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자 Jul 09. 2017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특집 1편

읽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만화책들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에서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을 소개했습니다.

오랜만의 방송이라 더 즐거운 마음으로 했네요.

소개한 책은 '설국열차'와 '블루 자이언트'입니다.

=================================

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

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는데요.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모든 직장인 분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휴가철이죠. 오늘은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휴가지에 가져가서 읽기 좋은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종현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셔서 조금 찾아봤습니다.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에 여러 기관에서 추천도서를 발표하거든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같은 공공기관에서 발표하기도 하고, 대형서점에서 발표하기도 해요. 아직 올여름 휴가철 추천도서는 많지가 않아서 작년 자료를 좀 봤는데요.     


DJ

어떻든가요?     


종현

굉장히 좋은 책들이 많더라고요. 예컨대 작년에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추천도서를 보면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쓴 ‘슬픈 열대’가 있고요, 제레미 머서가 쓴 ‘시간이 멈춰 선 파리의 고서점’도 있더라고요. 굉장히 좋은 책들이죠. 슬픈 열대 같은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사회과학 서적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목록을 쭉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숨이 막히는 게 있어요.     


DJ

숨이 막힌다?     


종현

너무 좋은 책들이고 훌륭한 책들이다보니까 편하게 읽기 부담스러운 거죠. 휴가철이잖아요. 휴가철. 1년 동안 고생하고 드디어 일주일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휴가철인데, 그런 휴가철에 숙제하듯이 읽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책을 추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DJ

그럼 휴가철에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 어떤 책이 있을까요?     


종현

역시 마음 편하게 읽기에는 만화책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휴가에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몇 권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DJ

회사 출근 안 하고 침대에 누워서 만화책 읽는 생각하니 벌써 휴가철인 것 같네요. 먼저 소개해줄 만화책은 뭔가요?  


종현   

지금 한국 영화감독 중에 가장 핫한 사람이 봉준호 감독이잖아요. 영화 옥자도 이번에 개봉했고요.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에 원작이 만화를 골라봤습니다.     


DJ

설국열차인가요?     


종현

맞습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죠. 국내외에서 흥행에 성공했고 평단의 평도 좋았는데요. 이 설국열차의 원작 만화가 있습니다.     


DJ

그러고 보니까 원작 만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아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죠. 원작 만화는 어떤가요?  


종현   

원작은 프랑스 그래픽 노블이에요. 1970년에 시나리오 작가였던 자크 로브와 그림 작가 알렉시스가 처음 구상했는데 도중에 알렉시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새로운 그림 작가가 합류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1984년에 1권이 출간됐고요. 그 1권이 세계적인 만화축제인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유명해졌어요. 이후에 1999년 2권, 2000년 3권이 나왔고요. 작년에는 무려 16년 만에 완결편인 4권이 국내에도 출간됐습니다.


DJ

저희는 영화 설국열차만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원작 만화는 역사가 무려 반백년이나 되네요. 영화랑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한데요. 노래 한곡 듣고 계속 이야기할게요.     


종현

재주소년 농구공입니다.

=================================

M1 – 재주소년 농구공

=================================

DJ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인 만화,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세요.     


종현

영화 설국열차의 내용은 원작 그래픽 노블의 1권과 비슷해요. 1권이 탈주자라는 제목인데요. 설국열차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쭉 나옵니다. 영화에서 본 거랑 거의 비슷한 세계관이요. 부유한 자들의 호화 유람열차로 운영되던 열차가 신 빙하시대가 도래하면서 생존자들을 태우고 계속 달리게 된다는 내용이죠. 꼬리칸에 있던 주인공이 설국열차의 비밀을 캐기 위해 앞 칸으로 향하고 결국 기관실에 도착하고. 영화 설국열차와 거의 비슷한 스토리죠.


DJ     

그런데 원작 만화는 1권에서 끝나지 않고 2권, 3권, 4권까지 나온 거잖아요.     


종현

영화를 통해서 설국열차를 처음 접한 분들에게는 원작 그래픽 노블이 일종의 후일담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런 게 있잖아요. 영화를 보고 나면 뭔가 뒷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요. 특히나 설국열차 같은 영화는 결말이 뭔가 열려 있다고 해야 할까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라서 감질맛 난다는 생각도 드는데, 원작 그래픽 노블을 보고 나면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DJ

아직 안 보신 분들이 많을 테니까요. 2권부터 4권까지의 스토리를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는지 힌트만 주세요.     


종현

굉장히 흥미진진한데요. 영화를 보면 마지막에 설국열차가 멈춰 서잖아요. 원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끝인가 싶은데. 2권에는 새로운 열차가 등장합니다. 여기에는 권력자들이 열차 안의 여론을 쥐고 있는데요. 선발대를 내보내서 열차 앞의 위험 요소가 없는지 정찰을 시키고 합니다. 그리고는 선발대가 돌아오지 못하게 모두 죽이고요. 정보를 독점하려고 한 거죠. 그런데 선발대 중에 한 명이 권력자들의 위협을 물리치고 살아 돌아오면서 열차 안의 일반인들의 영웅이 됩니다. 바로 그 생존자가 주인공이 돼서 열차 안의 권력 다툼에 뛰어드는 게 2권과 3권의 대략적인 스토리입니다.     


DJ

영화와 비슷하면서 또 다른 이야기네요.      


종현

영화랑 원작 1권이 빙하기 초기 시대를 다룬다면 2권과 3권은 그보다 시간이 더 지난 뒤의 이야기를 다루는 느낌이고요. 이런 시간적인 배경은 조금 다르긴 한데 기본적으로 콘셉트는 비슷해요. 영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계급 사회에 대한 비유가 굉장히 강한데요. 원작 그래픽 노블은 그런 비유가 훨씬 강하게 그려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권력자들은 미디어를 장악해서 정보를 통제하고요. 종교 지도자들은 그런 권력자에게 야합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권력자들의 욕심 때문에 희생되고. 그런 계급 사회의 불합리하고 끔찍한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지죠.


DJ      

확실히 영화를 보고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겠네요.     


종현

그래픽 노블만의 매력도 충분히 느낄 수 있고요. 기본적으로 빙하기가 배경이잖아요. 책을 보다 보면 굉장히 서늘하다고 해야 될까요. 여름의 한 복판을 지나고 있는데 설국열차를 보면 시원 해지는 게 있습니다.      


DJ

한 여름에 어울리는 만화군요. 노래 한 곡 더 듣고 다음 책 이야기할게요.     


종현

전자양 여름의 끝입니다.

=================================

M2 – 전자양 – 여름의 끝

=================================

DJ

휴가철에 보기 좋은 두 번째 만화책은 뭔가요?     


종현

이번에는 음악을 다룬 만화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DJ

음악을 다룬 만화책. 일단 생각나는 건 노다메 칸타빌레? 힙합? 이 정도가 있네요.     


종현

둘 다 정말 재밌는 만화책이죠. 그 둘이 레전드라면 이번에 소개해드릴 만화는 새로 급부상하는 신예라고 할까요? 신인왕 정도?     


DJ

도대체 어떤 만화인가요?     


종현

‘블루 자이언트’라는 이름의 만화입니다. 신이치 이시즈카라는 일본 만화가가 그린 재즈 만화인데요. 색소폰을 부는 중학생이 주인공인 만화입니다.      

DJ

재즈라는 소재가 독특하긴 한데, 중학생이 주인공인 일본 만화라고 하니까 뭔가 일본에서 많이 나오는 청춘 만화 같은 느낌이 나는데요?     


종현

사실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요. 일본 청춘 만화가 몇 가지 클리셰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잖아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시련을 겪으면서도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주인공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주인공을 돕고. 이런 클리셰가 블루 자이언트에도 똑같이 적용이 돼요. 그렇다고 해서 이 만화를 절대 깎아내릴 수가 없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DJ

어떤 매력인가요?     


종현

음악 만화에서 제가 생각했을 때 제일 중요한 건 음악을 들리게 해야 되는 거예요. 종이로 된 만화책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걸 정말 잘 표현한 게 노다메 칸타빌레였죠. 그리고 블루 자이언트도 그 부분을 기가 막히게 해냅니다. 특히나 블루 자이언트가 다루는 음악은 재즈거든요. 재즈는 음악을 그냥 들어도 어려운데 그걸 만화로 표현해내니까요. 보다 보면 정말 감탄을 하게 돼요.     


DJ

인상 깊은 장면이 있을까요.     


종현

주인공이 어느 날 재즈에 빠져서 색소폰을 부는데요. 친구들은 재즈가 뭔지 잘 몰라요. 주인공이 친구들한테 재즈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당연히 잘 이해하지를 못하죠. 친구 한 명이 네가 재즈를 해서 잘할 수 있겠냐고 물어요. 그러니까 주인공이 눈을 감더니 이렇게 말해요.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된다’. 그 말을 친구들과 함께 골목길을 걷는 내내 계속 반복해요. 처음에는 재즈가 뭔지도 모르던 친구들이 주인공의 말을 듣고는 함께 확신에 차게 돼요. 이 장면이 정말 마음에 남아요.     


DJ

꾸준히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군요.     


종현

주인공이 매일 동네 천변 둑 위에서 하루에 네 시간씩 연습을 하거든요.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아서요. 한 권 한 권 출간을 기다리는 게 참 고역이라는 점입니다.     

=================================

M3 HONNE - 3AM

=================================

DJ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그냥 책이 아니라 만화책을 추천받고 있습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추천해주셨고, 재즈를 다룬 음악 만화인 블루 자이언트를 추천해주셨어요. 또 어떤 만화책이 있을까요?     


종현

음악 만화를 이야기한 김에 몇 가지를 더 꼽아볼게요. 휴가철에는 맘 놓고 만화책을 쭉 읽을 수 있잖아요. 이참에 독파하면 좋을 만화책들입니다. 먼저 밴드 만화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벡’이 있죠. 인디밴드의 이야기를 정말 현실감 나게 그렸고 거기에 감동까지 곁들여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니까요. 휴가철에 록 음악 틀어놓고 쭉 읽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 될 것 같고요. 수채화톤의 감성 넘치는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피아노의 숲’이라는 만화가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피아노의 숲’은 노다메 칸타빌레와 함께 클래식을 다룬 만화 중에 제일 유명하죠. 주인공 카이가 숲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이 정말 아름다운데,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요.     


DJ

한국 음악 만화는 없을까요?     


종현

제일 유명한 건 김수용 작가의 힙합이겠죠. 그냥 만화에서 끝나지 않고 국내 힙합 문화를 정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고요. 워낙 전설적인 작품이기는 한데 지금 다시 보기에는 좀 오래됐다는 느낌은 있고요. 허영만 선생님이 쓴 ‘고독한 기타맨’이라는 만화도 있죠. 사실 보고 싶어도 구하기가 힘든 만화책이기는 한데요. 앞에서 소개해드린 일본 청춘 만화랑은 다르게 비장미나 신파를 느낄 수 있는 만화라는 점에서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어요.     


DJ

허영만 선생님이 음악 만화도 그렸군요. 식객 같은 만화만 생각했는데요.     


종현

식객을 보면 아시겠지만 허영만 선생님은 만화를 그리기 전에 굉장히 꼼꼼하게 취재를 하잖아요. 고독한 기타맨도 마찬가지인데요. 저도 전권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주인공이 기타를 배우는 장면이나 연주하는 장면, 록 음악에 대해서 대화하는 부분들을 보면 취재를 꼼꼼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보고 싶어도 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거죠. 만화방에서 찾아봤는데 없더군요.     


DJ

경제 기자를 하고 계신데 만화책을 정말 많이 보셨군요.     


종현

만화라는 건 대학교 때 교양 수업 듣듯이 전문 분야랑 상관없이 섭렵하게 되는 거 잖아요. 제가 음악이나 맛집 같은 거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만화도 그런 쪽으로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음악 만화야 말로 여름휴가철에 딱 어울리는 만화 장르이기도 하고요. 록 음악 틀어놓고 만화책에 빠져들다 보면 더위 정도는 바로 잊어먹지 않을까요.     


DJ

마지막 노래도 소개해주세요.     


종현

밴드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인 산울림 노래로 한 곡 골랐습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입니다.

=================================

M4 산울림 –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도 페미니즘을 공부해서 손해볼 일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