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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n 30. 2019

방탄소년단 북클럽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6월 23일 여든다섯 번째 방송은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좋아하거나 관련 있는 책들을 소개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세계가 사랑하는 대표 K팝 아티스트죠.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ann 방탄소년단은 정말 대단하죠. 제2의 비틀즈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 된 K팝 그룹.      

빌보드 1위에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관문이라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틀 동안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콘서트까지.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이야기하는 게 무의미해졌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죠.

ann 그런데 책 소개하는 우리 방송에서 방탄소년단은 어떤 일로 등장하는 건가요?     

얼마 전에 중고서점을 들른 적이 있는데요. 거기에 방탄소년단이 읽은 책들이라고 해서 따로 코너가 하나 있더라고요. 서점을 가면 소설, 시, 인문학, 재테크 이런 식으로 코너가 나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방탄소년단이 읽은 책들이라는 코너가 있을 정도로 문학계에서도 방탄의 인기가 대단한 거죠.


ann 방탄이 읽은 책이라고 하면 완판이 되는 그런 거군요.     

그렇죠. 방탄의 음악에 영향을 준 걸로 알려진 책이나 방탄 멤버들이 읽고 있는 책들이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고요. 어려운 인문학 서적이 방탄 덕분에 수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도 있더라고요. 해외에서는 방탄과 관련된 책을 읽는 북클럽도 굉장히 많다고 해요. 팬들이 모여서 방탄에 영향을 준 책을 읽으면서 가사에 어떻게 반영이 됐는지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거죠.


ann 방탄이 그저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아이돌이 아니라는 게 이런 부분에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른 문화 분야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거죠.     

저도 방탄에 대해서 잘 모를 때는 그냥 흔한 아이돌 가수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요. 요즘에는 방탄의 음악이나 철학,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서 확실히 다른 아이돌과는 다르구나 하는 걸 느껴요. 왜 전 세계에서 방탄에 열광하는지 뒤늦게 알아가고 있다고 할까요. 최근에 아이돌이나 연예계를 둘러싸고 안 좋은 소식들이 워낙 많잖아요. 방탄의 힘은 책이라는 인문학에 뿌리는 두고 있는 선한 에너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M1 방탄소년단 - 134340

https://youtu.be/awdkaGCkQRo


ann 오늘은 방탄소년단에 영향을 줬거나 방탄이 읽은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 방탄소년단 북클럽. 어떤 책부터 만나볼까요?     

일단 방탄에 영향을 준 책들부터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우선 머리 스타인이 쓴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방탄의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에 영향을 준 책으로 알려져 있죠.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된 건 4년 전인데요. 방탄에 영향을 준 책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1만5000부나 책을 추가로 인쇄했다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꽤나 당황했다는 이야기도 있죠.


ann 그런데 제목만 봐도 만만치 않은 책으로 보이는데요.     

그렇죠.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을 풀어낸 개론서인데요.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쓴 개론서라고 하지만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꽤나 난해한 책이긴 합니다. 그래서 방탄이 이 책을 읽고 완전히 이해한 다음에 자신의 노래에 반영했다는 게 더 놀라운 거기도 한데요. 

이 책에서도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5장이 방탄과 깊이 관련이 있거든요. 페르소나는 배우의 가면을 의미하는 말인데요. 그림자는 우리의 뒤에 언제나 붙어 있는 우리 자신의 이미지를 뜻하죠. 페르소나가 매일 사회 속에서 우리의 공적인 모습을 대표한다면, 그림자는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본능 같은 거죠. 보통 우리가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분리해서 생각하는데 둘 다 나 자산의 일부인 거죠. 그림자를 거부하려고 하고 억지로 부인하다 보면 마음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건데요. 심리학에서는 그림자와 페르소나의 거리가 좁을수록 좋다고 이야기해요.

ann 방탄이 유엔에서 한 연설의 메시지와 비슷한 이야기네요.      

방탄 멤버인 남준이 작은 마을에서 자란 소년의 자아와 지금 공인이 된 자신의 자아를 구분하면서 둘 모두를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거든요.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모두 인정하고 둘을 끌어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거죠. 밝은 나와 어두운 나를 모두 인정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모습을 쓰는 것이 건강한 내가 되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는 건데요. 방탄이 융의 페르소나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ann 또 어떤 책이 있나요?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도 문학 작품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은데요.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는 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인 ‘데미안’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길이가 길지 않은데도 굉장히 함축적인 장면이 많아서 팬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방탄이 직접 데미안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면서 뮤직비디오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데미안을 다시 펼쳐 드는 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데미안의 내용도 방탄의 메시지와 어쩐지 맞닿아 있죠. 데미안의 주인공인 싱클레어가 선악의 세계를 모두 경험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내면세계를 향해 전진하잖아요. 계속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서는 방탄과 비슷하죠.


ann 예전에 저희 방송에서 방탄의 ‘봄날’ 뮤직비디오에 영향을 준 책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어슐러 르 귄의 첫 번째 단편집인 ‘바람의 열두 방향’에 실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죠. 뮤직비디오의 스토리 자체가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차용한 건데요. 어슐러 르 귄은 세계적인 권위의 SF 소설에 주는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모두 받은 작가거든요. 그중에서도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휴고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융이나 데미안에 비해서는 조금 더 이해하기 쉽고 읽기 편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M2 방탄소년단 - 봄날

https://youtu.be/xEeFrLSkMm8


ann 오늘은 방탄소년단에 영향을 줬거나 방탄이 읽은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 방탄소년단 북클럽. 이번에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까요?     

이번에는 방탄의 인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인데요. ‘말의 내공’이라는 책을 소개해드릴게요. 이 책은 앞에서 설명해드린 책처럼 방탄의 음악이나 작품에 영향을 준 건 아닌데요. 방탄 멤버인 뷔가 읽은 책으로 유명해진 책입니다.

ann 방탄 멤버인 뷔가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된 책이군요.     

그렇죠. 올해 2월에 방탄이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콘서트를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는데요. 방탄의 입국 장면을 보려고 수많은 팬과 취재진이 몰렸죠. 방탄 멤버들이 입국장에 들어오니까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고, 방탄 멤버인 뷔가 이때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얼굴을 가렸거든요. 그때 손에 들고 있던 책이 바로 ‘말의 내공’입니다. 방탄 멤버가 비행기에서 읽은 책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을 했고요. 출판사에서는 방탄을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제목을 인쇄한 새로운 버전의 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ann 말의 내공은 어떤 책인가요. 뷔가 어떤 부분에 끌렸을지 궁금하네요.     

이 책은 한국철학, 동양철학을 전공한 신도현씨가 쓴 책인데요. 제목처럼 말을 잘하는 법에 대한 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피치 학원에서 배우는 말 잘하는 기술에 대한 내용은 아니고요. 말을 잘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내공을 쌓아야 하는지를 동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에서 찾는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ann 동서양 고전에서 배우는 말의 내공이군요.     

논어나 맹자, 순자 같은 동양 고전 철학부터 시작해서 알랭 바디우나 자크 랑시에르 같은 서양 현대 철학자까지 동서양,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면서 말을 잘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는 건데요. 

노자가 한 말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으며, 나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너의 가치도 알 수 없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데서부터 말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말이라는 건 결국 나와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는데 필요한 거잖아요.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아무리 말을 번드러지게 해도 진짜 대화를 시작할 수 없다는 말인 거죠. 방탄이 왜 이 책을 읽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M3 방탄소년단 - 낙원

https://youtu.be/3g60P1VD2Lc


ann 오늘은 방탄소년단에 영향을 줬거나 방탄이 읽은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 방탄소년단 북클럽. 이번에는 어떤 책을 만나볼까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이죠. ‘1Q84’도 방탄에 영향을 준 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방탄이 2017년에 발표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인 ‘LOVE YOURSELF 승 허’에 실린 히든트랙 곡 바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노래는 방탄 리더인 RM이 작곡한 건데요. 1Q84를 읽고 영감을 받아서 작곡했다고 합니다. 노래 가사 중에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시련이 있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소설 1Q84에도 같은 말이 등장하거든요.


ann 하루키의 1Q84는 국내에서도 읽어본 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 워낙 책이 두꺼워서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방탄의 독서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3권을 합치면 2000페이지에 가까운 굉장히 두꺼운 대작인데요. 1Q84는 사실 방탄이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자아 찾기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더 관심을 모으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상이 발생한 건 내가 아니라 이 세계’라는 말이 정말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ann 방탄과 관련된 책도 많지만 방탄을 다루는 책도 정말 많죠.     

전에 저희 방송에서 소개한 ‘BTS를 철학하다’라는 책도 있고요. 방탄을 직접 소개하는 책도 있지만 ‘BTS 예술혁명’ ‘BTS 마케팅’ ‘BTS, 음악’ 같은 책들도 있거든요. 이런 책들은 방탄소년단을 다른 분야에 연결해서 설명하는 책인데요. 방탄소년단 현상이 그만큼 다른 분야에서 연구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죠.


ann 이렇게 출판업계에서도 방탄 현상을 분석할 정도니까요.     

오늘 방송에서 자세하게 설명드리지는 못했지만, 제임스 도티의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같은 책들도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좋아하는 책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방탄이 흥미로운 건 노랫말 하나하나에 해석의 여지를 두고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건데요. 방탄이 평소에 즐겨 읽는 책을 읽어보면 방탄의 음악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ann 방탄이 성공하면서 이렇게 아이돌이 자기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도 같아요.     

그렇죠. 방탄은 웹툰이나 유튜브를 활용해서 확실히 방탄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했죠. 방탄의 인기 비결을 여기서 찾는 경우도 있고요. 최근에는 방탄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고 스토리텔링 팀을 따로 운영하는 아이돌 기획사도 있다고 합니다. 방탄을 만든 빅히트 같은 경우는 아예 등단한 작가를 영입해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고도 하고요. JYP엔터테인먼트도 최근에 스토리텔링 작가를 영입했고요. 제2, 제3의 방탄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M4 방탄소년단 – I’m fine

https://youtu.be/tGVjM8b3X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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