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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y 20. 2018

보노보노와 곰돌이 푸의 인생 상담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4월 29일 스물다섯 번째 방송은 위로를 주는 만화 속 캐릭터라는 주제입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황진하 아나운서는 애니메이션 좋아하세요? 저는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제가 딱 취약한 장르가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그런 류의 애니메이션에 약해요. 


ann 아기자기한 캐릭터랑 어울리는 외모는 아니죠애니메이션 속 아기자기한 캐릭터라고 하면 뭐가 있을까요동물 캐릭터겠죠?     

그렇죠. 대표적인 캐릭터가 보노보노. 곰돌이 푸 같은 캐릭터예요. 보노보노는 그나마 좀 봤죠. 사실 보노보노보다는 포로리랑 너부리가 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번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곰돌이 푸는 정말 애니메이션을 따로 본 적은 없고,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만 듣던 게 전부였거든요.     


ann 그런데최근에 이런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에 뒤늦게 꽂히기라도 하신 건가요?     

얼마 전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살펴보는데 깜짝 놀란 거죠. 귀엽기만 한 줄 알았던 동물 친구들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점령하고 있던 겁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위에 올라 있고요. ‘보노보노의 인생상담’도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요. 귀엽기만 한 줄 알았던 동물 캐릭터들의 책이 이렇게 인기를 끌다니 말 그대로 놀랄 수밖에 없었죠.     


ann 그래서 그 책들을 읽어보셨군요보노보노와 곰돌이 푸와 함께한 일주일은 어땠나요?     

저는 뭐 어려운 책, 저명한 소설가들의 깊이 있는 책도 좋습니다만. 역시나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책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한 주는 보노보노와 곰돌이 푸에게 정말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방송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또 힘을 얻기는 오랜 만이었던 것 같아요.     

ann 그럼 어떤 책부터 살펴볼까요책밤지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 첫 번째 동물 캐릭터는 누굽니까?     

먼저 제가 조금 더 좋아하는 보노보노부터 이야기해볼까요?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말 그대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가 등장해서 인생상담을 해주는 책이에요. 보노보노 원작자인 이가라시 미키오가 쓴 책인데요. 보노보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리면 1986년 처음 연재를 시작해서 30년 넘게 연재 중인 인기 만화예요. 지금까지 41권이 나왔고 전 세계에서 1000만부 넘게 팔렸고요.     


ann 보노보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해주는 인생상담생각만 해도 엄청 귀여운 느낌일 것 같은데요어떻게 상담이 진행되는 거죠?     

보노보노 공식 웹사이트인 보노넷이라는 게 있거든요. 여기에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보노보노의 팬들이 고민을 직접 올렸어요. 거기에 보노보노의 원작자가 답변을 해줬는데, 그 내용을 바탕으로 보노보노 캐릭터들이 독자들의 고민에 답을 해주는 형식의 책을 만들게 된 거죠. 그리고 그 결과물이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이고요.     


ann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소녀시대의 좋은 일만 생각하기입니다.


M1 소녀시대 – 좋은 일만 생각하기

https://youtu.be/3SXCYb3et3M


ann 동물 캐릭터들의 인생 상담과 조언먼저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이야기하고 있습니다보노보노가 어떻게 인생 상담을 해주나요     

보노보노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은 아마 아실 텐데요. 이 애니메이션의 대사들이 약간 허무개그 느낌이 좀 있거든요. 인생상담이라고 하면 좀 진지하고 무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보노보노 캐릭터들은 특유의 허무한 느낌의 대사를 살리면서도 통찰력 있는 답변을 내놔요. 너무 진지한 이야기면 오히려 듣기가 쉽지 않을 수 있잖아요.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조금 가벼워서 오히려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ann 어떤 고민에 어떤 해답을 내놓는지 직접 살펴볼까요?     

제가 공감했던 고민이랑 답변인데요. 어떤 독자가 이런 고민을 올렸어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여서 늘 좋은 사람인 양 연기하게 됩니다. 진짜 내 모습이 뭔지도 모르겠어요. 일에 관련된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귀찮습니다. 어쩜 좋죠?’

사실 이런 고민하는 사람이 주변에 정말 많거든요. 다들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 수 없는 게 사회생활이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버티는 것 같은데 도저히 참기 힘든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죠. 그렇다보니까 이 고민을 보고 저도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무슨 해답을 내놓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봤어요.     


ann 어떤 해답을 내놨나요?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가 서로 이 고민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포로리는 다들 조금씩 무리를 해서 살아가는 거라고 해요. 칭찬할 때뿐만 아니라 다들 항상 조금씩 무리하면서 남들과 어울리면서 사는 거라고요. 너부리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건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말해요. 그럴 땐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고 하고요.

그러다 너부리 아빠가 등장해서 이야기에 끼어요. 저는 너부리 아빠의 말이 제일 와 닿았는데요. 이렇게 말하거든요.

‘자신을 드러내고 사는 게 좋으면 그렇게 살면 돼. 의외로 다들 어쩔 수 없네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게 쉽지 않다면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살면 되는 거야. 뭐든 고르면 돼. 뭘 고르든 그게 정답인 건 아니지만.’     


ann 뭘 고르든 정답은 아니지만뭐든 고르면 된다.     

조금 허무한 해답인데 사실 이게 정답에 제일 가깝다고 생각해요. 남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출지, 아니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저는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힘들고 피곤한 일들은 여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선택을 하면 되는거지 정답은 없는 거죠. 이런 고민 자체도 내가 선택한 쪽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거니까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버리면 내가 잘못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ann 가만 보면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해주는 느낌이에요. 고민에 대해서 공감해주고 그러면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게끔 해주려고 하는 느낌이네요.     

맞아요. 보노보노나 친구들이 명쾌하게 해답을 내려주는 경우는 없어요. 고민을 던진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이죠. 보노보노나 포로리, 너부리라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요.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많은 고민들이 우리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대신 해결해주거나 정답을 찾아줄 수 없는 문제들인 거죠.      

ann  책에 나오는 보노보노의 명대사 이런 게 있으면 몇 개만 더 소개해주세요.     

혼자 있을 때 왜 외로운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해요.

‘왜냐하면 외로운 게 당연하기 때문이야. 다들 항상 뭔가를 느끼기 마련이지. 지루함이나 짜증이나. 어쩐지 시시하다거나 오늘은 기분이 조금 좋다거나. 외로움도 그런 거랑 똑같은 거야. 뭔가를 느끼는 건 좋은 거야.’

신에 대한 고민에는 이렇게 말하고요.

‘누가 만든 게 아닌 것처럼 완벽하지만, 누가 만들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 보노보노와 친구들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었어요.     


ann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만나볼게요.     

10cm의 쓰담쓰담입니다.


M2  10cm - 쓰담쓰담

https://youtu.be/adAQI6B-DMY


ann 동물 캐릭터들의 인생 상담과 조언보노보노 다음으로 곰돌이 푸를 만날 차례네요?     

맞습니다. 곰돌이 푸의 차례고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곰돌이 푸는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잖아요. 어려운 상황, 고민들 속에서 곰돌이 푸의 미소를 접하면서 여유를 찾게 되는 그런 책이죠.      


ann 곰돌이 푸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밀른의 <위니 더 푸>라는 동화가 원작이고요. 월트 디즈니에서 1977년 처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곰돌이 푸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곰돌이 푸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부터 굉장히 낙천적인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거든요. 이런 명대사로도 유명하죠.

“기분이 우울해질 것 같아도 걱정하지 마. 그냥 배가 고픈 건지도 몰라.”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웃긴 대사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또 인생의 진리가 담긴 대사기도 하죠. 곰돌이 푸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너무 인생을 어렵게만, 진지하게만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나 싶은 거죠.     

ann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그러면 곰돌이 푸도 보노보노처럼 독자들의 고민을 받아서 거기에 답을 주는 방식인 건가요?     

곰돌이 푸는 조금 다른 방식인데요. 책을 보면 저자가 곰돌이 푸라고 나와요.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였던 곰돌이 푸가 직접 작가로 데뷔한 셈인 거죠. 작가 곰돌이 푸가 자신의 삶을 가지고 에세이를 쓴 결과물이 이 책이라는 거예요. 좀 뻔한 컨셉이기는 하지만 곰돌이 푸잖아요. 그냥 눈 감고 넘어가 줘야지 어쩌겠어요.

사실 글이 많은 책은 아니고, 거의 그림책 같은 느낌이거든요. 곰돌이 푸가 하는 말보다 어떻게 보면 곰돌이 푸의 정감미 넘치는 미소를 보고 있는 게 더 큰 힘이 되는 그런 느낌이니까 이것도 나쁠 건 없는 구성이고요.     


ann 책의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곰돌이 푸의 미소를 만날 수 있는 책이로군요.     

맞아요. 어떻게 보면 인생의 진리는 단순한 거죠.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는 말처럼 단순한 진리를 곰돌이 푸는 알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그 느낌을 어떻게든 같이 느끼고 싶어서 사람들이 곰돌이 푸라는 오래된 캐릭터에 다시금 빠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M3 meiko – stuck on you

https://youtu.be/1HiPDrZBLGw


ann 동물 캐릭터들의 인생 상담과 조언두 번째로 <곰돌이 푸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이야기하고 있어요작가로 변신한 곰돌이 푸는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나요?

예컨대 이런 이야기를 해줘요. 일할 때나 인간관계에서 실수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될지 다들 고민하게 되는데, 곰돌이 푸는 이런 조언을 합니다.

나 자신을 지나치게 탓하거나 내 성격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너무 주눅 들지 말고 자책하던 마음을 내려놔 보자.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아이처럼 생각해보라는 말도 인상 깊은데요. 아이들은 눈앞에 재밌는 게 있으면 다른 건 신경도 안 쓰고 거기에만 온전히 집중하잖아요. 어른들도 가끔은 그렇게 행동해도 된다는 거예요. 쓸데없는 고민에 시간을 뺏기지 말고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 지금 눈앞의 시간에 집중해보라고 조언을 하는 거죠.     


ann 곰돌이 푸의 조언도 좋네요보노보노와는 또 다른 느낌의 조언이고요.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은 보노보노라는 캐릭터의 특징과 성격을 그대로 잘 살려서 아무래도 읽는 재미가 있고요. 곰돌이 푸는 그런 부분은 좀 부족한데, 대신에 삽화가 빈틈을 열심히 메꾸고 있는 거죠.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까요. 가끔은 이렇게 글이 적은 책을 읽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ann 오늘 보노보노와 곰돌이 푸를 소개해주셨는데또 다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없나요?     

많습니다. 약간 출판업계 트렌드처럼 돼서요. 이런 류의 책으로 몇 개 소개해드리면요.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원피스식 인생철학> <네, 호빵맨입니다>가 있고요. <혜성이 다가온다>라는 책도 있어요. 빨간머리 앤이랑 원피스, 호빵맨이야야 워낙 유명한 만화 캐릭터들이니까 다들 아실 테고요. 혜성이 다가온다는 스웨덴의 유명한 캐릭터인 무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소설이예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에 처음 출간된 책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린 다른 책들과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만화 캐릭터 열풍이라는 면에서는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ann 이렇게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내세운 책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캐릭터의 힘이 크죠. 캐릭터 자체가 오랜 시간 사랑받다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다시 책으로 내놔도 사람들이 여전히 좋아하는 부분이 있고요. 그냥 고민상담 에세이는 뻔하잖아요. 이런 책들에 실린 대답들도 특별할 건 없는데, 그 대답을 내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만화 캐릭터가 해주니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게 있는 거죠. 

출판사들 입장에서는 만화 캐릭터는 팬시상품 등으로 2차 판매가 가능하니까 나쁠 게 없고, 독자 입장에서도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오니까 반가운 일인 거죠.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출판계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위로였거든요. 최근에는 위로라는 키워드에 이런 만화 캐릭터를 덧입히는 게 유행인 것 같아요. 위로가 필요한 사회고, 누군가는 위로를 건네야 한다면, 만화 캐릭터가 그 역할을 하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M4 안녕하신가영 –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

https://youtu.be/btBLBOb1X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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