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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l 21. 2019

결혼해? 말아? 채식해? 말아?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6월 30일 여든여섯 번째 방송은 2030 여성 작가들의 에세이 두 권을 소개했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j 오늘은 에세이 두 권을 가져왔는데요. 조금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2030 여성 작가가 쓴 에세이입니다. 두 권 다 최근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들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들을 보면 요즘 2030 여성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ann 다른 삶의 방식을 찾고 있는 2030 여성들의 이야기군요. 먼저 만나볼 책은 뭔가요?     

j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만화가 미깡 작가의 ‘하면 좋습니까?’라는 에세이입니다. 미깡 작가는 다음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인데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술꾼도시처녀들’로 유명하고, 오늘 소개해드리는 ‘하면 좋습니까?’도 웹툰으로 연재하던 걸 단행본으로 묶어서 낸 겁니다.


ann 하면 좋습니까. 뭘 하면 좋냐고 물어보는 건가요?     

j 아마도 2030 여성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바로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는 결혼에 대한 고민을 30대 여성의 시점에서 풀어낸 책인데요. 그냥 듣기 좋은 조언이 아니라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현실적인 고민과 해답을 함께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읽다가 현타가 왔다는 독자들도 굉장히 많아요.

ann 요즘에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만큼 결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게 아닌가 싶네요.     

j 그렇죠. 최근에 나온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답한 미혼여성 비율이 45.3%에 불과했다고 하거든요. 미혼여성의 절반 이상은 결혼 생각이 없다고 답한 거죠.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들의 혼인 건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요. 결혼이라는 게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집을 장만해야 하고, 기혼자가 되는 순간 여성은 경력 단절부터 임신, 출산, 육아까지 적지 않은 부담을 짊어져야 하고요. 이런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는 게 아닌가 싶죠.


ann 하면 좋습니까에서 바로 이런 고민에 대한 현실적인 솔루션을 주는 거네요.     

맞습니다. 미깡 작가 본인도 1980년생이니까요. 결혼 문제에 대한 30대 여성들의 고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지점 덕분에 이 책이 더 현실적이고 재밌게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M1 헤이즈 – 숨고 싶어요

https://youtu.be/a2dxap9FIog


ann 2030 여성들의 고민을 담은 에세이 만나보고 있어요. 먼저 미깡 작가의 ‘하면 좋습니까?’ 이야기 중입니다. 그래서 미깡 작가는 결혼을 하면 좋다고 대답하나요?     

j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에세이에서는 주인공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결론을 내립니다. 웹툰을 단행본으로 옮긴 책이다 보니까 에세이라고 부르기 애매하기는 한데요. 어쩐지 저는 에세이로 읽어서요. 이 책에는 서른세 살의 심연이라는 이름의 여주인공이 나옵니다. 남자 친구에게 청혼을 받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덥석 청혼을 받아들인 뒤에 결혼 준비를 해가면서 비로소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이 시작되는 거죠. 책의 마지막 즈음에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요.


ann 이런 류의 책은 어쩐지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 결혼에 성공하는 해피 엔딩을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이 책은 결론부터가 다소 예상을 벗어나네요.     

j 그런 부분이 이 책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보여주는 건데요. 책에는 주인공과 함께 결혼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이 등장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하나하나 굉장히 특색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요. 한 명은 비혼주의자인데요. 폴리아모리라고 하죠. 다자간 사랑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요. 한 명은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한 친구예요. 그리고 또 한 명은 행복한 신혼을 보내는 결혼 찬성론자고, 다른 한 명은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를 다니는 워킹맘이죠. 결혼에 대해 제각각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워서 도대체 결혼이란 무엇인지, 결혼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왜 하면 안 되는 건지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거죠.


ann 책밤지기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인데 이 책이 도움이 됐나요?     

j 이 책은 결혼이란 이런 거니까 이렇게 저렇게 해야 돼. 이런 식으로 정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에요. 대신에 작가가 직접 경험한 듯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는 이렇게 해봤는데 이렇더라 참고하세요, 하는 느낌의 책이거든요. 주위에서 결혼하는 친구나 지인들은 많지만, 막상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는 결혼에 대한 모든 고민을 조근조근 들려주는 좋은 언니나 누나를 얻은 기분이 드는 거죠.


ann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j 주인공이 남자친구의 집에 초대받아서 식사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밥을 먹고 과일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화기애애해요.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주인공한테 “연이가 집에 와 있으니 얼마나 밝고 화사한지 몰라 없던 딸이 다 생긴 것 같고. 머리는 계속 짧게 할 거야? 길면 예쁠 것 같은데.” 이런 말도 하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죠. 그런데 이날 주인공은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거든요.


ann 며느리를 딸처럼 아껴주는 시어머니의 모습인데, 왜 주인공은 결혼을 하지 않기로 한 걸까요?     

j 이런 설명이 나와요. 인간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의 방해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원한다. 결혼생활도 적정 거리 설정이라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주인공인 연은 시어머니와의 거리 설정에서 120센티미터 정도를 원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30센티미터 안으로 훅 들어와 버렸다. 결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30센티미터의 자장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연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적정 거리가 75인지, 120인지, 200인지 알고, 그걸 최대한 지키며 살자는 것. 그게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라고 설명을 합니다. 


ann 결혼을 위해 내가 정해놓은 나의 리듬, 패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건 좋지 않다는 거군요.     

j 결혼을 하는 게 좋은지, 안 하는 게 좋은지에 정답은 있을 수 없잖아요. 사람마다, 저마다 처한 상황마다 다른 결론이 나오겠죠. 하지만 이건 분명한 거 같아요. 결혼을 위해서 나를 바꾸는 건 결국 좋지 않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큰 게 아닌가 싶어요.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M2 Yellow Days – How Can I Love You?

https://youtu.be/dmDj7f6Kbbs


ann 2030 여성들의 고민을 담은 에세이 만나보고 있어요. 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은 뭔가요?     

j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도 2030 여성들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는 주제를 다룬 건데요. 전혜연 작가의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이라는 책입니다.


ann 이번에 다룰 주제는 음식이군요.     

맞습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요즘 정말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주제잖아요. 특히나 젊은 여성 분들은 이런 고민이 더 많은 것도 같고요.


ann 다이어트며 피부 건강이며 신경 쓸게 한 둘이 아니죠. 운동이나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니까요.     

j 이 책은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생활법을 실천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직접 풀어내고 있는데요. 마크로비오틱이 뭔지, 마크로비오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왜 마크로비오틱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줍니다.

ann 먼저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설명부터 필요할 것 같네요.     

j 마크로비오틱은 국내에서는 마돈나 같은 할리우드의 유명 스타들이 실천하는 걸로 유명해진 생활법인데요.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거라고 합니다. 실제로 마크로비오틱으로 가장 유명한 조리학원도 일본에 있고, 이 책의 저자도 그곳에서 사범과정을 마치고 왔고요. 마크로비오틱은 좁게 보면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원래의 상태 그대로 먹는 걸 의미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 넓게 보면 식생활뿐 아니라 생활 전체를 마크로비오틱한 삶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인데요. 음식에서 조미료를 덜어내면 훨씬 담백한 맛이 나듯이, 우리의 삶에서도 불필요한 꾸밈을 줄여나가면 훨씬 담백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ann 마크로비오틱이라고 하면 채식이나 비건을 생각하기 쉬운데, 단순히 채식으로만 볼 수는 없는 거군요.     

j 그렇죠. 채식이라는 게 음식의 식재료에 대한 것이라면 마크로비오틱은 식재료를 어떻게 다룰 지에 대한 철학이라고 볼 수 있죠.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써서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야 말로 마크로비오틱 철학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 미니멀리즘이나 집 비우기 같은 것들이 유행이잖아요. 마크로비오틱도 같은 맥락에 있는 거죠.     


M3 전기뱀장어 - 별똥별

https://youtu.be/j8CZO1SNtbU


ann 2030 여성들의 고민을 담고 있는 에세이 만나보고 있어요. 두 번째로 전혜연 작가의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저자는 왜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생활법을 처음 시작한 건가요?     

j 이 책의 저자는 일본 도쿄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IT 회사에서 일하다보니까 야근도 많고 스트레스도 컸던 거죠. 매일 밤늦게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서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랑 맥주를 사서 오고. 초콜릿과 에너지드링크로 끼니를 때우고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건강 문제로 휴직을 하고 어떻게 건강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고, 그렇게 마크로비오틱을 가르치는 요리학원에 등록하게 된 거죠.


ann 마크로비오틱은 제철 식재료를 최대한 조리를 덜한 채로 먹는 거라고 했잖아요.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랑 비슷한 느낌이 나기도 해요. 거기서도 제철 식재료를 계속 찾아서 음식을 하죠.     

그렇죠. 이 책도 어떻게 보면 리틀 포레스트의 에세이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책에도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요즘처럼 한여름이 시작되면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냉면이죠. 그런데 채식주의자들이 냉면에서 난감한 게 육수거든요. 육수가 보통 고기를 베이스로 내다보니까 냉면을 먹기가 난감한 거죠.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직접 집에서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는 걸로 여름 더위를 이겨낸다고 합니다. 가지나 애호박을 곁들여서 비빔국수를 내는 거죠.


ann 여름에는 입맛도 없잖아요. 그럴 때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해 먹으면 참 좋겠죠. 또 어떤 식재료가 여름에 어울리나요?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식재료는 고구마순이 있습니다. 특히 저자 분이 고구마순을 정말 좋아한다고 해요. 일본에서 일할 때도 한국에 휴가를 올 때면 미리 집에 전화해서 고구마순나물을 꼭 해달라고 엄마한테 말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고구마는 오래두고 먹을 수 있지만 고구마순을 그럴 수가 없잖아요. 여름에 즐길 수 있는 별미인 셈이죠.


ann 그런데 도시에 살면서 이렇게 제철 식재료를 챙겨 먹는 게 쉽지는 않죠.     

그렇죠. 책의 저자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 부모님들은 마크로비오틱과는 전혀 상관없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부딪히는 일도 많다고 하고요. 그럴수록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한 걸음씩 천천히 하는 게 방법인 것 같아요. 저자분은 집에서 전자레인지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밥을 직접 지어서 먹는 게 얼마나 맛있는지,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부터 마크로비오틱한 식생활법을 시작한 거죠. 부모님과 얘기해서 절충점을 찾은 거죠. 그렇게 편리한 기술 때문에 잊고 있던 음식의 진짜 맛을 하나씩 찾아가다 보면 나중에는 전자레인지에 데운 음식이 아닌 진짜 음식을 먹고 싶어 지게 되는 거죠.


ann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도 여주인공이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데워 먹다가 고향집으로 내려오는 장면으로 시작하잖아요.      

j 몸은 늘 거짓말을 하지 않죠. 내 몸이 찾는 진짜 음식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조금의 수고와 약간의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지만,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M4 김창완 – 어머니와 고등어

https://youtu.be/FSggibFJq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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