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를 말하는 거겠네요?     


종현

맞습니다. 사실 이렇게 작위적으로 세대를 나누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무슨무슨 세대 이런 말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런데 이케아 세대라는 말은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여겼어요. 이케아라는 게 많이들 아실 텐데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거든요. 젊은 층이 특히나 선호하는 브랜드인데요. 북유럽 디자인이다 보니까 세련된 맛이 있는데 비해서 내구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고요. 가격은 싸지만 직접 조립해야 되는 불편함도 있고요.     


DJ

그런 이케아 가구의 특징이 지금 한국 사회의 30대와 비슷하다는 거죠?     


종현

그렇죠. 지금 30대는 한국 사회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급 인력이잖아요. 초고스펙을 자랑하는데 막상 삶의 질은 앞선 세대들에 비하면 형편없죠. 이걸 책의 저자는 이렇게 표현해요. 머리로는 샤넬을 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이소를 소비하는 세대다. 앞선 세대보다 미적 감각이나 지적인 경험은 앞서는데 경제력이나 구매력은 없다시피 한 거죠. 그런 괴리에서 생기는 불안감이나 좌절감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분석한 책입니다.     


DJ

설명만 들어도 공감이 되는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이랑의 가족을 찾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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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이랑 – 가족을 찾아서

https://youtu.be/2mrTQhf2O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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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청춘 세대의 좌절을 분석한 첫 번째 책.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케아 세대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되는데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종현

30대 청년 세대는 한국 사회의 허리잖아요. 주축이죠.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일 텐데. 한국 사회는 유독 이 30대 청년 세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다는 게 저자의 지적입니다. 대표적인 게 결혼과 출산 문제죠.     


DJ

결혼과 출산. 요즘은 정말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주변에만 해도 그걸 필수라고 여기는 분위기는 아니고요.     


종현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정말 많죠. 개인적인 선택이라면 무슨 문제겠냐마는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 그건 사회적인 문제인 거죠. 그런데 한국 사회는 여러 제도가 청년층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겁니다. 노동제도만 해도 윗세대는 취업만 하면 정년까지 무리 없이 갈 수 있었죠.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비정규직에 인턴이라는 게 생기더니 이제는 계약직과 연봉제가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았거든요. 금융시스템은 또 어떤가요. 금리가 30퍼센트에 달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 시절에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돈을 벌었죠. 조금만 수완이 있으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어렵지 않게 돈을 불렸죠.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죠. 마이너스 금리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인데요. 이런 식으로 청년층이 윗세대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하는데도, 이런 불만을 이야기하면 윗세대는 청년들에게 절박함이 없다. 투지가 없다. 우리 때는 맨손으로 밤새 가면서 일했다. 이런 이야기나 하고 앉아 있는 거죠.     


DJ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거죠.     


종현

결국에는 청년들이 입을 다뭅니다. 사회 문제에 소극적이 되고 발언하지 않아요. 갈수록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어차피 선거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거든요. 말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그냥 입을 다물고 개인의 행복만 추구하는 겁니다. 결혼과 출산은 청년세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모험인 거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공멸하는 길로 간다는 겁니다.     


DJ

청년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면요.     


종현

로마 제국이 무너진 것도 저출산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미혼 여성에게 독신세를 부과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한국 사회는 사실 기록적인 수준의 저출산 국가인데 우리 사회는 그런 문제의 심각성을 너무 외면하고 있는 거죠. 당장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데 솔직히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누가 이런 문제에 관심이나 있는지 모르겠어요. 옥스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한국은 저출산 때문에 지구 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     


DJ

해결책은 있겠죠?     


종현

책의 저자인 전영수 교수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 일과 가정이 조화를 이루도록 노동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요. 중산층을 키울 수 있도록 금융제도를 바꾸고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데요. 이 책이 출간된 게 2013년이거든요. 4년이 지났는데 솔직히 달라진 게 있나 싶어요. 청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걸 탈선으로 보지 말고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 그 정도로 똑똑한지도 모르겠고요. 문제를 안다고 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DJ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패닉의 달팽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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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패닉 – 달팽이

https://youtu.be/zraW-fU00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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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청춘 세대의 좌절을 분석한 두 번째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이번에는 일본의 청춘을 분석한 책입니다. 일본은 한국이랑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아 있잖아요.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미리 겪기도 했고요.      


DJ

어떤 책이죠?     


종현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라는 책입니다. 몇 년 전에 일본에서 사토리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거든요. 바로 그 사토리 세대의 특징을 분석한 책입니다.     


DJ

사토리 세대는 아까 살펴본 이케아 세대랑 비슷한 의미인가요?     


종현

비슷한 구석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고요. 사토리라는 말이 득도했다는 뜻이거든요. 이게 사전적인 뜻만 찾아보면 생사의 고해를 벗어나 깨달음을 얻는다. 이런 말이잖아요.     

DJ

사는 게 너무 힘든데도 그 안에서 행복해지는 길을 찾았다? 이런 뜻인가요?     


종현

그런 의미인 셈이죠. 일본은 한국보다도 청춘 세대의 방황과 어려움이 먼저 찾아왔거든요. 1990년대 후반부터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2011년에 굉장히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하나 발표됐습니다.     


DJ

어떤 조사였나요?     


종현

일본 국민 생활 만족도 조사라는 거였는데요. 20대 응답자의 75%가 ‘지금 나는 행복하다’라고 답한 겁니다. 이 숫자가 조사 이래 최고치라고 합니다. 일본 청년들의 생활이나 직업이나 이런 부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오히려 더 많은 청년들이 나는 지금 생활이 좋아. 행복해라고 답한 겁니다.      


DJ

생활이 어려운데도 행복하다? 왜일까요?     


종현

책의 저자가 20대 사회학자인데요. 이렇게 분석을 합니다. 인간은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지금 상태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여기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지금 생활에 만족해버린다는 겁니다. 재미있는 비교가 있는데요. 중국에는 농민공이 있잖아요. 시급 1500원을 받으면서 일하는 농민공의 85%가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답니다. 농촌보다는 나으니까. 어차피 더 나아질 게 없으니까 그냥 행복한 거예요.     


DJ

희망이 없기에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하는 거네요. 꼭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종현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면 20대의 삶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책에 있어요. 반대로 고도성장기에는 오히려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말도 있고요. 다른 사람들이 더 버는 모습이 바로 옆에서 보이니까 불만을 갖고 더 일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주변에 나보다 딱히 나은 사람이 없어요. 그저 자기 하고 싶은 것에 만족하면서 살게 되는 거죠. 물도 고이면 썩는데 사회라고 안 그러겠어요? 이런 사회는 정체되고 부식되고 낡아지는 거죠.     


DJ

앞에서 살펴본 이케아 세대에 대한 책이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종현

한국은 어떻게 보면 일본과 사회 구조나 산업 구조가 비슷하니까요. 은퇴 이후의 고령 사회에 대한 대비가 일본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는 걸 생각하면 한국이 더 큰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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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산울림 청춘

https://youtu.be/yodXsojRr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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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산울림의 청춘 들었습니다. 일본 청춘 세대를 분석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나요?     


종현

해결책이라는 부분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앞에 소개해드렸던 책이랑 비슷합니다. 일단 제일 먼저 기성세대가 청춘 세대의 불만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요. 옛날에는 이런 도식이 통했죠. 명문대 입학-대기업 취업-결혼-출산-중산층 가정-정년퇴직. 그런데 이제는 명문대에 들어가도 대기업에 못 들어가요. 인턴이나 계약직부터 시작해야 돼요. 결혼도 출산도 요원하죠. 부자 부모를 만나거나 복권이 되지 않는 한 결혼 이후의 모든 과정이 지난해요. 당연히 결혼도 출산도 어렵죠. 그런데 부모세대들은 명절이면 왜 결혼 안 하느냐고. 왜 좋은 기업에 안 들어가냐고. 왜 애 안 낳냐고 뭐라고 하죠. 청춘 세대가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건 기성세대라는 걸 똑똑히 알아야죠.     


DJ

기성세대와 청춘 세대 사이의 불신과 오해의 벽이 너무 높아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제는 부모 자식 사이에도 제대로 된 소통이 어려워졌잖아요.     


종현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자포자기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게 그들의 잘못이라고 하지 않아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나 척박한 현실을 물려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하죠. 엉망진창인 정치 제도와 노동 제도, 이런 것들을 만든 건 청춘 세대가 아니라 기득권 세대니까요.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아무런 반성도 고민도 없죠.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말로 젊은이들을 기만할 뿐이죠. 시작하는 모든 존재가 늘 아프고 불안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건 젊은이들에게 아프고 불안한 현실을 건네준 기성세대의 부끄럼 모르는 변명에 불과하죠.     


DJ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국이나 일본이나 청춘이 겪는 문제들이 참 비슷한 것 같네요.      


종현

이 책을 읽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부분이 많아요. 분명히 일본의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한국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가 일본 회사 이름이나 일본어가 나오면 그제야 아 이게 일본 책이었지 하게 되는 거죠. 그만큼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고 해결책을 서둘러 찾아야 하는 것도 공통의 과제라는 생각도 들고요.     


DJ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청년세대는 한 사회의 허리잖아요. 고령층을 부양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청년세대가 든든하게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우리는 허리가 너무 부실해지고 있으니까요.     


종현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다들 인정하고 같이 노력해야겠죠.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의 문제를 그들만의 것으로 여기지 말아야 되고요. 저출산 고령화가 함께 지속된다면 20~30년 뒤에는 한국 사회가 정말 절망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봐요.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동시에 진행되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인데 다들 별로 관심이 없죠.     


DJ

세대 간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네요.     


종현

기성세대는 청년층을 보면서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 이런 소리를 하지 말아야 되고요. 청년층은 반대로 어차피 말 안 통한다고 지레짐작하고 소통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죠. 서로 조금씩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DJ

좀 더 희망적인 이야기가 들려오길 바라면서 마지막 곡 들을게요.     


종현

이승열의 why we fai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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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이승열 – why we fail

https://youtu.be/449axWIGc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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