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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n 09. 2019

희생을 기록하는 스포츠, 야구에서 배우는 인생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6월 2일 여든두 번째 방송은 야구에서 배우는 인생 이야기를 주제로 책 두 권을 소개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야구에서 배우는 인생이라는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작년에도 야구에 대한 책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올해도 야구 시즌이 본격적으로 재미를 더해 가고 있어서 야구 보는 재미를 더해줄 수 있는 책을 골라봤습니다. 작년 방송 이후로 출간된 따끈한 책들로 가져왔습니다.


ann 야구에서 배우는 인생. 어떤 책부터 만나볼까요?     

먼저 소개할 책은 이용균씨가 쓴 ‘야구의 인문학9’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이용균씨는 경향신문 야구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분인데요. 야구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썼고, 이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 중인 야구칼럼에 실린 글들을 모아서 낸 겁니다.


ann 그런데 제목이 그냥 야구의 인문학이 아니라 숫자 9가 붙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좀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이 책의 진짜 제목은 숫자 9이고요. 야구의 인문학은 부제입니다. 그런데 보통 야구의 인문학 9라고 붙여서 읽는 것 같습니다. 9라는 숫자가 야구를 대표하는 숫자라고 해서 제목으로 뽑은 것 같은데요. 왜 숫자 9가 야구를 대표하느냐. 일단 야구의 룰을 보면요. 양팀에서 각자 9명의 선수가 9이닝 동안 경기를 치러요. 각 베이스 간의 거리는 90피트고요. 이런 이유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009년 9월 9일을 야구의 날로 정해서 여러 가지 이벤트를 했다고도 합니다. 9라는 숫자를 모르고는 야구를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거죠.

ann 9가 야구의 숫자라는 건 처음 알았어요. 야구의 인문학이라는 건 처음 설명해준 대로 야구에서 인생사를 배운다는 뜻이겠죠?     

맞습니다. 야구라는 종목이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가 아니라 그 안에 삶의 희로애락이 묻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인데요. 야구를 한 번도 안 본 사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야구라는 스포츠를 한 번쯤 직접 가서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책입니다. 키움 히어로즈의 박병호 선수가 추천사를 썼는데요. 이런 말을 해요.

“20년 넘게 누구보다 열심히 야구를 했는데 내가 모르는 야구가 이용균 기자의 글 속에 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야구선수가 된 것이 자랑스러워진다.”

이 말 그대로 이 책을 읽다보면 야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죠.


ann 20년 동안 야구를 한 선수도 몰랐던 야구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라니 기대가 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중인 한 명은 이런 말을 했어요. “나는 세상 사람들이, 남자든 여자든 모두 2년씩 야구를 해봤으면 좋겠어. 그럼 세상이 더욱 좋아질 거야.”

야구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인간적인 경기인지, 그래서 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인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M1 마이 앤트 메리 – 골든 글러브

https://youtu.be/1mDt5vpMwQs


ann 오늘은 야구에서 배우는 인생을 주제로 두 권의 책을 가져왔습니다. 먼저 이용균 기자가 쓴 ‘야구의 인문학 9’라는 책 만나보고 있어요. 아까 야구만큼 인간적인 스포츠가 없다고 했는데 왜 그런 걸까요?     

저자는 몇 가지 이유를 드는데요. 우선 대부분의 스포츠와 달리 야구는 공이 아니라 사람의 위치가 득점을 결정해요. 축구나 농구를 보면 공이 골대에 들어가야 득점이 인정되잖아요. 그런데 야구는 사람이 홈플레이트에 들어와야 득점이 올라가죠. 공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라는 거예요. 

그리고 야구만의 독특한 문화도 있는데요. 야구는 ‘희생’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라고 해요. 축구나 농구에서도 ‘도움’은 어시스트라는 항목으로 기록에 남잖아요. 그런데 희생이라는 항목은 없죠. 반면에 야구에서는 희생번트, 희생뜬공 같은 걸 공식적으로 기록에 남기니까요. 공동체를 위한 누군가의 희생을 기록으로 남기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공동체주의적인 특성이 있다는 거죠.


ann 사람 중심, 공동체주의. 모두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네요.     

그렇죠. 아주 설명이 끝없이 계속되는데요. 듣다보면 아, 이래서 야구가 인간적인 스포츠라는 거구나 하고 설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야구전문기자로 일하면서 만난 진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는데요. 우리가 매일 야구 기사에서 접하는 슈퍼스타들이 아닌 소소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를 함께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ann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예를 들면 164경기 연속 무패 투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164경기 연속 무패라고 하면 엄청난 기록이잖아요. 당연히 누군지 알 것 같은데 저도 처음 들어본 이름이에요.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었던 김민범이라는 중간 계투 선수였는데요. 우리히어로즈가 진필중을 신고선수 말소한 2008년 6월 19일에 김민범 선수도 함께 말소가 됐다고 해요.

김민범 선수는 1992년 태평양에 입단해 16년 동안 뛰면서 234경기에서 542명의 타자를 상대했다고 해요. 1999년 9월 26일 한화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 이후 164경기 동안 무패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선수 생활 동안 대단히 뛰어난 활약을 한 건 아니지만 16년 동안 우리가 기억하는 프로야구의 분명한 일원이었던 거죠. 이 책은 우리가 잘 몰랐던 이런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야구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과 땀으로 굴러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거죠. 


ann 또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야구만큼 불문율이 많은 스포츠도 없을 거예요. 때로는 이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불문율을 지키는게 야구라는 스포츠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거든요. 야구에서 이어지는 불문율까지는 아니지만 전통 중 하나가 시즌 개막전에서 투수가 처음 던지는 공은 직구라는 겁니다. 보통 개막전에 서는 투수 10명 중 8명은 직구를 던지는 건데요. 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공만큼은 어떤 변화도 허용하지 않고 꼿꼿하게 던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최고의 투수 반열에 오른 다저스의 류현진이 한화에서 뛰고 있던 2010년 7월의 일인데요. 당시 류현진은 롯데전에서 9이닝 1대 0 완봉승을 거뒀거든요. 마지막 이닝에서 1사 1, 3루 위기에 몰렸는데, 나머지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기고 홍성흔과 이대호를 상대했어요. 리그 최고의 강타자를 상대로 완봉승이 깨질 위기에서 류현진이 던진 마지막 8개의 투구가 모두 직구였거든요. 저는 한화 팬도 롯데 팬도 아니지만 그 마지막 8개의 투구는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제대로 된 직구는 때로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M2 Lenka – The Show

https://youtu.be/YHKDCqnH_7M


ann 야구에서 배우는 인생 이야기. 두 번째로 만나볼 책은 뭔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강팀 만들기’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부제가 있는 책인데요. 보름 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야구 관련 책이랑은 조금 다른데요. 어떻게 보면 타깃 독자가 꽤 명확한 책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ann 어떤 독자를 겨냥한 책인가요?     

이 책을 쓴 정희윤 저자가 프로야구팀인 두산 베어스의 프런트에서 15년 동안 일한 분인데요. 프런트는 야구단의 운영과 선수 수급, 홍보, 마케팅 같은 야구 경기 외적인 모든 걸 책임지는 조직을 뜻하죠. 이분은 1983년에 당시 오비베어스죠. 오비에 프런트로 합류해서 15년 동안 일했는데요.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오비베어스가 우승을 차지한 1995년에는 선수단 운영팀장을 맡아서 활동했다고 합니다. 베어스를 나온 뒤에는 스포츠에 대한 칼럼을 쓰고, 여러 스포츠 구단의 운영방안에 대한 컨설팅 등을 하는 업무를 맡아왔고요. 30년 넘게 스포츠 관련 일을 해온 거잖아요. 그러는 동안 자신이 보고 배운 모든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할 수 있죠.

ann 그럼 실제 스포츠 구단의 운영과 관련해서 일하는 분들을 타깃으로 한 책이겠네요?     

아무래도 그런 분들이 읽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인데요. 선수단 운영이나 선수 발굴 같이 도제식 교육으로만 전달되는 내용들을 이 책에 자세하게 기록해놨거든요. 도표나 그래픽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놨고요. 쉽게 말하면 스포츠 구단 프런트가 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참고서 같은 책이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이 책의 추천사를 남긴 분들도 스포츠 구단에서 일하는 분들인데요.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도자론을 읽고 나의 야구철학을 되돌아보고, 또 나는 어떤 그릇의 리더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적고 있어요.


ann 야구에 대한 책들도 정말 많잖아요.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도 많은데, 이 책은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네요.     

제가 야구를 좋아하다보니 야구에 대한 책도 눈에 띄는대로 읽어보는 편인데요. 그중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은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정말 정독하면서 읽었습니다. 꼭 스포츠계에서 일하는 분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구단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작동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M3 브로콜리너마저 - 가능성

https://youtu.be/Djx4FoQh1Vk


ann 야구에서 배우는 인생 이야기하고 있어요. 두 번째 책은 두산베어스 프런트에서 15년 동안 일한 정희윤씨가 쓴 ‘강팀 만들기’라는 책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가 야구에서 배우는 인생이잖아요. 이 책에서는 어떤 인생을 배울 수 있었나요?     

야구 안에 인생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야구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과 전술이 우리 인생에도 하나같이 다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죠. 이 책이 야구단의 프런트와 지도자들에게 알려주는 팁이나 전략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고스란히 적용할 만한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nn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선수들의 실력이나 구단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문화거든요. 그리고 팀의 문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적절한 평가보상 체계라고 책의 저자는 지적하고요. 바람직한 팀 문화가 정착하려면 특히나 ‘희생정신’이 높게 평가되는 풍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야구를 예로 들면 벤치 클리어링이라는 게 있어요.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끼리 다툼이 생겼을 때 양팀의 선수들이 몰려나와서 뒤엉키는 걸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이 벤치클리어링이 잘 나가는 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ann 벤치클리어링이 잘 나가는 팀의 척도다?     

프로야구단 중에는 벤치클리어링 때 머뭇거리지 않는 선수에게 보상을 주는 구단이 있다고 해요. 벤치클리어링이라는 게 팀 동료를 위해 나서는 건데 부상을 걱정해서 머뭇거리는 선수들도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확실하게 보상을 해주는 체계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챙기는 문화가 생긴다는 거죠.


ann 보상 체계가 자연스럽게 팀 문화로 이어진다는 거네요. 이건 꼭 야구팀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모든 조직,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네요.     

그렇죠. 그런데 반대로 평가보상 체계를 잘못 만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거죠. 예컨대 이런 경우가 있었대요. 불펜투수들이 매 경기 몸만 풀고 경기에는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불만이 커진거 죠. 힘은 힘대로 쓰는데 경기에 못 나가니까 인사 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그래서 고민 끝에 몸을 풀기만 해도 평가에서 가점을 주기로 한 거죠. 그런데 시즌이 중간쯤 지나고 보니까 황당한 일이 생겼다고 해요. 투수들의 점수를 체크하는데 불펜에서 몸만 풀고 경기에 안 나간 투수의 점수가 10승을 거둔 투수보다 높게 나온 거예요. 몸만 풀고 경기에는 안 나가니까 점수가 쌓이기만 하고 감점이 될 일은 없었던 거죠. 이렇게 제대로된 평가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제 사례로 보여주니까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ann 이 분은 두산베어스 프런트로 15년을 일했잖아요. 두산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오나요?     

기본적으로 본인이 겪은 이야기는 대부분 두산 구단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고요. 두산의 지금을 만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지금 두산 베어스를 이끄는 김태룡 단장 같은 경우는 책 중간에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보통의 언론 인터뷰에서는 접하기 힘든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야구팬이라면, 특히 두산의 팬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M4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첫눈 오는 그 날에

https://youtu.be/LY9LOwnEv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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