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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l 21. 2019

여행 계획 책으로 세웁니다

tbs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7월 14일 여든여덟 번째 방송은 책과 함께 하는 여행 방법을 소개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j 자,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제 여름휴가철이죠. 여름휴가가 아니더라도 추석 때까지 두달 정도 많은 분들이 익숙한 도시를 떠나서 제법 긴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때가 왔죠.


ann 1년 중 이때만 기다려온 사람들도 적지 않죠.     

그런데 막상 여행 계획을 세우려고 보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죠. 뭔가 새로운 여행을 고민하다가도 결국 익숙한 곳에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은 조금 새롭고 독특한 나만의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ann 새롭고 독특한 나만의 여행... 여행에 관한 책을 소개해주시나요?     

그건 아니고요. 오늘은 책을 주제로 여행을 계획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책과 함께 하는 여행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우리가 여행을 계획할 때 늘 최우선으로 꼽는 게 있기 마련이죠. 바다를 보고 싶다거나, 사람이 드문 순례길을 걸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거나 이런 건데요. 제가 오늘 소개해드리는 여행법은 ‘책’을 최우선에 두고 여행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대한 겁니다.


ann 책을 주제로 여행하는 법이라. 어떤 방법이 있는 걸까요?     

제일 먼저 추천드리는 방법은 아름다운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가라는 겁니다.


ann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가는 여행? 서점이나 도서관이 아름다워봤자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세계 곳곳에 있는 몇몇 서점이나 도서관은 여행에서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들이 있어요. 이런 서점은 이 서점을 위해서라도 그 도시에 들러야 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몇 군데를 소개해드리면, 포르투갈 포르투라는 도시에 있는 렐루 서점이 있습니다. 렐루 서점은 영국 방송인 BBC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 꼽은 곳인데요. 서점이 굉장히 고풍스러운 성당 같은 분위기거든요. 스테인드글라스가 있고, 붉은 계단과 황금빛 조명까지. 여기에다 이 서점은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의 영감을 얻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해리포터 팬이라면 꼭 가봐야 할 서점이죠.

ann 서점 때문에 포르투갈 여행을 계획해야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거네요. 또 어떤 서점이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할 정도로 좋나요?     

에게해를 바라볼 수 있는 산토리니섬에 가면 아주 작고 아름다운 서점이 하나 있는데요. 이름이 아틀란티스 북스라고 합니다. 산토리니는 이온음료 CF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이잖아요. 이 서점은 안으로 들어가서 옥상으로 나가면 에게해를 바라볼 수 있는 뷰가 펼쳐지거든요. 이 옥상에서 바라보면 바다 전망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옥상 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나 이 서점만으로도 산토리니섬을 방문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죠.     


M1 위위 – 니 생각

https://youtu.be/7LEDFnqAOyE


ann 책을 주제로 여행 계획 세우는 법을 이야기 중이에요. 먼저 아름다운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라. 포르투갈의 렐루 서점과 산토리니의 아틀란티스 북스를 이야기해봤는데요. 그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은 어디죠?     

가장 유명한 곳은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클레멘티눔 도서관인데요. 체코의 국립도서관이기도 합니다. 여기는 커다란 성당을 방불케하는 공간에 서가와 책이 있는데요. 유럽에 가면 대성당을 늘 들르게 되잖아요. 대성당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는데 여기는 도서관이 그런 느낌을 줘요. 특히 세계적인 작가인 보르헤스의 작품에 이 도서관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도서관의 사서가 도서관에 있는 40만권의 책들 가운데 단 한 권에만 존재한다는 신을 찾아다니는 이야기의 소설이거든요. 신이 있는 도서관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인 거죠.


ann 프라하 여행을 많이들 가는데 도서관을 갔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거든요. 앞으로는 프라하에서 꼭 들어야 할 공간 중 하나가 되겠네요.     

건물이 정말 아름다운 도서관들도 몇 군데 소개해드릴게요. 일단 오스트리아의 아드몬트 도서관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보통 알프스 산맥을 찾기 위해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죠. 아드몬트 도서관도 알프스 자락에 위치해 있는데요. 알프스의 설산을 배경으로 호수 앞에 새하얀 도서관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데 사진을 찾아보시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순백색과 금장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데 이것도 굉장히 아름답다고 하고요.

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아름다운 도서관에 늘 이름을 올리는데요. 여기는 고대에 불이 타서 사라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념하기 위해 2002년에 새로 지은 도서관이거든요. 지금은 이집트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떠올랐다고 하고요.


ann 아름다운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가는 여행. 또 어떤 여행방법이 있을까요?     

아름다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가는 여행이 약간 수동적이라면,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방법은 능동적인 여행법이 될 텐데요. 바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는 겁니다.


ann 소설의 배경을 직접 찾아가는 여행. 하긴 SF가 아닌 이상은 어떤 소설이든 실제 공간을 배경으로 했을 테니까요.     

그렇죠.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실제로 봤을 풍경을 한번 함께 바라보면서 소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건데요.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만 떠올렸던 풍경과 사뭇 다른 풍경을 접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상했던 풍경과 똑같은 풍경을 마주하고 놀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소설을 다 이렇게 할 필요야 없겠지만,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 있다면 그 소설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ann 책밤지기도 그런 여행을 다녀온 적 있나요?     

예전에 유럽 여행 중에 프라하를 들른 적이 있는데요. 마침 제가 프라하에 있는 동안 세계적인 철학가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별세했어요. 프라하는 에코가 애정을 가지고 있던 도시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요. 특히나 ‘프라하의 묘지’라는 소설의 배경이 된 도시기도 하고요. 이 책은 유대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증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소설의 형식으로 추적한 건데요. 실제로 프라하에 가면 유대인들의 묘지가 있습니다. 묘지 자체는 크지 않은데 묻혀 있는 유대인의 숫자는 묘지 면적의 열 배, 스무 배가 넘어요. 무덤 하나에 여러 명의 시신을 매장한 거죠. 그때 일부러 프라하의 유대인 묘지를 찾아서 에코가 이 묘지를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생각해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ann 소설의 배경을 찾아가는 여행,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굉장히 흥미로울 것도 같아요.     

유명한 소설의 경우에는 배경이 된 공간을 잘 간직해 놓은 경우가 많거든요. 한국에만 해도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 평사리의 최참판댁이 마을 전체를 보전하고 있어요. 저는 고향이 근처라 여러 번 가봤는데 갈 때마다 소설 속 장면이 떠오르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하동 평사리는 박경리 선생이 소설 작업을 할 때는 직접 가본 곳이 아니라 상상으로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나중에 박경리 선생이 직접 찾아가보니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풍경이랑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고도 합니다.     


M2 짙은 – TV Show

https://youtu.be/ZiF3d1AVgu4


ann 책을 주제로 여행 계획 세우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또 어떤 여행법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나서는 여행입니다. 앞에서는 소설의 배경이 된 도시나 공간을 가보라고 추천해드렸잖아요. 마찬가지로 작가의 오랜 체취가 묻어 있는 공간을 찾아가보는 것도 역시나 그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ann 작가의 오랜 체취가 묻어 있는 공간이라면, 태어난 생가 같은 곳을 말하는 거죠?     

맞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소설가나 작가의 경우에는 생가를 보전해서 문학관처럼 쓰는 경우가 많죠. 이런 곳을 가보면 작가의 유품이 잘 전시돼 있어서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이해할 수 있거든요. 해외에도 마찬가지로 유명한 작가의 생가는 작가에 대한 전시 공간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체취를 찾아가보는 여행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ann 책밤지기가 특별하게 추천하는 공간이 있다면요?     

제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요. 바로 쿠바입니다. 쿠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계적인 대문호가 있죠.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인데요. 헤밍웨이는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의 암보스문도스호텔에서 7년 동안 머무르면서 작품을 집필했거든요. 나중에 쿠바혁명이 발생하면서 미국으로 추방당했지만, 지금도 쿠바 아바나 곳곳에 헤밍웨이와 관련된 공간이 잘 보존돼 있어서 헤밍웨이의 삶을 느끼기 좋다고 합니다.

ann 쿠바는 최근 들어서 젊은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제 주위에도 쿠바를 다녀온 분들이 꽤 많거든요. 예전에는 정말 멀게만 느껴지는 여행지였는데 최근에는 쿠바도 적극적으로 개방을 하면서 접근성이 커진 것도 같고요. 쿠바를 다녀온 분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최근에 개방이 된 곳이다보니까 옛날 느낌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만 해도 마치 지금도 헤밍웨이가 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관이 잘 돼 있다고 하고요. 쿠바 여행을 가면서 헤밍웨이의 소설 몇 권을 챙겨 가서 읽어보면 어쩐지 더 소설의 내용이 팍팍 꽂히지 않을까요?


ann 또 추천할 만한 곳이 있다면요?     

유럽 여행 가는 분들이라면 도시마다 유명한 작가의 생가나 전시관이 대부분이 있으니까 한번 시간내서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체코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생가가 있고, 프랑스 파리에는 레미제라블로 유명한 빅토르 휴고의 생가가 있고요. 이런 식으로 유럽은 작가들의 생가를 잘 보존하고 있거든요. 이런 곳들을 찾아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M3 언니네 이발관 – 혼자 추는 춤

https://youtu.be/Y6-TY-F2NXs


ann 책을 주제로 여행 계획 세우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맘때면 늘 여름휴가철에 읽으면 좋은 책이 기사로 많이 나오잖아요. 책밤지기가 그중에서 정말 괜찮은 책들 몇 권 추천해주세요.     

이맘때면 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여름휴가지에서 읽을 책을 추천해주시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다섯 권의 책을 추천했습니다. 다섯 권 중에서 찾아보니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은 두 권인데요. 일단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이 있습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로 세계적인 저술가가 된 분이죠. 대변동도 인류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에 대한 심도있고 세밀한 책입니다.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고요. 또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소설도 추천했습니다. 이 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강력 추천한 책인데요. 빌 게이츠와 버락 오바마의 추천이라면 일단 책을 펼쳐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ann 다섯 권 중에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세 권은 어떤 책인가요?     

아마도 조만간 번역돼 소개될 가능성이 크니까 미리 소개를 좀 해드릴게요. 일단 로즈 조지의 ‘나인 핀츠’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월경이라는 주제를 다루는데요. 저자가 월경 전 불쾌장애를 겪으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게 전달하는 책입니다. 빌 게이츠가 추천하면서 여름휴가지에서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지만, 이제는 월경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사회 전반이 함께 고민할 때가 됐다며 추천한 책이고요.

나머지 두 권은 마이클 베쉴로스의 ‘전쟁 대통령’과 폴 콜리어의 ‘자본주의의 미래’가 있습니다. 전쟁 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전쟁이라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다루고요. 자본주의의 미래는 지금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책입니다.


ann 책밤지기는 이번 여름휴가에 어떤 책을 읽으려고 하나요?     

저도 몇 권의 책을 미리 주문해놨는데요. 일단 워싱턴포스트 베이징지국장을 지낸 애나 파이필드의 ‘마지막 계승자’가 있습니다. 이 책은 애나 파이필드가 서울과 평양, 베이징, 도쿄를 오가며 김정은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막라한 일종의 김정은 평전 같은 건데요. 한국에 있으면서도 잘 몰랐던 김정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고 해서 주문했고요. 또 소설로는 정용준 작가의 유령이라는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정용준 작가는 저희 방송에서 제대로 소개해드린 적이 없는데, 지금 한국 문단을 이끄는 젊은 작가들 중에서도 중추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분이에요. ‘유령’이라는 소설은 절대악과 절대선의 존재에 대한 정용준 작가의 고민과 질문이 담겨 있는데요. 역시나 한 번 꼭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는 평이 많아서 골랐습니다.          


M4 롤러코스터 – 어느 하루

https://youtu.be/7ffQhsODQc0

혜림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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