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섭지코지 유민미술관
제주의 동쪽 끝자락, 섭지코지에는 유민미술관이 있다. 유채꽃밭과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곳에 웬 미술관인가 싶다. 하지만 막상 유민미술관을 찾아가보면 바로 앞에 두고도 미술관이 어디있나 싶을 정도로 섭지코지의 풍경 속에 조용히 녹아들어 있다. 유민미술관을 만든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섭지코지의 원생적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해서 미술관을 설계했다고 했는데 과연 그 말 그대로다.
유민미술관은 고(故) 유민 홍진기 선생이 수집한 아르누보 유리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1890년부터 1910년대까지 20년에 걸쳐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예술 사조 운동이다. 당대의 회화, 공예, 건축 등 예술 전 분야에 고루 영향을 줬는데 유민미술관에서는 아르누보의 영향을 받은 유리공예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설명만 들어서는 섭지코지와 유민미술관, 그리고 아르누보 유리공예의 조화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유민미술관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또 경탄을 자아내는 건 조화의 힘 덕분이다. 섭지코지의 물과 바람, 빛, 소리에 안도 타다오가 지은 건축물이 조용히 스며든 것처럼, 유민미술관의 고요함 속에 아르누보 유리공예 작품들이 1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렇게 풍경과 건물, 그리고 전시품이 조화를 이룬 미술관은 찾기 쉽지 않다. 웅장한 건물이 자연을 압도하고 있거나 도무지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전시품을 늘어놓았거나 하기 십상이다.
매년 두어 번씩 제주를 다닌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제주는 늘 새롭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고 섭지코지와 유민미술관을 '가야 할 곳' 리스트에서 빼곤 했던 과거의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 오래 두고보라고 늦게 왔다고 생각해야겠다. 제주에는 섭지코지와 유민미술관, 그리고 아르누보의 유리공예 작품이 있다.
유민미술관
http://www.yuminart.org/index.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