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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Feb 17. 2019

월요병 극복을 도와줄 두 권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2월 10일 예순여섯 번째 방송은 월요병 극복을 도와줄 책 두 권을 소개했습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번 설 연휴에 다들 잘 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주변에는 목요일, 금요일까지 휴가를 붙여서 일주일을 푹 쉬는 직장인들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연휴가 길어도 이렇게 언젠가는 끝이 나기 마련이죠.


ann 오늘이 지나면 이제 월요일이네요긴 여휴가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아쉽기만 한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남은 오늘 하루 편히 쉬고 내일은 또다시 새로운 한 주,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직장인들이 월요병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긴 연휴 이후라 월요병이 평소보다 더 심할 수 있으니까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ann 평소보다 조금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월요병을 이겨내게 도와줄 책들먼저 어떤 책부터 만날까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월요일의 문장들’이라는 책입니다. 7년 동안 출판업계에서 일한 프리랜서 작가인 조안나씨가 쓴 책인데요. 다른 직장인들보다 유독 월요병이 심했던 작가 본인이 매 월요일마다 회사에 출근할 때, 상비약처럼 챙겨읽은 책들에서 도움이 됐던 문장들을 소개해놓고 있는 책이에요.

ann 월요병을 이기기 위해 책을 꺼내들었군요우리 방송이랑 잘 어울리는 책인데요.     

그렇죠. 월요병을 이기는 걸 도와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텐데요. 아무래도 우리 방송은 책을 소개하는 방송이니까 책으로 월요병을 이겨낸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골랐습니다. 이 책 한 권에 모두 49권의 책에서 뽑은 문장들이 담겨 있거든요. 읽다보면 49권을 다 읽은 느낌도 들고 그래요.


ann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서 책밤지기는 특별한 방법 같은 게 있나요월요병을 이기는 자기만의 노하우?

이것도 책에서 본 건데요. 월요일은 한주의 시작이잖아요. 뭐든지 시작이 꼬이면 남은 전체가 어려운 법이죠. 그래서 저는 월요일 오전에 한주의 업무를 시작할 때는 뭐든 간단하고 쉬운 일부터 꺼내요. 제 혼자 힘으로 쉽게 해낼 수 있는 일, 어렵지 않은 업무부터 하는 거죠. 그런 일을 어렵지 않게 해내고 나면 한 주의 시작이 괜찮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거죠. 간단하지만 꽤 도움이 되는 루틴이라고 할까요. 청취자분들도 한 번 해보시면 효과를 체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M1 스텔라장 월요병가

https://youtu.be/VQvA0RAPyJY


ann 긴 연휴의 끝월요병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먼저 조안나 작가의 월요일의 문장들’ 이야기 중인데요어떤 문장들이 월요병을 이기는데 도움을 줬나요?     

조안나 작가는 7년여간 출판업계에서 일을 했는데요. 그러면서 맞이한 월요일이 모두 364번이었다고 합니다. 364번의 월요일이 오는 동안 일요일 밤이면 전에 없던 불면증이 생기고 매일 아침 알림 소리에 일어날 때마다 우울증에 휩싸였다고 적는데요. 이런 건 뭐 직장인들이면 다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죠. 이 책은 그때 도움이 된 49권의 책에서 뽑은 문장들을 담고 있는데 책 전체를 다 읽기보다는 한번 훑어보시고 나도 비슷한 문제, 비슷한 고민이 있는데 싶은 부분을 발견하면 그 부분만 골라서 읽으면 될 것 같아요.


ann 책밤지기가 관심을 가진 부분이 있다면요?     

일단 ‘나쁘지 않으면 완벽한 것이다’라는 장이 있는데요. 여기서는 브리짓 슐트의 ‘타임 푸어’라는 책에서 문장을 뽑았습니다. 타임 푸어라는 책은 미국의 워킹맘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는 책인데요. 사실 일에 쫓기느라 내 시간을 갖지 못하는 건 워킹맘뿐 아니라 대부분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이잖아요. 그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 거죠.

이 책에서 일단 제시하는 건 여가 활동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라입니다.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 생기면 우리가 당황하잖아요. 뭘 해야 될지 몰라서 그냥 집에서 TV 틀어놓고 멍하게 있기 마련이죠. 이 책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취미, 여가 활동을 딱 정해서 그걸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해요. 뭐든지 했을 때 내가 행복해지는 걸 하라는 거죠.


ann 내가 행복해지는 여가 활동을 딱 정해서 해라또 뭐가 있을까요?     

휘게라는 말이 있잖아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인데요. 어떻게 하면 휘겔릭한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이 많거든요. 마이크 비킹이 쓴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따뜻하게 함께’라는 책에 그런 내용이 정리돼 있는데 조안나 작가도 이 책을 인용합니다. 어떤 부분이냐면, 사무실에서 단 것을 먹는 것은 하나의 휘게가 될 수 있다.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은 사무실을 휘게의 장소로 만들어준다. 라는 문장이죠.

사실 집보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사무실이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사무실의 내 공간을 편안하게 꾸미는 데는 관심이 덜하죠. 주변의 시선도 신경이 쓰이고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시선을 신경쓰지말고 내게 꼭 맞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무실 책상, 의자, 조명을 바꾸는 건 어렵겠지만 케이크 한 조각, 맛있는 커피 한 잔은 언제든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내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월요병을 이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ann 이런 조언들을 곰곰이 따져보면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인데요. 

‘행복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커다란 행운이 아니라 매일 발생하는 작은 친절이나 기쁨 속에 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월요병을 없애고 월요일의 출근길을 기분 좋게 바꾸는 건 커다란 결심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작은 변화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거죠.

또 책에는 현실적인 조언들도 나오는데요. 

박웅현이 쓴 ‘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 볼테르의 말이 인용돼 있거든요. 어떤 말이냐면, 노동을 하면 우리는 세 가지 악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그 세 가지 악이란 바로 권태, 방탕, 궁핍이라오.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말고 일합시다. 그것이 인생을 견딜 만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우리의 정원은 우리가 가꾸어야 합니다.


ann 우리의 정원은 우리가 가꾸어야 합니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그렇죠. 월요병이 싫은 데에는 우리가 매일 해야 하는 노동, 일에 대한 회의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도 있겠죠. 그런데 노동이라는 게 우리가 귀찮고 하기 싫은 것으로만 치부할 필요는 없거든요. 때로는 몸을 움직여서 일하는 게 불필요한 걱정이나 근심, 고민을 떨쳐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걸 긍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M2 롤러코스터 – 힘을 내요 미스터 김

https://youtu.be/7nnZRNQg1Ms


ann 월요병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 만나보고 있습니다두 번째로 만나볼 책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강상중 교수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강상중 교수는 1950년에 일본 규슈에서 태어난 재일교포죠. 이분은 이력이 굉장히 인상 깊은데요. 일본 재일교포의 폐품수집상 아들로 태어나서 재일 한국인 중에 최초로 도쿄대 정치학과 교수가 된 분이세요. 단순히 정치학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인생의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분이거든요.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입니다.


ann 강상중 교수는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분이죠     

저는 강상중 교수를 신문 인터뷰에서 처음 알게 됐는데요. 신문 인터뷰는 짧잖아요. 그런데도 그 짧은 인터뷰에서 아, 이 분은 자기 철학이 있구나. 배울 게 정말 많은 사람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그때 인터뷰에서 강상중 교수가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것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우리가 늘 아등바등살면서 어떻게든 성공하려고 자기계발서도 많이 보는데, 사실 그런다고 해서 안 될 게 되는 건 아닌 거죠. 이 분의 책을 읽다보면 무언가 마음 편하게 내려놓게 되는 게 생겨요.

ann 강상중 교수가 일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거군요어떤 이야기를 하셨을지 궁금하네요     

강상중 교수는 일본에서 교수를 하고 계시잖아요. 재일 일본인으로 기본적으로 일본이 활동 배경인 거죠.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먼저 여러 일이 터지잖아요. 경제 성장을 먼저 하다보니까 성장의 후유증 같은 게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발생하는 거죠. 이 책에서 강상중 교수가 지적하는 일본 사회의 문제들이 심각한 취업난,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가, 불확실한 시대 같은 것들인데요.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문제들과 다를 게 없죠. 이 책은 강상중 교수가 일본 사회의 문제들을 진단하면서 직장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제시해주거든요. 일본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인데 시간이 흘러서 지금은 한국의 독자들도 얻어갈 게 많은 거죠.


ann 한국과 닮아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제일 공감한 지점은 학력 사회가 붕괴되면서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부분이었는데요. 1980년대 90년대에 대학을 나온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히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 졸업장 있으면 취업하는 건 쉬웠다고 하거든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번 직장에 들어가면 정년까지 큰 일 없으면 쭉 다닐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좋은 대학 나와도 취업하기 힘들어서 방황하는 청년들이 많고요.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도 한 직장을 5년, 10년 다니는 사람은 많지가 않죠.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는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가 된 거죠. 그런데 우리가 학교에서 그런 걸 배우지 않았잖아요. 회사라는 울타리 없이 살아남는 법. 이 책은 일본 사회에서 그런 문제로 방황하던 사람들에게 나름의 지침을 주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읽어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많은 겁니다.          


M3  그리즐리 미생

https://youtu.be/d6IeipEKYdg


ann 월요병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 만나보고 있습니다강상중 교수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이야기 중인데요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회사를 다녀야 하는가강상중 교수는 어떤 해결책을 주나요?     

일을 대하는 방식, 생각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요.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그중 하나예요. 우리가 나다운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특히나 요즘 청년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생활 수준도 높다보니까 어떤 일을 시도해보기도 전에 ‘이런 일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라고 하면서 시도도 안 할 때가 많죠. 그런데 강상중 교수는 우리가 나다움을 늘 생각하지만 ‘그다움’이라는 개념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남들이 봤을 때 이종현다운 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죠. 일을 일단 시작해보기 전에는 정말 그 일이 나와 맞는지 알 수가 없는데, 그럴 때 주위의 객관적인 시선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죠.


ann 나다운 일을 찾는 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거네요.     

맞아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늘 하는 자아실현이라는 말도 함정이 있을 수 있다고 강상중 교수는 지적해요. 자아실현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를 찾아 실현하라는 요구잖아요. 그런데 보이지 않는 나라는 건 사실 너무 달성하기가 어려워서 늘 나를 욕구 불만의 상태에 빠져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자아실현이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우울증에 빠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정신에 해로운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ann 나다운 일을 찾고자아실현을 하려는 게 독이 될 수도 있다.     

너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나를 괴롭히는 일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우리가 매 월요일이 버겁고 힘든 건 어쩌면 나를 괴롭히는 너무 큰 목표나 힘든 과제를 스스로 설정해놓고 있어서 일 수 있거든요. 달성하기 힘들다는 걸 아니까 출근길이 힘든 거죠. 주말에 쉴 때는 좀 편하게 쉬어야 몸과 마음이 회복될 텐데 자기계발하겠다고 이런저런 일에 시간을 쓰다보면 정작 쉴 수는 없는 거죠.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 괴로울 수도 있는 거고요.

강상중 교수가 이런 말을 했어요.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다들 꼭 새겼으면 좋겠어요.


ann 또 어떤 조언이 있을까요.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기도 한데요. 강상중 교수도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는 걸 굉장히 강조합니다. 지금 당장 일이 바쁜데 책은 언제 읽고, 인문학은 언제 배우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강상중 교수는 인문학이라는 학문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삶의 의미’를 탐구해온 학문이기 때문에 삶과 일에 치여서 의미를 잃은 우리에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되새겨져 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더라도 최근에 나온 신간보다도 고전과 역사 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요. 음식도 날 것과 말린 것 중에 말린 것이 더 영향분이 많다고 하잖아요. 오래된 지식, 고전과 역사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는 이야기인 거죠.     


M4 신치림 퇴근길

https://youtu.be/Vdb1FUzCZ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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