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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Feb 17. 2019

장사 잘하는 집의 비결을 담은 책 두 권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2월 17일 예순일곱 번째 방송은 책으로 배우는 장사 잘하는 집의 비결을 이야기해봤습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요즘 장사하는 분들, 자영업하는 분들 힘들다는 이야기 정말 많이 하시죠. 제가 경제 분야를 취재하다보니까 자영업자, 소상공인들 어렵다는 말도 많이 듣기도 하고요. 매년 사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100만 명은 된다는 통계도 나옵니다. 백종원씨가 나와서 자영업자분들 컨설팅해주는 프로그램도 굉장히 인기고요. 그런 프로그램이 인기라는 건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ann 최근에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도 자영업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천만영화가 됐잖아요. 저도 재밌게 봤는데요. 영화 막판에 류승룡 씨가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 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야”라고 외치는데 굉장히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오늘은 저도 자영업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준비해봤습니다.


ann 자영업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장사와 관련된 책들인가요?     

맞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가게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정리한 책들인데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박찬일 작가의 ‘노포의 장사법’이라는 책입니다.

ann 박찬일 작가는 작가이기 전에 본인이 장사를 하는 유명한 셰프기도 하죠.     

맞습니다. 박찬일 작가의 이력도 독특한데요. 처음에는 기자로 시작했다가 이탈리아에 요리 유학을 가서 이탈리안 전문 요리사로 유명세를 얻고요. 이후에는 이탈리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음식들을 내는 식당을 여럿 성공시켰죠. 기자 출신이다 보니까 에세이나 글도 많이 쓰는데요. 이 책은 지난해 나온 책입니다.


ann 노포의 장사법어떤 가게들을 다루는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네요.     

제가 이 책을 고른 게 서점에서 목차를 보고 한눈에 반했거든요. 제가 원래부터 을지로, 충무로, 무교동 이런 곳에 있는 노포를 좋아하는데요. 책에 등장하는 노포들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곳들이 많은 겁니다. 하동관의 곰탕, 부민옥의 양무침, 어머니대성집의 해장국, 을지면옥의 평양냉면 같은 음식들은 틈만 나면 가서 먹는 음식들이거든요. 이런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수십 년의 세월을 유지하고 있는지 평소에도 궁금했는데 박찬일 작가가 직접 이 가게들의 사장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그걸 정리한 책인 거죠. 노포의 음식, 분위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사서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고 할까요.     


M1 페퍼톤스 도시락

https://youtu.be/Bcd-tSYq1Ns


ann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장사 잘하는 집들의 비결을 다룬 책 만나보고 있습니다먼저 박찬일 작가의 노포의 장사법’ 이야기하고 있는데요오래된 노포들은 어떤 비결이 있다고 하나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건 오랜 세월 제자리를 지키는 노포들의 가장 큰 힘은 뚝심이구나 하는 겁니다. 맛이라는 건 사람마다 느끼는 게 천차만별이잖아요.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바뀌면 맛에 대한 기준도 바뀌게 되고요. 맛이라는 것만으로 한 가게가 몇십 년의 세월을 버틸 수는 없겠다 싶어요.


ann 맛도 맛이지만 노포들에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거죠?     

그렇죠. 그걸 한 마디로 요약하면 뚝심이 아닐까 싶은데요. 노포들은 맛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된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 거죠. 예컨대 부산의 차이나타운에 신발원이라는 오래된 중국집이 있는데요. 여기는 만두가 굉장히 유명한 곳이거든요. 여기는 67년째 만두를 내고 있는데 모든 만두를 일일이 손으로 다 빚어서 낸다고 해요. 한창 때는 하루에 400 접시의 만두를 쪘다고 하거든요. 400개가 아닌 400 접시니까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안 가죠.

그리고 책에 을지오비베어라는 오래된 호프집이 나오는데요. 여기는 1980년에 문을 연 가게거든요. 호프집이 40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죠. 저도 몇 번 가봤는데 직장인들, 은퇴한 단골손님들이 섞여서 아직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가게예요. 그런데 놀라운 게 이 가게의 창업자인 구순의 강효근 선생님이 영업을 할 때는 매일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가게 앞 골목을 썰었다고 해요. 장사꾼이 성공하려면 골목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거죠.


ann 골목의 신뢰를 얻어야 장사꾼은 성공할 수 있다노포의 관록이 느껴지는 말이네요.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사람인데요. 장사는 사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잖아요.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도 오래갈 수도 없는 거죠. 노포들의 장사법을 보면 하나 같이 사람 대하는 마음이 대단한 게 느껴지는데요. 손님을 잘 대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것보다 놀라웠던 건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른 거죠.


ann 종업원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어떻게 다른 걸까요?     

요즘 많이 하는 이야기가 평생직장은 없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이 말이 노포들에서는 안 통하는 거죠. 노포들에 가보면 사장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직원들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들 20년, 30년씩 한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인 거예요. 회사생활로 치면 정년이 지나도 한참 지난 사람들을 계속 쓰는 거죠. 한 번 쓴 사람은 마지막까지 챙기는 마음.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소갈빗집인 조선옥이라는 노포는 박종규 씨가 주방장을 맡고 있는데요. 이분 연세가 작년에 79세. 조선옥에 입사한 지가 60년 차였다고 해요. 서울식 불고기로 유명한 한일관의 홀을 책임지는 김동월 고문도 입사한 해가 1965년이라고 하고요. 한 가게에서 50년 60년을 일하는 직원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노포를 만든 주역인 셈이죠.


ann 수십 년 동안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렇죠. 손님을 대하는 마음은 가게들이 한결같죠. 노포 중에 손님들에게 무뚝뚝한 곳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아마도 박찬일 작가가 그런 가게들은 책에서 다루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또 노포는 오랜 단골이 많다보니까 젊은 손님이 처음 가면 아무래도 주눅 드는 게 있죠. 그래도 한 번 두 번 계속 찾다보면 오랜 단골 못지않게 금방 맛이며 분위기에 빠져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ann 우리가 잘 모르는 노포는 책에 안 나오나요?     

일본에 있는 한국의 노포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넘어간 재일 한국인이 1920년대 1930년대에 연 가게가 아직도 영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특히 오사카에 그런 가게가 많은데요. 책에서는 오코노미야키로 유명한 오모니라는 노포가 소개됩니다. 오모니는 우리말로 그냥 어머니를 일본 발음으로 부른 건데요. 원래는 이 가게가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가게를 찾는 재일 한국인들이 사장님을 어머니라고 부르다보니까 그냥 일본 발음으로 오모니라고 가게 이름을 바꿨다고 해요. 해방 전후로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때 이 가게의 사장님이 만드는 오코노미야키가 한국인들이 뭉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준 거죠.


M2 세이수미 – Old Town

https://youtu.be/hQYUmbCfOWM


ann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장사 잘하는 집들의 비결을 다룬 책 만나보고 있습니다이번에는 어떤 책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번에는 좀 더 실용적인 책인데요. 혼다 마사카츠라는 분이 쓴 ‘장사 잘하는 집’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ann 제목부터 굉장히 실용적인 느낌이 팍 오네요저자 소개부터 해주세요.     

이분은 우리로 치면 백종원씨 같은 역할을 하는 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자영업 매장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하는 거죠. 이 분이 컨설팅을 진행한 매장만 3만여 개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흔히 일본의 음식장사가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하잖아요. 서비스의 수준이나 다양성 같은 부분에서요. 그런 일본에서 장사 잘하는 집을 만드는 일을 하는 분이니까요. 이분이 정리한 비결을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ann 평소에 책밤지기가 잘 읽지 않을 법한 책이에요.     

그렇죠. 저는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이런 장사와 관련된 실용서를 평소에 읽을 일이 없었는데요. 오늘 방송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고 느낀 건 꼭 장사하는 사람만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겠다는 겁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 다 비슷하게 맞닿아 있잖아요. 장사 잘하는 법을 배우면 회사에서 일하는 데도 똑같이 써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고 그런 거죠. 생각지도 못하게 재밌게 읽은 책이었어요.

ann 그럼 어떤 비결이 나오는지 한번 소개해주시죠.     

책에서는 전부 50개의 원칙을 제시하는데요. 그중 제일 먼저 나오는 장의 제목이 ‘매장 안에 들어온 고객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입니다.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시죠. 이 책에서 소개하는 비결이라는 게 아주 새롭고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 굉장히 기본적인 것들, 디테일한 것들에 집중하는데요. 첫 번째 비결은 바쁠수록 전체를 둘러봐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도 가끔 경험하잖아요. 가게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응대를 안 해주면 굉장히 뻘쭘해지죠. 종업원들이 다들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제가 부를 때 아무도 대답을 안 하거나 못 보는 경우도 답답하고요. 이 책의 저자는 이런 경우가 쌓이면 아무리 음식이 맛있거나 해도 결국 그 가게에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된다고 지적하는데요. 그냥 머릿속으로만 전체를 둘러봐야지 하고 숙지할 게 아니라 일하는 직원들에게 정해진 시간마다 정해놓은 장소에 돌아가서 서 있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지침이 있어야 효과가 있다고 조언해줍니다. 당장 할 일이 있어도 일단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지키다보면 자연스럽게 매장 전체를 돌아보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거죠.          


M3  이진아 - RUN

https://youtu.be/3ekJOWBejSU


ann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장사 잘하는 집들의 비결을 다룬 책 만나보고 있습니다일본의 자영업 컨설팅 전문가 혼다 마사카츠의 장사 잘하는 집’ 만나보고 있어요또 어떤 비결들이 소개되나요?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결론이에요. 요즘은 특히나 그렇죠.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게 요즘 시대잖아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종업원 한 명이 잘못된 언행을 하고 그게 소셜미디어에 퍼지면 한 순간에 가게가 망할 수 있는 시대죠. 그만큼 장사에서 사람이 가지는 힘이 커지는 거죠.


ann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만큼 잘 챙겨야겠군요.     

맞아요. 이 책에서도 종업원에 따라서 가게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는데요. 예컨대 이런 거예요. 같은 지역에 있는 비슷한 업종의 매장 두 군데가 매출은 정반대로 차이가 나는 겁니다. 왜 그런가 하고 책의 저자가 조사를 해봤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유일한 차이가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이 가진 지식의 양이었다고 해요. 장사가 잘 되는 가게에서는 손님이 뭔가를 물으면 직원이 그 제품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어울리는 다른 제품까지도 추천을 해주면서 대화가 끊이지 않는 거죠. 반면에 장사가 안 되는 가게에서는 뭔가를 물으면 직원이 단답형으로 대답을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매장에서 나갈 때 손님이 뭔가 지식을 얻고 박식해졌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이 책의 저자는 지적을 합니다.


ann 꼭 그런 부분이 아니어도 직원이 손님을 존중하고 잘 응대하면 다시 찾고 싶어지죠.     

그렇죠. 이 책의 저자가 이런 말을 하는데요. 고객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그 자체로 기회라고요.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나 말도 사실은 물건과 팔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건데요. 가게의 사장이나 베테랑 직원이 모든 응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아르바이트를 써야 할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사람을 쓸 때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고요. 아르바이트 직원이라도 그냥 지나가고 말 사람으로 여기지 말고 이런 식으로 짧게라도 교육을 반드시 시켜야 하는 거죠.


ann 또 어떤 조언이 있을까요.     

자영업에서 중요한 것 중에 또 하나가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거죠. 불만 사항이 뭔지 파악하고 문제를 바로바로 고치는 게 아주 중요하겠죠. 그런데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게 쉽지는 않죠. 고객 의견을 달라고 해도 사람들이 귀찮아서 잘 안 하잖아요. 책에 재밌는 사례가 나오는데요. 대형마트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맛볼 때 이쑤시개를 보통 쓰죠. 그런데 이 이쑤시개를 담는 통이 보통은 사용 전, 사용 후로 나뉘는데, 어느 대형마트에서는 사용 전의 이쑤시개를 담는 통을 두고 있고, 그 옆에는 두 개의 구멍을 뚫어놓은 겁니다. 하나에는 ‘맛있음’이라고 써있고, 다른 한쪽에는 ‘맛없음’이라고 써놓은 거죠. 어차피 이쑤시개를 어딘가에 버려야 하니까 바로 맛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게 해 놓은 거죠.

이런 식으로 작은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매장이나 서비스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이 책의 저자가 설명하거든요.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낼 필요가 있겠죠.     


M4 런치백 –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

https://youtu.be/sw3gYMUmz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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