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와 기자단 문화 단상

by 이기자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권력과 검찰'이라는 책을 읽었다. 민변에서 활동한 최강욱 변호사가 김의겸 한겨레 기자, 금태섭 의원, 이정렬 전 판사, 김선수 변호사와 검찰 개혁을 주제로 대담을 한 뒤 그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새 정부에서 검찰 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지가 책의 주된 줄거리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공감한 건 검찰 개혁이나 사법 정의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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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대해 '권한이 비대하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부패한다'라고 말하면 다들 동의해요. 그런데 그 해결 방안으로 '수사권을 경찰에게 주어야 한다'는 걸 제시하면 일단 언론에서 반대해요. 왜냐하면 법에 관계된 기자들이 대개 법조 출입기자라서 검찰과 친하거든요. 경찰과는 안 친해요. 경찰 출입 기자들은 사회부 기자라서 초년생들이고요. 그런 식으로 검찰 측과 친한 사람들이 발언권이 센데, 그 말이 맞다면 우리는 검찰공화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91p)


금태섭 의원의 말이다. 금 의원이 검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의 하나로 법조 출입기자를 든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다른 어떤 크고 중요한 이유들보다 내게는 더 와 닿는 지적이었다.

기자들은 각자 출입처가 있다. 주간지나 월간지 기자들처럼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자가 출입처를 배정받고 그 안에서 취재를 한다. 법조팀의 검찰 출입기자가 되면 검사를 만나고 다니고, 정책팀의 기획재정부 출입기자가 되면 재경직 공무원을 만나고 다닌다. 어느 출입처를 맡느냐에 따라 기자가 만나고 취재하는 사람과 내용이 달라진다. 그리고 여기에는 묘한 서열 관계가 있다. 금 의원이 이야기한 부분이다.


종합지를 기준으로 하면 기자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사스마와리가 끝난 뒤에도 사회부에 남아 법조팀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경제부나 산업부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전공이 정해지는 건데, 경제·산업 부서로 가는 기자는 보통 그쪽에서 계속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사회부에 남는 기자도 그쪽 언저리의 출입처를 돌아가며 맡는 경우가 많다. 사회부 경찰 출입에서 법조 출입으로, 법조에서 정치부로,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 이때 법조 출입기자들은 경찰 출입기자보다 일반적으로 연차가 높다. 경찰 출입기자 중에도 바이스가 있고, 캡이 있지만 법조만큼 평균 연차가 높지는 않다. 언론사의 사회·정치부는경제·산업부보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금 의원의 말에 더 신뢰가 간다. 출입기자들이 취재하는 내용도 이런 구조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경찰 출입기자는 사건사고 위주의 취재가 많고, 법조 출입기자는 그에 비해 검찰 개혁 같은 문제들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많다. 어떤 식으로든 언론사에서 검찰 개혁 어젠다가 다뤄질 경우, 경찰 출입기자보다는 법조 출입기자가 기사를 쓸 가능성이 크다.

20140717115309166.jpg 2014년 7월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총리 후보직 사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그 모습을 취재 중인 기자들. /한국사진기자협회

조금 더 이야기를 넓혀보면 금 의원의 말은 취재기자와 출입처의 유착을 경계하는 것으로도 들린다. 기자가 세상 만물을 다 알 수는 없으니 출입처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자단이라는 제도와 얽히면서 취재기자와 출입처가 유착할 가능성도 커진다. 기자단은 출입기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기자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담장 밖의 누군가에게는 장벽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담장 안에 있는 기자들은 출입처가 제공하는 온갖 편의 속에서 안주할 수 있다. 세종시에서 정부 부처를 출입할 때 옆에서 지켜본 기자단의 모습이 그랬다. 기자단만 참여할 수 있는 티타임이나 기자간담회는 날 선 질문과 팽팽한 긴장감 대신 웃음이 떠나지 않는 자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욕먹었던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생각하면 된다. 제대로 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애초에 그런 모임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공보실은 기자단이 그날 점심식사를 어디에서 할지 정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하고, 저녁에는 술자리를 만드느라 바쁘다. 법조 기자단이라고 해서 기본적인 루틴이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금 의원의 지적대로 검찰 개혁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론화되려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취재 시스템상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검찰 출입기자라고 검찰을 공격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일개 검사에서부터 검사장, 때로는 검찰총장까지도 법조 출입기자가 쓴 기사 때문에 날아가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런 예외적인 기사가 아니라 일상적인 분위기다. 검찰 개혁은 특종 기자 한 두명이 달라붙어서 최순실의 뒤를 캐듯이 한다고 이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합의와 충분한 압력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과 사법부 전반을 둘러싼 분위기, 오존층처럼 일종의 방어막이라고도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법조 출입기자들의 문화와 네트워크가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건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취재 시스템을 고치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대안이 뭘까. 대안이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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