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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l 21. 2019

소울푸드 치킨의 모든 것을 담은 책 두권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7월 7일 여든일곱 번째 방송은 영혼의 음식 치킨에 대한 책 두 권을 소개했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우리의 영원한 소울푸드죠. 영혼의 음식인 ‘치킨’에 대한 책을 두 권 가져왔습니다. 치킨은 매주 한 번쯤은 먹게 되는 음식이죠. 그런데 치킨에 대해서, 그리고 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아요. 잘 알수록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치킨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ann 소울푸드, 치킨에 대한 책이군요. 어떤 책부터 볼까요?     

j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치킨 로드’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과학 분야의 전문 기자로 활동하는 앤드루 롤러라는 저널리스트가 쓴 책인데요. 치킨이라는 음식에 대해 그 역사와 의미를 깊이 있게 전해주는 책입니다.


ann 치킨의 역사. 매주 치킨을 먹으면서도 치킨의 역사나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j 그렇죠. 그런데 그럴 수 있었던 건 치킨이 그만큼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언제라도 전화 한 통이면 맛있는 치킨을 집에서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치킨이 사라지면 갑자기 우리의 삶이 180도 바뀔 수도 있어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데요. 2012년에 닭 수백만 마리가 멕시코에서 살처분된 일이 있었어요. 그러자 닭고기와 계란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멕시코시티에서는 시위대가 몰려나와 정부를 규탄했다고 해요. 이 사태를 가리켜서 ‘에그 크라이시스’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이란에서도 2012년에 닭고기 가격이 세 배나 오르자 이란 경찰청이 텔레비전 방송국에 닭고기 먹는 장면을 내보내지 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방송에서 닭고기 먹는 장면을 보고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ann 치킨 때문에 시위에 폭동까지... 치킨이 언제나 옆에 있다보니 소중함을 미처 몰랐다는 생각이 드네요.     

j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치킨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킨을 워낙 좋아해서 치킨 인류라고 자청하지만, 사실 치킨에 대한 사랑은 한국에만 국한된 건 아니거든요. 전 세계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치킨을 사랑하고요. 오히려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만 놓고 보면 한국은 세계 랭킹 20위에도 들지 못합니다. 1위는 아랍에미리트고요. 2위는 미국, 3위는 브라질, 4위는 홍콩입니다. 뭔가 종잡기 힘든 통계죠.


ann 세계 20위에도 못 든다니 조금 더 분발해서 치킨을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치킨을 아예 먹지 않는 나라도 있다고요?     

맞습니다. 저도 책에서 처음 접한 이야기인데요. 치킨이 아예 없는 나라는 바로 바티칸 시국입니다. 교황이 다스리는 아주 작은 나라죠. 그런데 바티칸에서는 닭을 기르지 않아서 교황이 닭 요리를 먹을 때는 로마의 시장으로 나가서 닭 가슴살을 사 와서 조리한다고 합니다. 또 닭이 아예 없는 대륙도 있는데요. 바로 남극 대륙이라고 합니다. 남극 대륙에서 닭을 기르지 않는 이유는 현실적인데요. 바로 펭귄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닭이나 펭귄이나 같은 조류이다 보니 자칫하면 조류독감 같은 질병에 옮을 가능성이 큰 거죠. 그래서 아예 남극대륙에서는 닭을 기르지 않게 해 놨다고 합니다.     


M1 장미여관 – 마성의 치킨

https://youtu.be/tDCeuGWkMY4


ann 영원한 소울 푸드. 치킨에 대한 책 만나보고 있습니다. 먼저 앤드루 롤러의 ‘치킨 로드’ 이야기 중인데요. 우리가 몰랐던 치킨의 역사. 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j 지금은 치킨, 그리고 닭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이자 동물이죠.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닭은 200억마리가 넘는다고 하고요. 매년 소비되는 닭고기는 약 1억톤, 달걀은 약 1조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도 재밌는데요. 세상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개, 돼지, 암소를 합쳐도 닭 하나에는 못 미친다고 하니까요. 엄청난 규모인 거죠.

그런데 처음부터 닭이 이렇게 우리 세상에 많았던 건 아니죠. 수천 년 전에만 해도 닭의 오랜 조상인 야생닭은 동남아시아의 정글에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닭이 인간을 따라서 정글을 벗어나 전 세계로 퍼지면서 조금씩 닭이 인간의 오랜 친구이자 가장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 거죠.


ann 닭도 처음에는 정글에 살던 야생 닭에서 시작된 거였네요.     

j 그렇죠. 그리고 닭이 전 세계에 널리 퍼지는데에는 인간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던 거죠. 인간이 거주지를 옮기면서 닭을 데리고 움직였고 그러면서 동남아에서만 살던 야생 닭이 이제는 남극을 제외하고 모든 대륙으로 퍼졌으니까요. 미국의 한 경제학자가 이런 말을 했는데요. 매의 일종인 제이호크나 인간이나 둘 다 닭을 먹는다.그런데 제이호크가 늘어나면 닭의 숫자는 줄어들지만, 인간의 숫자가 늘어나면 닭의 숫자도 함께 늘어나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인간의 필요를 닭이 충족해줬다는 의미죠.


ann 요즘은 치킨으로 닭을 소비하지만, 옛날에는 닭을 어떻게 먹었을 지도 궁금해요.     

j 지금의 치킨 같은 방식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작된 방식으로 보는데요. 책에서 재밌는 이야기는 치킨이라는 조리법보다도, 과거에는 닭을 신성시하고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기원전 14세기 기록을 보면 고대 이집트에서 바빌로니아의 군주들이 이집트의 파라오에게 바친 공물 중에 네 마리의 닭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어요. 황금으로 장식된 닭장에 네 마리의 닭이 들어있었고, 이집트의 사관들은 이 닭들이 매일 같이 무언가를 해냈다고 기록했다고 합니다. 현대 사학자들은 그걸 닭들이 매일 달걀을 낳은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고요. 지금은 닭이 달걀을 낳는 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수천 년 전만해도 기록으로 남길 정도로 이색적인 일이었던 거죠.


ann 파라오에게 바치는 공물에 포함될 정도로 닭이 귀한 대접을 받던 때가 있었네요.     

우리가 닭이라고 하면 치킨이나 ‘닭대가리’ 같은 말과 쉽게 연결해서 그렇지 사실 닭은 우리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경우가 많은데요. 예컨대 파스퇴르가 현대적인 백신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도 닭에 있다고 합니다. 파스퇴르는 1873년에 백신을 처음 개발하는데요. 다른 병이 아니라 닭 콜레라를 일으키는 세균을 이용해서 백신을 만드는 법을 만들어냈거든요.

또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이 자신의 이론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닭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닭이 인류사에 기여한 바가 단순히 치킨에서 끝나지만은 않는 거죠.


ann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j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다를 바가 없는데요. 과거에는 닭이 미래를 예측하는 신성한 역할을 했고, 또 투계장에서는 인간의 폭력성을 대신 해소해주는 역할을 맡기도 했고요. 닭 뼈나 주름 같은 것들도 약으로 쓰는 지역이 있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닭이야말로 온몸을 다바쳐서 인간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ann 치킨에서 시작하지만 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인 것도 같아요.     

j 책의 말미에서 지적하는 현실에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는데요. 우리가 먹기 위해서 기르는 육계의 경우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해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해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거죠. 그런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닭을 기르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를 저자는 고민하거든요. 책에보면 닭의 오랜 조상인 동남아의 야생닭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나오는데요. 단순히 유전자를 되살리는 노력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닭을 단순한 음식으로만 여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같아요.     


M2 프라이머리 - 다이어트

https://youtu.be/vFLGi0X9EZk


ann 영원한 소울푸드. 치킨을 다룬 책 만나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해줄 책은요?     

j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굉장히 독특한 책인데요. 제목이 ‘치킨의 50가지 그림자’입니다. 아마도 눈치가 빠른 분들은 제목만 듣고도 어떤 책일지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정말 독특해요.


ann 비슷한 제목의 소설이 있지 않았나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j 맞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이죠. 영국의 소설가 E.L. 제임스가 2011년에 발표한 에로틱 로맨스 소설인데요. 대학을 갓 졸업한 아나스타샤와 젊은 사업가인 크리스천 그레이의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에요. 소설의 줄거리만 놓고 보면 특별할 게 없는데 소설에 묘사되는 에로틱한 장면들이 굉장히 큰 화제가 됐죠. 소설이 출간된 지 4년 만에 전 세계에서 1억부가 팔리면서 인기를 입증했고요. 호불호가 아주 엇갈리지만, 지난 10년 동안 가장 성공한 대중 서적이라는 점은 아마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ann 그런 책의 제목을 치킨과 관련된 책이 패러디했다? 어떤 책인가요?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라니요.     

j 이 책은 쉽게 말해서 치킨 레시피를 소설로 설명하는 책인데요. 책의 표지가 이래요. 웃통을 벗은 몸 좋은 남자가 잘 구운 치킨을 끈으로 바싹 조이는 사진이 뒷 표지에 쓰였어요. 치킨이 어디 달아나기라도 할 것처럼 끈으로 묶어놓은 거죠.


ann 에로틱 로맨스 소설인데 치킨 레시피를 소개한다.. 그럼 등장인물이 닭과 요리사인건가요?     

 그렇습니다. 정말 특이하죠. 소설의 시작은 요리사의 냉장고에 있던 생닭이 냉장고문이 열리는 순간 바닥에 떨어지면서 시작돼요. 요리사가 생닭을 들어올려서 조리대에 올리고 생닭과 요리사가 대화를 나눠요. 이게 무슨 황당한 말인가 싶지만, 소설이니까요. 그리고 소설이 시작되면 요리사가 생닭을 이용해서 50가지 요리를 선보이죠. 생닭은 요리사의 능숙한 손놀림에 맛있는 닭요리로 거듭나고요. 요리사와 생닭이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먹음직스러운 치킨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소설에 빚대서 표현하고 있는 거죠.


ann 정말 어디서도 보지 못한 소설, 레시피북이네요.     

미국 현지에서도 굉장히 환호를 받은 책인데요. 미국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요리책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고요. 이 책이 큰 성공을 거두니까 아류작도 나왔어요. 베이컨의 50가지 그림자, 케일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레시피 책들이 나왔지만, 치킨의 50가지 그림자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M3 기리보이 - 치킨

https://youtu.be/Z3_6_-dN-3E


ann 치킨에 대한 책 만나보고 있어요. 두 번째로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소설을 패러디한 치킨 레시피 북인데요. 제목만 보면 마냥 웃기기만 할 것 같은데, 레시피는 어떤가요?     

j 심지어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가 꽤 괜찮다는 게 충격적이기까지 한데요. 처음 나오는 레시피는 브랜디바닐라 버터를 바른 로스트치킨이에요. 그런데 로스트치킨을 하려면 소금과 후추를 생닭에 발라서 밑간을 하죠. 그리고 오븐에 굽는데요. 이 장면을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을 해요. 요리사가 밑간을 하려고 하니까 생닭은 “밑간은 처음”이라며 풀이 죽어 말해요. 그러자 요리사가 당황해서 이야기하는 거죠.

“지금까지 아무도 당신을 바삭하게 구워 주지 않았다고?”

이 책이 소개하는 레시피가 시종일관 이런 식인데요. 문제는 이 레시피가 꽤 충실하고 정리가 잘 돼 있다는 겁니다.


ann 레시피가 충실한 게 당황스러운 레시피 북이라니, 정말 당황스러운 책이군요.     

j 그렇죠. 그런데 정말 레시피가 충실한데요. 여기에 실린 레시피만으로도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어요. 우리가 치킨을 늘 시켜서 먹는 데만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시켜먹는 치킨은 레시피도 그렇고 맛도 늘 거기서 거기죠. 생닭을 이용해서 어떤 치킨 요리를 할 수 있는지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사실 닭은 요리하기에 따라서 맛과 풍미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의 닭요리 레시피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고요.


ann 특별히 기억에 남는 레시피가 있나요?     

j 칠리 가득 프리카세라는 메뉴가 기억에 남는데요. 프리카세는 프랑스식 닭요리로 일종의 스튜 같은 음식이에요. 닭으로 만든 스튜 같은 음식인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닭볶음탕 같은 느낌이 나는 요리죠. 요리하기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칠리를 엄청나게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요. 아직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맛을 못 봤지만, 레시피와 사진만으로도 정말 화끈한 맛의 닭 요리가 나오겠구나 싶었죠. 한국식 닭요리도 좋지만 이 책에 소개된 새로운 레시피로도 음식을 만들어보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치킨의 세계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ann 치킨은 당연히 시켜먹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한번쯤 해보면 좋을 것도 같네요.     

j 자주 하기는 힘들고 복잡하지만, 어쩌다 한번은 집에서 치킨 요리를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보통 레시피 책은 사놓고도 지루해서 잘 안보게 되는데, 이 책은 절대 지루할 수는 없는 책이니까요. 치킨 요리의 완벽한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M4 브로콜리너마저 – 단호한 출근

https://youtu.be/8oN_3KpFP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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