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저널리즘? 사람들 안 보는 기사 만들고 있다"
얼마 전 미디어오늘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로봇저널리즘을 도입한 국내 언론사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엮은 기사다. 기사에 등장하는 언론사 관계자들의 멘트는 꽤나 평온한 분위기다.
"막내 연차에서 교육용으로 시키는 것으로 심층적인 취재에는 영향이 없다."
"로봇 기사와 인간이 써야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에 도입된 로봇저널리즘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파이낸셜뉴스 같은 곳에서 증권 시황 기사를 쓰는데 로봇저널리즘을 도입한 정도다. 최근에는 연합뉴스가 스포츠 기사에 로봇저널리즘을 도입하려고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거의 10년 전에 했던 일이다.
예컨대 2009년 10월 11일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 리그 플레이오프 경기 결과를 전한 기사 중에는 '스탯 멍키(StatsMonkey)'라는 로봇이 쓴 것도 있었다. 스탯 멍키는 야구 경기 결과를 단순히 숫자로만 전하지 않았다. 경기의 수훈 선수였던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시즌 성적을 소개하고, 그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게레로의 동료 이야기를 곁들이며 게레로가 동료를 추모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는 내용까지 기사에 넣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로봇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이미 일상적이다. 내러티브 사이언스라는 회사는 스탯 멍키보다 더욱 강력한 로봇저널리즘 프로그램인 '퀼(Quill)'을 2010년 개발했다. 퀼은 경제,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 분야에서도 30초에 한 건씩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내러티브 사이언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크리스천 해먼드는 2011년 인터뷰에서 "앞으로 15년 안에 이런 식으로 로봇저널리즘이 작성한 기사가 전체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6년까지 남은 시간은 9년이다.
미디어오늘의 기사에서 가장 어이가 없었던 부분은 한 부장급 기자의 멘트다. 증권부로 10년 만에 돌아왔다는 그 부장급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누가 그런 기사(증권 시황)를 보겠나. 증권부로 10년 만에 다시 돌아오니 가장 큰 차이가 과거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관련 정보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투자자들 자체가 없다."
개인투자자가 사라지고 있다면 도대체 누가 주식시장에서 그 많은 돈을 굴리고 있단 말인가. 이 부장급 기자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나 보다.
마틴 포드의 '로봇의 부상'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장 먼저 영향을 끼치는 분야로 월스트리트를 꼽았다. 과거에는 금융 거래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제는 광섬유로 교신하는 기계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마틴 포드는 오늘날 증권 거래의 50~70% 정도가 자동화된 거래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자동화된 알고리즘은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여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특기할 만한 점은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 회사들이 기계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와 다우뉴스는 기계에 최적화된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기계에 최적화된 기사는 당연히 기계가 가장 잘 만든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매일 같이 스타 펀드매니저의 해고 소식이 들려온다. 마틴 포드는 21세기 초반 월스트리트 금융회사의 직원 규모가 15만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10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3월에도 블랙록이 40명의 펀드매니저를 해고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황금기를 보내는 와중에도 금융회사는 계속해서 사람을 해고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로봇 덕분, 또는 로봇 때문이다. 블랙록이 운영하는 액티브펀드 2000억달러(약 223조원) 가운데 기계가 운영하는 금액은 80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이 비율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금융회사에서 펀드매니저가 해고되듯이 언론사에서 기자들도 해고될 것이다. 로봇이 쓸 수 없는 기사란 없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는 도쿄대 입학시험에 합격할 만한 능력을 갖춘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도쿄대에 입학할 만한 실력을 갖춘 기계라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업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언론사와 기자들이 로봇저널리즘에 대해 태연자약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공부 자체를 하지 않다 보니 세계적인 동향을 모르는 것도 있겠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언어일 것이다. 로봇저널리즘의 핵심은 자연어 처리 기술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연구와 실험은 대부분 영어로 진행 중이다. 한글은 영어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된 연구와 실험이 한글 기사에까지 적용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글이라는 장벽 덕분에 한국 언론사와 기자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과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 시간을 아무런 고민 없이 "로봇은 사람들이 안 보는 기사나 만든다" "로봇과 사람이 쓰는 기사는 다르다"는 생각이나 하고 보낸다면 미래는 뻔하다. 대비하지 않는 언론사는 경쟁에서 밀려나고, 기자의 미래야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