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리뷰_지젝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왜 가짜 근본주의자들인가?'
'왜 이슬람 근본주의와 자유주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가?'
지젝의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한다.
지젝은 2015년 1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샤를리 에브도 총격 사건을 계기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전부터 계속된 이슬람국가(IS) 문제와 그 이후인 2015년 11월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은 이슬람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우리 안에 잠재해 있는 전체주의에 대한 욕망, 그런 욕망을 이용한 정치세력에 대한 이야기다.
지젝은 샤를리 에브도에 총격을 가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진정한 근본주의자가 아니라고 평가한다. 진정한 근본주의자들은 한물간 신문에 실리는 우스꽝스러운 만평에 분노를 느끼지 않는다. 지젝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유사 근본주의자로 정의한다.
"유사 근본주의자와 테러리스트는 진짜 근본주의자와 반대다. 죄로 얼룩진 불신자의 삶은 그를 방해하고 괴롭게 한다. 그는 불신자처럼 살고 싶어 하는 유혹에 시달린다. 테러리스트가 보여준 열정은 오히려 그에게 진짜 확신이 없음을 증거한다."(18p)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을 자처하는 IS는 사실 근본주의자라고 할 수 없다. 지젝의 지적대로 "불교도가 쾌락주의를 신봉하는 서구인을 만났을 때, 그를 정죄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서구사회)는 IS를 근본주의자로 보고 있을까? 지젝은 서구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세력이 만들어내는 이슬람 근본주의와의 대립은 '허구'라고 본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르는 참혹한 테러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지젝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세력과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가짜 대립을 만들어내며 오히려 서로의 영역을 공고히 한다고 분석한다.
우리는 이런 가짜 대립에 이미 익숙하다.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서로에 대한 증오를 만들어낸 덕분에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이슬람은 유럽인들에게 오랫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 이슬람 세력이 유럽을 위협할 정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럽인들의 공포는 이슬람 테러리스트 덕분에 현실감을 얻었다. 유럽인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그리고 유럽의 정치인들이 이 공포와 패닉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사실 자명한 일이다.
지젝은 우리에게 경고한다. 어쩌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보다 더 큰 적이 우리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
자크 알랭 밀러의 말을 들어보자. "경찰을 혐오하는 것은 이제 과거사다. 아랍이나 아프리카계 가난한 청년들만이 경찰을 미워한다. 프랑스 역사에서는 분명 이런 일이 없었다." 지금 국민이 군대와 섞이고 있다. 환상적이고 특별한 사건이다. 테러집단이 가한 위협은 기적을 이뤄내고 말았다. 1968년 급진주의자가 낳은 세대를 1968년 급진주의자가 맞섰던 원래의 적과 화해시킨 것이다.(9p)
지젝의 경고는 유효하지만, 지젝의 시도가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지젝은 이 책에서 코란 안으로 뛰어드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지젝은 이슬람의 언어로 이슬람을 바라봐야 왜곡이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젝이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다. 책의 후반부에서 지젝은 역자의 말대로 "유럽인을 설득하느라 바쁘다".
이슬람과 테러리즘, 종교 근본주의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나 담론이 전무한 한국의 현실에 비춰보면 지젝이 제기하는 질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슬람, 테러리즘, 종교 근본주의 모두 우리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