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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n 09. 2019

꽃의 이름을 아는 것이 사랑의 시작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6월 9일 여든세 번째 방송은 서울식물원에 가기 전 읽고가면 좋은 책 두 권을 소개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최근에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곳이 하나 새로 생겼는데요. 바로 마곡에 있는 서울식물원입니다. 지난 5월 1일에 정식으로 개장한 곳인데요. 다녀온 분들은 다들 두 번, 세 번 가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강추하는 곳이더라고요. 서울에 살다보면 꽃이나 나무, 숲 같은 것들이 늘 그립잖아요. 그런데 서울식물원을 가보면 이 모든 걸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거죠. 꼭 가보셔야 할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ann 서울식물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죠. 오늘 소개해주실 책도 서울식물원과 관련이 있나요?     

식물원을 가면 늘 아쉬움이 있거든요. 워낙 방대하다보니까 자세하게 살펴보기가 쉽지 않죠. 식물의 종류도 워낙 다양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식물원을 가기 전에는 약간의 공부를 하고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늘은 서울식물원에 가기 전에 읽고 가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ann 서울식물원을 두배 더 알차게 즐기기 위한 필독서군요.     

맞습니다.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서울 화양연화’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철씨가 쓴 책인데요. 여러 매체에 기고한 ‘김민철의 꽃 이야기’라는 칼럼을 모은 글을 담고 있습니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뜻이잖아요. 이 책의 글쓴이는 본인의 인생에서 꽃에 대한 글을 쓰던 때가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ann 서울 화양연화, 제목이 참 아름다운데요. 서울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이 책에는 여러 지역의 꽃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곳이 바로 서울입니다. 글쓴이가 활동하는 공간이 주로 서울이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라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꽃이나 나무 이야기가 우리들도 매일 오가며 보는 식물들인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책에는 청계천의 조팝나무꽃 이야기가 실려 있고, 성공회성당의 과꽃 이야기도 나오고요. 또 북한산의 처녀치마나 경복궁의 팽나무 이야기도 나오고요. 서울 시민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식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다보니까 훨씬 가깝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ann 봄에 청계천에 가면 정말 조팝나무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죠.     

조팝나무의 조팝이라는 말은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박힌 것이 좁쌀로 지은 조밥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거든요. 이름은 뭔가 구수한데 조팝나무꽃에서 나는 향기는 굉장히 상쾌하죠. 여름을 앞두고 봄이 보내는 마지막 향수 선물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책에는 이렇게 서울 곳곳에 있는 꽃과 나무들의 유래, 그리고 이런 식물이 등장하는 문학 작품을 함께 소개하면서 식물에 대해서 독자가 더 가깝고 편하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


M1 아이유 – 비밀의 화원

https://youtu.be/eGXJs7zOHC4


ann 오늘은 서울식물원에 가기 전에 읽고 가면 좋을 책을 만나고 있습니다. 먼저 김민철 작가의 ‘서울 화양연화’ 이야기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서울을 장식하는 길거리꽃 이야기도 재밌는데요. 팬지, 피튜니아, 마리골드, 베고니아, 제라늄이 서울의 5대 길거리꽃이라고 합니다. 이름만 들으면 이게 무슨 꽃이야,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장미나 진달래, 개나리 같은 이름이 더 익숙하니까요. 하지만 사진을 찾아보시면 단박에 무슨 꽃인지 아실 거예요.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름은 몰랐던 꽃이 바로 팬지, 피튜니아, 마리골드 같은 꽃들입니다.


ann 사진을 찾아봤는데 정말 익숙한 꽃들이에요.     

한국화훼협회에 저자가 직접 물어봤다고 해요. 이 다섯 가지 꽃이 서울 도심 화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냐고요. 그랬더니 70퍼센트는 넘을 거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재치있는데요. 그럼 이 다섯 가지 꽃 이름만 외우면 아무리 식물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서울 시내에 있는 꽃의 70%는 이름을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을 해줍니다.

꽃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밌는데요. 베고니아라는 꽃 이름을 저는 처음 들었거든요. 그런데 조용필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 꽃을 아실 거예요. 조용필의 ‘서울서울서울’이라는 노래에는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이라는 가사가 나온다고 하거든요. 이 베고니아는 평양 시내에도 서울만큼이나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조총련계 일본 원예학자가 베고니아를 개량해 1988년 북한에 선물했는데 북한에서는 그 꽃을 평양 시내 곳곳에 심었다고 하거든요.


ann 책밤지기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뭔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은 산수국인데요. 숲에서만 자라는 산수국은 꽃 가장자리에 헛꽃이라고 하는 무성화가 있는 게 특징이죠. 우리가 흔히 아는 수국은 이 산수국의 헛꽃만 남긴 건데요. 저는 헛꽃도 좋지만 그 안에 있는 유성화까지 같이 있어야 진짜 수국이라는 생각에 산수국이 진짜 수국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청보랏빛으로 피어 있는 산수국은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거든요. 이 책에도 수국과 산수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책에서는 재밌게도 무성화만 남긴 수국을 연애한 번 못해 보는 꽃이라고 묘사합니다. 꽃에 대한 이런 재치있는 설명이 이 책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ann 또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꽃이나 식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도 참 유익한 것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예컨대 가을 야생화는 왜 보라색이 많은 지에 대한 설명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실제로 금강초롱꽃, 투구꽃, 용담, 쑥부쟁이, 배초향 같은 가을에 피는 야생화 중에는 보라색이 많거든요. 한번도 이유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막상 궁금해지는 그런 이야기잖아요.

이 책에서는 가을에 보라색 꽃이 피는 이유가 벌과 나비 같은 꽃가루받이 매개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식물의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가을에는 붉게 노랗게 단풍이 물들잖아요. 단풍색과 비슷한 색의 꽃은 곤충을 끌어들이기 어려우니까 식물이 보라색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ann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마음이 괜히 편안해지네요.     

소설가 이기호씨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썼는데요. 추천사 중에 굉장히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서 소개해드릴게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지는 경험을 했는데, 그건 역시 이곳에 등장하는 수많은 꽃 이름 때문이었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모르던 많은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름을 알고 제대로 호명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다.’

사랑하고 싶은 분들은 길거리의 꽃 이름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시면 될 것 같아요.     


M2 Jess Penner – Blue Bird

https://youtu.be/zBXjLN5Qkf0


ann 오늘은 서울식물원에 가기 전에 읽고 가면 좋을 책을 만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만나볼 책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소설가 윤후명씨의 산문집인데요. 제목이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입니다. 윤후명 작가는 ‘꽃’이라는 제목의 식물 이야기와 관련된 책을 따로 썼을 정도로 식물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신 분인데요. 이 책은 윤후명 작가가 살아가는 동안에 꽃과 식물, 숲에서 얻은 교훈과 가르침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런 책입니다.


ann 꽃과 나무에서 얻은 교훈. 윤후명 작가는 식물을 스승으로 삼은 거네요.     

정확한 표현인데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식물과 함께함은 내게는 철학 선생을 만나는 일과 같다. 때때로 인간으로 하여 실의에 빠질 때면 식물의 가르침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고요.

요즘에 그런 말을 많이 하잖아요. 갈수록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고요. 여름이 너무 일찍 찾아온 거 아니냐는 말을 하죠. 그런데 윤후명 작가의 시선에서 보면 이런 말은 조금 서투른 게 아닐까 싶어요. 윤후명 작가는 계절의 변화를 꽃을 보면서 알아차리거든요.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피면 봄이 오고, 마가목의 흰 꽃이 피면 여름이 오는 거죠. 이렇게 꽃으로 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다 보면 봄이 짧아졌다, 봄이 없어졌다 같은 말은 할 틈이 없어진다는 걸 윤후명 작가는 보여주는 것 같아요.

ann 또 인상적인 말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윤후명 작가는 1946년생이거든요. 이 책이 나온 게 2010년이니까 예순이 넘어서 쓴 책인 거죠. 작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적지 않은 나이인 건데요. 책에 보면 ‘늙도록 젊어 있는 삶’이라는 챕터가 있어요. 사라진 젊음과 성큼 다가온 늙음을 돌아보는 내용인데요. 거기에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고목이라도 봄마다 피어나는 꽃, 여름마다 우거지는 녹음에도 ‘고’가 들어갈 리가 없다. 그것은 언제나 그대로인 소년의 첫 모습이다. 나는 고목으로 파릇파릇 젊은 새순이 돋는 나무를 내 안에 새겨넣는다. 새 꽃눈과 잎눈으로 고목은 새 생명을 노래한다.


ann 늙은 나무라고 해서 피어나는 꽃까지 늙을 수는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꽃과 잎으로 고목도 새 생명을 노래할 수 있다. 정말 식물을 철학 스승으로 삼은 거네요.     

저희 집에는 살아 있는 식물이 하나도 없거든요. 이 책을 읽다보니 저도 작은 화분이라도 하나 집에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마음을 다스릴 일이 있을 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져요.      


M3 커피소년 - 애벌레

https://youtu.be/Q70zPb2Qvfo


ann 오늘은 서울식물원에 가기 전에 읽고 가면 좋을 책을 만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윤후명 작가의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라는 제목의 산문집 보고 있어요. 또 인상 깊은 문구가 있을까요?     

윤후명 작가가 이 책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게 있는데요. 거기에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책 제목에 꽃과 시간이 흘린 눈물이 나오잖아요. 윤후명 작가는 꽃과 시간이 흘린 눈물 사이에 놓인 것이 본인의 인생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꽃에서 시간이 흘린 눈물 사이를 순례 여행하듯 오고간 것이 자신의 인생이었다는 거죠. 그러면서 꽃은 그냥 단순한 꽃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설명을 해요. 꽃을 찾아다닌 건 어떤 마음을 찾아다닌 것과 다름없었던 거죠.


ann 앞에서 소개해준 서울 화양연화가 꽃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주는 책이었다면, 윤후명 작가의 책은 꽃과 식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맞습니다. 윤후명 작가의 ‘꽃’이라는 책에 보면 난 키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식물은 위기가 닥치면 꽃을 피운다는 말이 있어요. 위기 상황에서 후손을 남기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거죠. 난을 기르는 분들이 많잖아요. 매일 같이 난을 닦아가면서 정성을 들이는데도 꽃을 보는 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어느날 난 기르기가 귀찮아지고 마음이 떠나서 난을 돌보지 않게 될 때도 있죠. 그런데 그렇게 난을 돌보지 않고 버려뒀더니 놀랍게도 난이 꽃을 피우더라는 이야기가 책에 나옵니다. 식물이 인간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스승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를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죠.


ann 꽃에 대한 책들이 찾아보니 정말 많더라고요. 꼭 읽어볼 만한 책이 있으면 몇 권만 더 소개해주세요.     

정말 강추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요. 농부철학자로 유명한 윤구병 선생이 보리출판사에서 펴낸 세밀화 도감이 있어요. 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소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세밀화 도감을 보면 동물에 대한 것도 있지만, 나무나 약초, 버섯, 식물 도감도 있거든요. 세밀화로 식물을 살피면 그냥 사진이나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보던 것과 완전히 다른 걸 볼 수가 있습니다. 식물을 접하는데 순서가 정해져있다고 하거든요.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집에서 키우고, 그러다 밖으로 나가서 식물원과 숲으로 간다고요. 식물을 사랑하는 첫 단계로 세밀화 도감을 꼼꼼히 살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M4 그_냥 - 여름꽃

https://youtu.be/rJlRJhvvS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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